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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처벌보다 투자를(이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4-27 18:14
조회
279
이윤/경찰관
26년 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13세→12세로 낮추는 방안을 공론화하고, 두 달 내에 결론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24일은 그 두 달이 되는 시점이지만, 아직 관련 결정에 대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아마도 이란 전쟁이 모든 관심을 빨아들였기 때문인 듯하다. 그래서 다행히(?) 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필자는 약 2년간 청소년 보호 업무를 관리했던 경찰관으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촉법소년에 의한 범죄 증가와 흉포화 문제는 단순히 13세 소년(소년법상 19세 미만인 자는 성별 관계없이 모두 소년)을 형사처벌 대상으로 편입하는 것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본다. 오히려 모든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투자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범죄소년과 촉법소년: 차이보다 유사성이 크다.
- 촉법소년(형벌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13세 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어서 체포 대상이 아니지만, 범죄소년(죄를 범한 14세~18세 소년)은 체포(강제로 인치·구금)가 가능하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실무상 범죄소년 역시 체포 후 구속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며, 대부분 조사 후 석방된다. 이는 소년법이 ‘소년에 대한 구속영장은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발부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구속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행 체계에서 경찰 단계의 처리 방식은 양자 간에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촉법소년에 대한 최소한의 조사권 정도를 법적으로 경찰에 부여한다면, 그 차이는 더 줄어들 것이다.
- 촉법소년을 체포할 수는 없지만, 법원으로부터 긴급동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함으로써 긴급한 경우 일시적으로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이는 범죄소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긴급동행영장은 일반 형사절차의 구속영장과 유사한 강제력을 가지는 소년법상 특수한 제도로, 도주 우려가 있거나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경우 발부된다. 다만 그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보호에 있다. 동행된 소년은 보호처분 결정을 위해 약 1개월간 소년분류심사원에 위탁되며, 여기에서 보호, 교육, 상담, 면담, 신체검사, 행동 관찰 등을 거쳐 작성된 심사보고서가 법원의 판단 자료로 활용된다.
- 촉법소년은 경찰이 법원 소년부로 직접 송치하여 보호처분을 받게 한다. 반면 범죄소년은 경찰이 검찰에 송치한 후,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형사기소하거나 소년부로 송치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범죄소년 역시 상당수가 소년부로 송치되어 보호처분을 받는다. 즉 두 집단 모두 형벌보다는 교화 중심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소년부의 보호처분은 촉법소년뿐 아니라 범죄소년에게도 전과로 남지 않는다. 또한 상당수 소년사건이 보호처분으로 종결된다. 따라서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더라도 처벌 구조가 근본적으로 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형사처벌 강화는 근본적 해결이 아니다.
“형사처벌 가능성이 있어야 범죄 억지력이 생긴다”라는 주장도 있고, 실제로 일부 범죄소년은 “아무래도 검찰을 거쳐 형사처벌 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이런 점에서 형사처벌이 범죄를 억지하는 위하력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13세 청소년에게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과연 재범 방지와 건전한 성장에 실질적으로 이바지할지는 의문이다. 청소년기는 충동 조절 능력과 장기적 결과 예측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시기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강한 처벌 규정은 일시적으로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개인의 태도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한다. 결국 내면의 변화 없이 억제된 행동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의 핵심은 ‘처벌’이 아니라 ‘투자’다.
촉법소년 연령을 12세까지로 낮추더라도, 13세 소년은 살인·강도·중상해와 같은 중대한 범죄가 아닌 이상 대부분 기존과 같이 보호처분을 받게 될 것이다. 즉 제도 변화의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또한 설령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소년을 포함한 모든 범죄자는 궁극적으로 교화와 선도의 대상이라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올바른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을 내면화하도록 돕는 일이다. 단순히 강한 처벌을 통해 고통을 부여하고 반성을 유도하려는 접근은 자칫 보복적 사고에 머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지금 시급한 과제는 연령 하향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투자다.
① 붕괴하는 가족 관계 회복을 위한 교육·상담·치료 프로그램 확대
② 범죄 위험 환경에 노출된 위기 청소년의 조기 발굴
③ 비행·범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효과적인 선도 프로그램 개발
이를 위해서는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예산과 인력 투입이 필요하다. 현행 소년법(제67조의2)상 ‘비행 예방 정책의 수립·시행, 선도 등 협조체계 구축 및 운영’에 대한 책임기관은 법무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 책임이 충분히 이행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희망동행교실’(경찰 자체 선도 프로그램), ‘사랑의 교실’(전문가 진행 선도프로그램), ‘표준선도 프로그램’(정신과 전문의 진행)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재범 감소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보다 전문적이고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서는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이 업무는 각 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SPO)이 담당하고 있으나, 1인당 평균 10개 학교를 맡아 학폭 등 예방교육을 하고 있고, 위기 청소년 관리, 117 학교폭력 신고 사건 가·피해자에 대한 면담,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참석, 선도심사위원회 준비 및 시행, 선도프로그램 운영 등을 수행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과중한 실정이다. 따라서 SPO 인력 증원(최소 2배 수준)과 프로그램 운영 관련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 혹은 해당 기능을 원래의 책임기관인 법무부나 다른 전문 부처 또는 기관으로 이관하여 전문성과 집중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우리는 과연 아이들이 범죄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충분히 개입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13세를 형사처벌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사회 안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거나, 해당 청소년을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굳이 법을 변경하면서까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추진하려는 것은, 우리가 해야 할 책임과 노력은 다하지 않은 채 죄책감을 면하는 더 쉬운 해결책 뒤에 숨으려는 태도는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촉법소년 연령 문제의 본질은 ‘하향’보다 ‘개입의 시기와 질’이다. 지금까지 시행되어 온 정책과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효과가 낮은 것은 과감히 정리하고, 검증된 프로그램에는 집중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까워하면 그 대가는 결국 사회 전체가 감당하게 된다.
※ 26년 4월 6일 국회에서 있었던 ‘촉법소년 연령 인하 관련 토론회’에 제출한 토론문을 수정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