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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금은 검찰개혁의 시간 - 악마가 숨 쉴 틈 없는 디테일한 검찰개혁을 위해 -(황문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09-09 17:15
조회
358
황문규/ 중부대학교 인문사회학부 교수
지금은 검찰개혁의 시간이다. 오는 2025년 9월 25일이면 검찰을 해체하여 공소청을 법무부에 신설하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안부에 신설하는 정부조직법이 개정될 것이다. 이번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기소의 분리에 있다. 따라서 현행 검찰의 기소 기능을 담당하는 공소청과 수사 기능을 담당하는 중수청의 소속을 동일한 법무부로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매개로 양 기관이 통합됨은 물론, 현행 검찰 인력이 양 기관으로 분산되더라도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e)’으로 인해 검찰에서의 관행을 쉽사리 탈피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 검찰의 연속성 단절이라는 지금의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100년 후면 모르지만, 지금은 중수청을 행안부에’ 두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의 수사 인력만으로 중수청을 구성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중수청은 검찰과 경찰, 군수사기관, 공수처, 그리고 변호사 등 모든 수사 가능한 인력으로 혼합 구성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중수청이 ‘제2의 검찰청’ 또는 ‘공소청의 손발’이 될 수도 있다.
일각에서 행안부 산하의 중수청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같이 통제받지 않는 수사기관이 된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국수본과 중수청은 강제수사를 위해서는 검사와 판사의 영장 통제를 받고, 범죄혐의 있어 송치한 사건은 검사의 기소 여부에 의한 통제를 받게 된다. 범죄혐의 없어 불송치한 사건도 국수본과 중수청의 자체 수사심의를 받거나 피해자 등의 이의신청에 따른 검사의 통제를 받는다. 장경태 의원안에 따르면 국가수사위원회(국수위)의 통제도 받게 되어, 이중 삼중의 통제가 이루어진다. 그러나 만약 법무부 산하의 중수청이 되면, 정치검찰의 경로 의존성을 탈피하지 못한 최소 100년 동안 (공소청) 검사의 영향력 아래에 있게 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검찰개혁 법안 관련 공청회에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가 법안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고 있다. 2025.7.9.
수사-기소를 분리하자는 이 와중에도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남겨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러한 주장은 첫째, 검사의 “보완수사권=직접수사권”임을 간과하고 있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향후 공소청에 수사인력을 두기 위한 논거이며, 결국 무늬만 수사-기소를 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보완수사권은 그 한계가 있을까? 예컨대, 사건의 동일성 범위 내에서만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등의 주장이 있으나, 그 한계를 넘어선 보완수사가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극히 소수의 사건에서 ‘위법한 수사’라는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 낼 수도 있지만, 이미 수년이 경과한 후이며 심지어 그 판례가 다른 사건에 적용된다는 보장도 없다. 왜냐하면 (공소청) 검사는 그러한 판례가 나오더라도 한계를 넘어선 보완수사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검찰이 구속일수를 ‘날(일)’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한 지귀연 판사의 결정을 오로지 윤석열의 석방에만 적용하고, 나머지 사건에는 적용하지 않은 것에서 명확히 확인된다.
둘째, 검사의 보완수사권이 과연 진실과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서만 작동할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제식구 감싸기 또는 전관예우가 작동하는 장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수사권조정 직후 어느 일간지(2022. 4. 6.자 한국일보)에서 보도한 <부장검사가 낸 교통사고... 경찰의 중과실 판단 뒤집은 검찰>이라는 기사는 그 대표적 사례이다. 게다가 검사 스스로 검찰청법 제4조1항에서 규정한 ‘공익의 대표자’임을 외면한 전례도 있다. 경찰이 강간당한 피해자의 팬티에 대한 DNA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면서 범죄용의자를 구속한 사건(대법원 2001다23447판결)에서, 검사는 ‘구속된 범죄용의자의 유전자형과 다르다’는 DNA검사 결과를 받고서도 이를 1심과 2심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 범죄용의자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검사가 검찰이라는 ‘불멸의 신성가족’ 이외 정작 평범한 시민들의 진실 발견과 정의 구현에 얼마나 진심이었을까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검찰이 압수한 5000만 원짜리 관봉권 띠지 훼손·분실 사건에 대한 최근 검찰의 대응은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기소권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지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일부 정치 검사들만의 문제라는 주장은 지금 이 시점에 해체 수준의 검찰개혁을 하려는 역사적 맥락을 보지 못한 채 플라톤의 ‘동굴의 우상’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이 없으면 범죄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된다는 우려도 있다. 검사의 수사는 우월하다는 편향된 인식과 다를 바 없다. 2024년 기준 전체 160여만 건의 형사사건 중에서 검찰이 직접 수사한 사건은 단 1%인 1만 5천 건도 안된다. 검사의 (보완)수사 여부에 관계없이 대한민국의 형사사법시스템은 언제나처럼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임을 말해준다. 어쩌면 검사의 수사와 기소로 인한 억울한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검사의 수사가 특별하게 보였던 것은 기소권을 뒷배경 삼아 마음껏(예컨대 기소권으로 수사대상자들을 회유하거나, 수사에 불법 또는 탈법이 있더라도 기소되지 않는다는 확신으로) 수사할 수 있었기 때문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점에서 보완수사권은 통제받지 않는 ‘검찰이 다시 판치는 세상’을 만들 것을 우려한다.
검찰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은 검찰개혁의 시작이다. 이른바 공소청법, 중수청법,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률의 제·개정이 뒤따라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듯이 검찰개혁의 악마는 제·개정되는 이들 법률에 있다. 검찰 관련 기득권자들에게 디테일은 목숨을 건 투쟁의 최일선이다. 안타깝게도 디테일을 결정하는 요소요소에 기득권자들이 포진해있다. 때문에 공수처의 사례처럼 중수청을 무능하게 만들거나, 검사의 수사지휘권 박탈에 대한 반발로 ‘검경간 사건핑퐁’을 양산하여 ‘수사지연’ 프레임을 씌웠던 꼼수를 경계해야 한다.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악마가 숨 쉴 틈 없는 디테일한’ 검찰개혁의 시간을 만들어나가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