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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호필이 우리나라에 오면 투표할 수 있을까요?(서울신문 블로그, 김민희기자, 08.3.26)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04:57
조회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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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에 나오는 '석호필'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 죄수일 겁니다. 물론 드라마 안에서의 얘깁니다만.

총선을 2주일쯤 앞둔 지금, 저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석호필 같은 재소자에게는 투표권이 있을까요?

답을 좀 찾아봤습니다. 정답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입니다. 미국의 경우 2년 이상 형을 선고받은 중죄인에게는 투표권 같은 기본권을 제한합니다. 2년 이하일 경우 투표를 할 수 있죠. 석호필이 몇년형을 선고받았는지 드라마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형을 구하려고 일부러 은행을 털었으니 그렇게 형량이 높지는 않으리라 봅니다(아아 이런 근거없는 억측을 용서해 주셔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요?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기결수에게는 투표권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석호필이 한국에 와서 투표를 하려고 해도 절대로 못한다는 얘기죠.

왜 기결수는 투표를 할 수 없을까요? 근거는 '공민권 박탈'이라는 개념에 있습니다. 자세한 건 저도 모르니 핵심만 요약하면, '죄지은자 국민도 아니다'라는 겁니다. 죄지은 사람은 사회와 격리시켜야 하니 투표권 같은 기본권도 죄다 박탈해야 한다는 논리죠. 국가의 일에 대해 공적인 권리를 갖고 있다는 뜻의 이 공민권은 18세기 영국에서부터 생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죄지으면 국민도 아니다'는 이 논리는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 온듯합니다. 200년 전 논리를 내세워 기결수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거니와, 기결수를 '격리의 대상'이 아니라 '교화의 대상'으로 보는 요즘의 사회적 시각과도 괴리감이 있는 탓이지요.

사실 고백하자면 '기결수에게 참정권을'이라는 주제로 기사를 썼더랬습니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킬된 기사여서 노트북 한켠에 고이 모셔만 놨는데, 총선철을 맞아 블로그에라도 올려야겠다 싶어 먼지를 탈탈 털어 글을 올립니다. 얼마 전 제가 쓴 총선 특집 기사엔 일부만 나갔더랬습니다. 부디 기결수 참정권 문제가 공론화돼서 우리 사회의 인권감수성이 좀 더 촉촉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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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결수에게도 참정권을

제15대 총선 선거일인 1996년 4월11일.심정철(61·가명)씨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여러가지로 참담한 심경이었는데,선거권마저 없으니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습니다.나는 대한민국 국민도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심씨는 그날 투표를 하지 못했다.그해 2월 공전자기록불실기재죄로 1년형을 선고받고 충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기결수였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18조에 따르면 3만1094명(10월29일 현재)에 달하는 기결수에게는 선거권이 없다.1994년 각종 선거법이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으로 통합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다.이에 대해 ‘죄를 지었다고 기본권인 참정권마저 박탈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해외에서도 기결수에게 선거권을 점차 허용하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기결수 선거권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02년 6월이다.강도상해죄로 징역3년6월형을 선고받고 영등포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던 김모(46)씨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김씨는 ‘6·13 지방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헌법 24조의 참정권을 침해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헌법재판소는 2004년 3월 “기본권 제한이 과잉금지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하지만 김영일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내 “수형자가 범법행위를 저질러 자유를 박탈당하는 것 외에 별도의 기본권인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2년 뒤인 2006년 2월 법무부 정책위원회가 기결수에게 선거권을 주는 방안을 담은 로드맵을 발표하며 이 문제는 다시 쟁점이 되는 듯했다.그러나 1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관련기관인 법무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현재 내부논의는 없다.앞으로 논의할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선관위 관계자는 “개정의견을내지 않았다.법무부에서 올해 5월 공직선거법 관련해서 개정의견을 냈지만 기결수 선거권 문제는 포함돼있지 않았다.“고 밝혔다.입법기관인 국회도 냉담하다.17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총 104건 제출됐으나 그중 선거권과 관련된 법안은 2005년 8월 구논회의원(작고·당시 열린우리당)이 발의한 안이 유일하다.그마저도 선거범의 선거권을 인정하자는 내용이어서 기결수와는 상관이 없다.

전문가들은 기결수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기본권 침해일뿐 아니라 수용자들의 교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다.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범죄를 저질렀으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은 전근대적”이라며 “사회 교화를 위해서도 기결수에게 투표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피선거권은 몰라도 선거권까지 제한해야 되는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선거권 제한이 상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있다.이상석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물론 수용자 인권은 보장돼야 하지만 선거권이 최우선적 가치인지는 의문”이라며 “논의가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곧 헌법이므로 존중해야 한다”며 “잘못을 저질러 처벌받고 있는 사람이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용자에게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대세였지만,점차 선거권을 부여하는 추세다.영국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정부가 협의회를 구성해 선거권 허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원래 영국은 유럽회의(EC)51개국에서 헝가리,러시아 등과 함께 수용자의 공민권을 자동적으로 박탈하는 9개국 중 하나였다.논의의 시작은 2001년 존 허스트(John Hirst) 등 3명의 기결수가 투표권 제한이 유럽인권법과 모순된다며 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한 것이었다.법원은 “수용자 선거권에 관한 논의는 국회 소관이지 법원의 일이 아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그러자 존 허스트는 2004년 3월 유럽인권재판소에 사건을 가져갔고,이와 동시에 감옥개혁연대(Prison Reform Trust)와 영국전과자연합인 언록(Unlock)이 ‘공민권 박탈이라는 19세기 잔재를 청산하고 수용자에게 선거권을 보장하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유럽인권재판소는 영국 정부가 자유선거를 보장하는 유럽인권조약 3조1항을 위배했다고 판결하고 수용자에게 선거권을 허용할 것을 권고해 영국 내에서 공론화를 이끌어냈다.

다른 나라의 경우 기결수 선거권은 폭넓게 허용되고 있다.네덜란드,스페인 등 유럽회의(EC)소속 18개국은 아예 선거권 제한이 없다.프랑스와 독일에서는 투표권 박탈이 부가형(additional punishment)이다.남아프리카공화국은 1999년,캐나다는 2002년 판결을 통해 기결수에게 투표권을 허용했다.호주와 뉴질랜드,미국은 형량에 따라 중죄인에게만 투표권을 제한하고 있다.

찬성이든 반대든,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기결수의 선거권에 대한 공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김두식 한동대 법대 교수는 “과거에는 수용자들의 투표권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았다.그러나 이제 수용자 인권 차원에서 접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지난해 법무부 정책위원장으로 로드맵을 만들었던 최병모 변호사는 “기결수 선거권은 마이너리티 보호의 한 부분”이라며 “법무부가 개정안을 내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홍만표 법무부 홍보관리관은 “정책적인 선택의 문제다.어떤 게 옳다 그르다고 할 수 없다.앞으로 국민 여론이 고조되면 고려해 보겠지만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용어설명
*기결수* 징역형·금고형 등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된 사람.
*미결수*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사람.즉 형의 확정을 받지 않은 사람이다.기결수와 미결수를 아울러 수용자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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