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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외면하기엔 너무 중요한(강국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5-27 19:54
조회
323

강국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지방선거가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철이 될 때마다 모순된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한편으론 공식 선거운동을 한다며 지하철역마다 색색이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마음에도 없는 “수고하셨습니다. 기호 OO번 XXX입니다”라고 합창을 하는 건 시끄럽고도 귀찮다. 시대착오적인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색색이 옷을 입은 사람이 안 보이기라도 하면 ‘저런 것조차 조직하지 못하는 걸 보니 한심하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또 선거운동 기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도 자주 하게 된다. 공식 선거운동 자체도 길다고 할 수 없는 데다, 사전투표까지 한다고 치면 후보들을 살필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시장이나 구청장의 공약과 이력을 꼼꼼하게 살피는 편이지만, 시의원이나 구의원까진 이름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거대 양당제가 강화되다 보니 선택지가 좁아지는 문제도 물론 있을 것 같다. 기초의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공약이 과연 얼마나 변별력이 있을지도 솔직히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물론 어느 구의원 후보가 제시한 공약은 지금도 기억난다. 그 구의원은 ‘어린이대공원에 대규모 뉴타운 건설’을 공약했다. 선거공보물에는 어린이대공원 안에 수십 층짜리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모습이 한 장 가득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신성 면에서는 최고였다(그리고 그분이 당선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후보를 제대로 살피지 못하면 정당에 따라 찍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걸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 얘기는 자주 들었다. 그런데 솔직한 내 대답은 이렇다. 글쎄 그게 꼭 문제일까. 유권자가 모든 후보를 검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게 아닌가. 그래서 필요한 게 정당의 역할 아닐까. 어떤 물건을 살 때 일일이 비교하기 힘들 때 우리가 특정한 브랜드의 신뢰도를 기준으로 삼듯이 선거 국면에서 정당을 보게 된다. 내 눈에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우수한 후보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선별하는 것이야말로 정당의 존재 이유일 테니까.

 


사진 출처



그런 면에서 나는 교육감 선거야말로 제도실패의 전형이라고 생각한다. 심하게 말해서 교육감 선거는 엉망진창이다. 정치적 중립성을 위한다며 정당 공천을 배제했는데, 교육감 후보들은 파란 옷, 빨간 옷을 입고 선거운동을 하며 눈 가리고 아웅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강조하는 후보, 좌파 동성애 교육 척결을 주장하는 후보를 보고 있으면 애초에 교육감이 정치적으로 중립이어야 한다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전문가들의 지적 능력이 한심해 보일 뿐이다. 형식상 무소속이다 보니 정당의 필터링도 거치지 못하고 후보들은 후보들대로 선거 경험도 없이 헤매기 일쑤다. 중고등학생은 유권자 자격이 없는데 학교 교육에 아무 관심도 이해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뽑는 교육감이라는 기묘한 불일치는 더 말해 무엇할까 싶다. 

더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지방선거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하는 회의감이 아닐까 싶다. 물론 엉터리 단체장이나 쭉정이 기초의원을 보면 한심하기도 하고 자괴감이 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지방선거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정치인을 육성할 수 있는 훈련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건 돈이 많이 들더라도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정말 중요하다. 일 잘해서 효능감을 과시하는 이재명이 두각을 나타낸 게 성남시장 시절이었다는 걸 잊으면 안 된다. 능력 있고 열정 넘치는 구청장이나 기초의원들을 여럿 만난 적 있는데 그분들이 나중에 국회의원도 되고 장관도 되며 중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나는 그것이 한국 정치의 발전을 보여주는 선순환 구조라고 믿는다.

 

강국진 위원은 현재 서울신문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