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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쟁, 혹시 ‘게으른 사이다’는 아닐까?
조해람 기자
점(사실들): 4월 말 ‘권고안’ 도출
선(맥락들): 엄벌, 효과 있을까?
면(관점들): ‘나이 논쟁’이 가리는 질문
정부가 촉법소년 나이 상한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으로 시작된 공론화도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고 있는데, 갑론을박이 이어집니다.
찬성 쪽에서는 소년범죄가 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 쪽에서는 연령 하향이 문제의 본질을 짚지 못한 ‘게으른 처방’이라고 말하고요. 오래된 논쟁, 점선면이 다각도로 짚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4월 말 ‘권고안’ 도출
촉법소년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으로, 이들은 형사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대신 소년법상 보호처분으로 처벌을 받죠. 보호처분은 보호자 위탁(1호)부터 최대 2년의 소년원 송치(10호)까지 있습니다.
이번 논의는 지난 2월24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촉법소년 나이 상한을 13세로 낮추는 방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보라”고 지시하면서 시작됐어요. 성평등가족부는 사회적대화협의체를 구성해 토론회와 온라인 공청회, 공개포럼 등을 진행 중이에요. 내일(18일)부터 이틀은 시민참여단 숙의 토론회도 열립니다. 협의체는 이 대통령이 제시한 공론화 시한인 이달 말에 권고안을 낼 예정입니다.
선(맥락들): 엄벌, 효과 있을까?
찬성 측은 청소년 범죄가 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법원에 접수된 소년보호처분 사건은 2020년 3만8590건에서 2024년 5만848건으로 꾸준히 늘었어요. 보호처분을 받은 촉법소년도 2022년 5254명에서 2024년 7294명으로 늘었고요.
문덕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 학교전담경찰관은 지난달 성평등부 주최 토론회에서 “현장에서 만나는 가해 소년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경찰을 조롱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서슴지 않는다”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잘못된 행위에 대해 국가가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라고 했어요. 정의롬 부산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징적 차원에서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3세로 하향해 시대적 요구와 국민의 법감정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요.
반대 측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해요. 같은 토론회에서 김혁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현재 범죄소년 중 재판에 넘어간 건 8.8%이고 실제 실형 선고는 2% 수준”이라며 “촉법소년 연령을 낮춰도 실형 선고 가능성은 매우 적어 ‘상징 입법’에 그칠 수 있다”고 했어요. 소년원에 갈 만큼 무거운 죄를 지은 13세 청소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칼럼에서 “1년 동안 겨우 몇 명, 또는 십수 명에 불과한 소년들에게 형사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는 게 과연 온당한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촉법소년 범죄 증가 통계가 정확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요. 이지연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법원에 접수된 촉법소년 사건 중 심리불개시(사안이 가볍거나 보호처분의 필요성이 없어 심리하지 않는 것) 결정은 점점 늘어 2024년 43%에 이르렀다”고 했어요. 그는 법원 접수 건수가 증가한 건 일상과 교육현장에서 훈육 대신 사건 처리를 해버리는 ‘사법화’ 때문이라고도 했습니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는 “촉법소년에 의한 강력범죄는 증가와 감소를 반복해, 지속적으로 증가한다고 평가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고요.
면(관점들): ‘나이 논쟁’이 가리는 질문
촉법소년 나이 논쟁이 불거질 때마다 가려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동을 잘 가르치며 ‘범죄자가 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는지입니다. 아이들의 사건을 교육·돌봄의 관점에서 해결하는 대신, 오직 흑백만을 가리는 사법처리의 영역으로 치워버리는 ‘편한 길’을 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거든요.
류영재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판사는 “우리 사회는 아동의 일탈과 폭력에 대한 대응 수위만 높여왔을 뿐, 가정과 학교를 지원해 아동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칼럼에서 “감정과 행동을 통제하지 못해 사건·사고를 발생시킨 아이들은 학교나 사회에서 도움을 받는 대신 학교폭력위원회와 소년보호처분, 손해배상책임 등의 법적 단계로 곧장 진입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과 만난 청소년들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이들은 “촉법소년 문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하는 콘텐츠의 영향으로 여론이 나빠진 것 같다”며 “사소한 잘못을 시작할 때부터 학교·가족·마을에서 이 잘못이 왜 문제인지 이야기해주고, 청소년이 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어요. 김민아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엄벌주의는 쉽지만 게으른 선택”이라며 “보호처분 집행기관의 시설·인력을 확충하고 교육과정을 혁신하는 게 먼저”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촉법소년 나이 논쟁을 둘러싼 여러 관점을 돌아봤습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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