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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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산책’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수요산책’에는 강대중(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도재형(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상경(인권연대 회원),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윤동호(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이동우(변호사), 이윤(경찰관), 이재환(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책임관), 장은주(영산대학교 성심교양대학 교수), 조광제(철학아카데미 대표)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김앤장 공화국...한덕수, 박진은 계속된다(박록삼)
박록삼 /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한덕수 총리는 노무현 정부, 윤석열 정부 두 정부에 걸쳐 국무총리를 지낸 인물입니다. 처세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의 무색무취한 성격이 한 몫을 했겠지요. 여야 가리지 않고 권력과 코드를 맞추는 데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긴 합니다. 물론 하바드대 경제학 박사 학위와 더불어 경제 관료로서 오랜 시간 쌓아온 실무적 전문성이 높이 평가받은 덕분일 수도 있고요. 어떤 이유에서든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해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쉬지 않고 차관급 이상 정무직을 계속 맡아온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 총리에 관해 더욱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익히 알려진 부분입니다만 한 총리와 김&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의 관계 얘기입니다.

한 총리는 2002년 김대중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직을 마친 뒤 몇 달 지나지 않아 김앤장 고문으로 첫 인연을 맺습니다. 이 기간 IMF 시절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뒤 먹튀 비판을 받은 론스타를 김앤장이 법률대리하며 한 총리의 법률 자문 여부에 대한 논란이 크게 일었죠. 그리고 김앤장을 잠시 떠난 뒤 노무현 정부 거의 대부분 기간에 걸쳐 국무조정실장, 재정경제부 장관, 국무총리로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 한국무역협회회장 등을 지냈고, 그러다가 2017년 다시 김앤장으로 들어가서 2022년 3월까지 꼬박 3년 4개월 동안 고문으로 일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들어와 지금까지 공직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기간 동안 김앤장에서 고문료로 18억원을 받았습니다. 한 총리는 이미 사표를 냈으니 또다시 김앤장으로 들어갈지 궁금합니다.
그럼에도 한 총리 사례는 약과일지 모릅니다. 외교부 공무원 출신인 박진 전 외교부 장관은 지금까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김앤장을 들락날락거렸습니다.
김영삼 정부 대통령실 해외공보비서관, 정무기획비서관 등을 마친 뒤 1998년부터 1999년까지 김앤장에서 고문으로 근무합니다. 그리고 뉴욕대 로스쿨에 잠시 다니다가 2000년 8월 다시 김앤장으로 복귀해 2001년 5월까지 고문으로 근무합니다. 이후 이회창 총재 특보로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16~18대에 걸쳐 국회의원을 지냈습니다. 19대 총선에서 낙선하자 역시 ‘친정’과도 같은 김앤장으로 복귀합니다. 2012~2016년 김앤장에서 근무하는 동안만 10억원 가까운 고문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세 차례에 걸친 고문료는 15억원이라고 박 전 장관 스스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 총리도 그렇지만, 아무튼 이쯤되면 박 전 장관 스스로 김앤장이 본 직장인지, 공직이 본 직장인지 헷갈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장관직도 끝났고 22대 총선에서도 낙선했으니 그가 이제 어디로 돌아갈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입니다.
지독한 회전문 인사입니다. 공직→김앤장→공직→김앤장→또 공직... 이 무한 반복의 역할 교대 속에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이 담보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순진하기 짝이 없을 뿐입니다.
한 총리와 박 전 장관 사례만 얘기했지만, 김앤장과 대한민국 고위 공직자의 유착 정도는 끈끈하다 못해 본말이 헷갈릴 정도로 광범위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외교부 등 어지간한 정부 부처 출신 등을 모두 망라합니다. 변호사 아닌 공직자 출신의 고문들만 100명이 훌쩍 넘어간다고 합니다. 김앤장이 공직사회에서 오랫동안 봉사한 이들에게 기꺼이 연봉 몇 억원씩을 쥐어주는 것이 존경과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하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더욱 큰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이들을 로비스트처럼 활용하기 위해서일까요? 연 매출 1조 3000억원의 로펌인 김앤장이 정부 부처와 고작 몇 백 만원 짜리 법률자문 용역 계약을 맺는 것은 더욱 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밑그림을 그리기 위한 복안일 것입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시스템이 있긴 하지만 법과 시행령, 규칙 등만으로 이들의 김앤장 등 대형 로펌행을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법이 허술하고 부실하니 법령에만 근거해서 심사하다보면 눈 뜨고 코 베이듯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몽땅 맡겨온 격입니다. 이해관계자들이 법을 만들어서 자신의 훗날을 보장받으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권자 시민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감시하면서 김앤장 공화국 건설 의도를 지적하고 비판하며 궁극적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뒷북 치듯 반복되는 제2, 제3의 한덕수, 박진을 목도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