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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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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실천시민연대, 팔레스타인, 미얀마, 뚜라(강국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5-22 15:42
조회
1559

강국진 / 인권연대 운영위원


인권연대가 어느덧 창립 25주년이다. 자연스레 인권연대를 처음 알게 된 게 언제였나 기억을 되새겨 보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2003년 늦가을쯤이었다. 정확한 날짜야 당연히 알 수 없다. 그래도 화요일이었다는 건 분명히 기억한다. 당시 인권연대가 매주 화요일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한 선배와 만나기로 했는데 마침 그날이 화요일이었고, 그 선배는 자신이 일하는 시민단체에서 여는 집회 끝나고 점심을 같이 먹자고 했다. 그 시민단체 이름이 인권실천시민연대라는 것도 나중에 알았다.


한국은 참 폐쇄적인 사회다. 섬보다 더한 섬이라 그런건지도 모르겠다. 국제문제에 참 관심도 없다. 많은 미국인들이 세계지도에서 미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모른다며 미국인들의 지리지식을 비웃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그럴 때마다 묘한 느낌을 받는다. 내가 만나본 수많은 한국인들이 세계지도에서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정도 지리지식밖에 없기 때문이다. 누가 누굴 나무라는 건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대학 졸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한국사회에서 나름대로 똑똑한 집단으로 평가받는 사람들한테서 “캐나다가 미국 서쪽에 있는지 남쪽에 있는지 헷갈린다”거나, “베트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농담처럼 들리겠지만 100% 사실이다.)


그런 나라에서 팔레스타인이라니. 한국 사람 가운데 팔레스타인에 가보기라도 한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 것이며,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지 의문인데, 그런 ‘낯선’ 사람들을 위해 매주 화요일마다 쉬지 않고 ‘화요캠페인-이스라엘은 학살을 중단하라! 팔레스타인에 평화와 인권을’이라는 긴 제목을 가진 캠페인을 한다고 하니 무척이나 낯설어보였다. 그렇게 인권연대라는 단체와 알게 됐다. 


화요캠페인은 2004년 5월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딱 100회를 맞는 2006년 4월 캠페인을 마무리했다. 이스라엘의 가혹한 점령통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민간인 피해가 국제뉴스를 장식하는 2024년에 당시 캠페인을 다룬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 이게 과연 20년 전에 쓴 게 맞는지 혼란스러울 정도다.


화요캠페인을 떠올릴 때마다 뚜라를 생각하게 된다. 1988년 일어났던 8888항쟁 당시 학생운동가로서 활동했고, 탄압을 피해 1994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한 뚜라는 당시 ‘버마행동’이라는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참 열심히 활동했다. 미얀마 ‘민주화’ 이후로는 고국으로 돌아가 가족도 이루고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군부 쿠데타 이후 다시 총을 잡고 밀림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뚜라 사령관’이라니. 


뚜라는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캠페인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당시 그가 했던 말을 옮겨본다. “한국은 잘 사는 나라입니다. 여러분이 좋은 땅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지금도 한국에서 멀지 않은 버마에서, 팔레스타인에서 누군가 고문당하고 박해받고 죽어가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주십시오.”


팔레스타인과 미얀마, 뚜라를 생각하면 과연 세상에 진보란 있는 것인가 회의감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기에 세상이 조금씩 전진한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그런 과정에 인권연대라는 꾸준히 초심을 잃지 않는 단체가 있다. ‘인권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꾸는’ 인권연대의 25주년을 축하한다.


강국진 위원은 현재 서울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