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권혁용(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태중(병원장),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서보학(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항녕(전주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교수), 이재승(건국대학교 법전문대학원 교수), 임아연(주간함양 편집국 부국장),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장발장은행장)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 글을 씁니다.

당신들은 정녕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은가?(김희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5-01-31 11:12
조회
1191

김희교 / 인권연대 운영위원


 약 1년쯤 전에 미국 샌디에고에서 몇 달을 머문 적이 있다. 샌디에고는 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도시로 늘 꼽히는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였다. 약 10년전쯤 연구년을 계기로 그 근처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기억이 너무 좋아 그곳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거기는 이미 10년전의 그런 샌디에고가 아니었다. 평온했던 도심은 노숙자들이 완전히 점거하여 대낮에도 보행조차 자유롭지 않았다. 마약을 한 것으로 보이는 행인을 목격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자주 총기 사고가 나서 밤에는 나 다닐 수 없는 도시가 되어 있었다. 밤에는 여기 저기서 총성이 들리곤 한다.


 국민의 힘 의원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 정녕 당신들은 그런 나라에 살고 싶은가? 생각이 다르다고 백주대낮에 백색테러가 자행하고, 자신의 뜻대로 하기위해 법조차 무시하고 상대 방에게 총기를 들이대고 복종을 강요하고,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서스럼없이 폭력을 사용하는 그런 나라를 당신들은 정말 만들고 싶은가?


 지금 서울 거리에는 수많은 외국인이 활보하고 있다. 그들에게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 박수 쳐 주고 싶은 나라, 친절한 나라, 안전한 나라이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은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피 땀 눈물을 흘리며 고생해 K-pop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미 문화제국이 된 대한민국은 전세계인에게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어 있다. 전쟁을 극복하고 단기간에 민주주의를 완성한 한국은 박수쳐주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다. 와보면 사람이 사람에게 따뜻하게 대하는 조상으로부터 물러받은 전통을 고수하고 있는 친절한 나라임을 느끼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24시간 안전하게 어디든지 갈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많지 않다. 우리는 짧은 기간에 그런 매력적인 나라를 만들어 놓았다.


 응원봉을 들고 거리를 나선 2030 청년들은 이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당신들이 싫어서 나선 것도 아니고, 좌파가 되서 우파를 청산하기 위해 나선 것도 아니다. 그저 자신들이 누리는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나선 것이다. 그들은 자랑스러운 K-pop의 나라를 키워고, K-culture의 구성원이었다. 그들이 지금의 민주주의를 만든 주역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민주주의가 자신들의 일상을 얼마나 평화롭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지를 체험한 세대이다. 같은 아티스트를 응원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이방인들에게 아무 댓가없이 도움을 준 연대를 경험한 세대이기도 하다. 홍대와성수동, 그리고 용산은 이방인들이 모여 공생하고 연대하는 그들의 새로운 세계였다. 그런 새로운 세계를 살아 본 경험이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들이 피 땀 눈물로 만들어 놓은 그런 자랑스러운 나라를 파괴하려하는가? 대통령을 지킨답시고 국회에 총기를 들고 난입하고, 당신들이 원하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고 법원을 때려부수는 당신들은 이미 그런 나라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당신들은 유럽 어느 골목에서 한국인이 당했던 인종주의 폭력을 한국의 대로를 지나가는 관광객에게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탱크가 거리에 나다니고, 백색테러가 자행되는 한국은 K-culture의 나라가 아니다. 각국의 대사관들은 이미 한국 여행 주의보를 내렸다.


 묻고 또 묻고 싶다. 당신들이 “반국가세력”을 소탕한답시고 총을 들고 국회에 난입하여 국회를 진압하는데 성공했다면, 한남동 공관을 방어한다고 영장을 들고 온 공수처에게 총기를 사용했다면, 서부 지법을 침탈해서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붙잡았다면 당신들은 당신들의 나라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 믿는가? 총은 당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서울의 봄을 보라.당신들이 총으로 국회 장악에 성공했다면 당신들에게 저항하고 시민을 대변하는 또 다른 무장세력이 당신들에게 총을 겨누었을 것이다. 당신들이 국회를 장악했다고 하더라도 당신들의 나라가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란으로 쑥대밭이 되는 나라만 남을 뿐이다.


 서부지법 판사가 당신들의 우두머리를 석방했다고 해서 당신들의 나라는 건설되지 않는다. 김용현이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던가? 당신들의 힘은 이미 ‘중과부적’이다. 역사는 쉽게 거꾸로 가지 않는다. 총기와 장갑차를 손으로 막은 시민들이 있고, 국회를 총으로 진압하는 것이 불법임을 알고 비폭력 저항을 선택하는 군인이 있고, 지켜야 할 것은 윤석열이 아니라 이나라 대통령임을 아는 경호처 직원들이 있다. 그들이 이미 대세이다. 검사들을 동원하여 반국가 세력을 소탕하려다가 실패하자 군인을 손을 잡았고, 그것마저 실패하자 법원을 테러하는 일을 자행해 권력을 잡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권력이 유지될 성 싶은가? 부디 역사의 대세를 읽어라.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묻고 싶다. 만약 어쩌다 성공하여 반국가 세력이 없는 당신들의 나라를 세우면 그런 나라에서 당신들은 행복할 것이라 믿는가? 그렇다면 미국을 한번 가보라. 트럼프대통령 만나러 가서 얼굴도 한번 못보고 텔레비젼 화면이나 쳐다보고 있다가 오지 말고 비버리힐스나 한번 가보라. 한 때 미국의 천당이었던 부자동네 비버리힐스는 이제 노숙자들의 주거지로 변했다. 부자들이 몇 겹의 바리케이트를 치고 성을 쌓아도 밀려들어오는 노숙자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아무리 잘나가도 1000평짜리 감옥에 평생을 사는 것이다. 당신들은 지금 그런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 나라에서는 당신들도 감옥살이를 할 수 밖에 없다.



 당신들에게도 권력이 있고, 총이 있고, 동원할 수 있는 세력이 있기에 내란과 폭동으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반동의 시대로 끌고 갈 수는 있다. 그러나 결코 당신들이 원하는 ‘반국가 세력’이 없는 그런 나라를 세울 수는 없다. 이미 광장의 시민들은 당신들과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세계를 그리며, 그런 세계의 달콤함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한번도 등장하지 않은 전혀 새로운 주체이다. 언제든지 당신들이 부러뜨릴 수 있는 단 하나의 깃발 아래 있지 않다. 수백 수천개의 깃발 아래 뭉쳐 있어 권력으로 통제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세력이다. 당신들이 그들에게 반국가 세력이라 딱지 붙이고 그들과 싸우는 이상 당신들은 어디에서 나오는 지도 모르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도 모르는 전혀 새로운 저항세력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당신들은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가? 그들에게 항복하라. 그리고 대세에 추종하라. 그런 나라가 당신들에게도 빛이 될 것이다. 부디 이제 항복하라.


김희교 위원은 현재 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