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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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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광주, 다시 연대와 시대정신을 찾아야(김태중)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08-20 14:51
조회
818

김태중/ 인권연대 운영위원


1980년 5월, 저는 전라남도 광산군 송정리(현 광주 광산구 송정)에서 초등학교 2학년 때 5·18을 경험했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아 좋다는 생각밖에 없던 나이였지만, 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시민군을 처음 본 곳은 광산경찰서 앞마당이었습니다. 이미 경찰은 자취를 감춘 채, 동네 꼬마들이 놀이터처럼 뛰놀던 공간이었지요. 그때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삼촌들’이 경찰 트럭과 무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나섰습니다. 동네 어른들은 그들을 향해 환호하며 빵과 음료를 나눠주었습니다. 무섭기도 했지만, 가슴이 벅차고 신기했던 그 장면은 제 어린 시절의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1991년 5월, 운암 나들목 부근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고(故) 강경대 열사의 운구행렬이 광주로 들어오던 날, 운암동 주공아파트 부녀회 어머니들이 학생과 시민들에게 김밥과 음료를 퍼 나르고, 이불솜까지 내어주셨습니다. 아저씨들은 초코파이와 담배를 던져주며 학생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날 밤 강경대 열사는 시민들의 품에 안겨 도청 앞에서 노제를 마친 뒤 망월동에 잠들었습니다.

 


<출처> 오월걸상 블로그  6호 오월걸상(2023.05, 제주 서귀포시청, 김영훈 작가)


 제주의 사월이 광주의 오월을 품어, 서귀포시에 여섯 개의 걸상이 둥글게 자리했습니다. 하얀 배경 위로 다섯 번째 오월걸상에 나서주신 홍성담 화백의 판화 작품 '촛불행진'의 주먹밥을 나누는 여인과 제주 4.3의 상징 동백꽃이 어우러집니다. 걸상 앞 늠름한 상수리나무 사이로 해가 비추면, 정말 평화의 햇살이 머무는 듯합니다.


 

이 두 장면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5·18의 주먹밥이나 91년의 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불의에 침묵하지 않는 남도민들의 연대와 공동체 정신의 상징이었음을 말입니다.

동학농민혁명, 구한말 의병, 여순항쟁, 암태도 소작쟁의 등 굳이 멀리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근현대사 속에서 남도민은 언제나 불의에 맞서고 공동체적 연대를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한 힘이 이어져 우리는 5.18민주화항쟁, 6월항쟁,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정권교체, 그리고 윤석열의 12.3내란을 막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광주의 모습은 어떤가요?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하고, 민주화의 성지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과 관가, 시민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 명성에 걸맞은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년 5월, 성지순례의 마음으로 광주를 찾는 이들에게 보여줄 평화·연대·공동체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는가 하는 의문도 남습니다.

복합쇼핑몰 유치가 대선 공약으로 오르내리고, 지역 정치는 건설·토호 세력에 얽혀 요동칩니다. 최근 8.18자 뉴스를 보셨나요? 민주당 권리당원 신규 신청 30만 건이 접수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명부 거래, 매표 행위일 뿐이라는 것을. 이처럼 광주는 지금 리더십과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도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문제의 해법이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고 봅니다.

광주·전남이 잠시나마 변화를 경험했던 시기는 2010년대 초반, 민주노동당이 선전하며 기존 정치 지형에 균열을 냈던 때였습니다. 기초·광역의회에서 토호 세력을 견제하며 작지만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었을 때, 시민들은 “정치가 변할 수 있구나”라는 희망을 품었니다.

지금 필요한 것도 그와 같은 변화입니다.

민주당은 광주·전남을 무공천 지역으로 선언해야 합니다. 그 속에서 지역 청년, 여성, 평화·인권·진보 세력이 전면에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광주 정치 변화를 위한 첫 단추이자, 시대정신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변화의 첫 단추입니다.

 

김태중 위원은 현재 의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