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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리 공개'에 다시 불거진 논란...그 얼굴 봐야할까 (오마이뉴스, 2019.06.1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6-11 15:02
조회
511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신상공개 후 경찰도 '2차피해'우려... "원칙 불분명, 제도 불안정"


올 들어 세 번째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전 남편을 잔혹하게 살해한 고아무개씨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제주지방경찰청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결정 다음날인 6일, 처음 취재진에 모습을 드러낸 고씨는 머리를 풀어헤친 채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마침내 그의 얼굴이 카메라에 잡힌 것은 7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던 때였다.


수사기관에서 피의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다. 그전까지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었고,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경찰청 훈령 461호)'은 피의자의 초상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정부는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아래 특강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부산 여중생 살인사건 피의자 김길태의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2010년 4월 15일 해당 조항이 공포된 이후 첫 신상공개는 대낮에 초등생을 납치한 후 성폭행 한 김수철이었다. 이후 경찰은 2012년 오원춘(수원 토막살인 사건), 2016년 조성호(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2017년 이영학 등 법 개정 후 모두 피의자 20명의 신상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아직 판결이 확정 나지 않은 사람은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고아무개씨 등 5명이다.

그 사람 얼굴 공개했더니...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결국 신상공개 제도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라며 사건 발생현황과 관계없이 신상공개가 들쑥날쑥하다고 지적했다.그런데 지난 7일 제주지방경찰청은 페이스북에 "제주에서 발생한 '전 남편 살인사건'과 관련하여 피의자나 피의자 가족의 신상 정보 등을 게시하거나 유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제주경찰청은 또 수사기관이 공식 확인하지 않은 범행수법이 온라인에서 급속도로 퍼져 혼란을 야기한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해당 정보들을 가려달라고 요청했다. 신상공개의 부작용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지금까지 신상공개가 이뤄진 20개의 사건은 모두 살인범죄(1건은 강도살인미수)였다. 그런데 대검찰청 <2018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1년에는 살인범죄가 1221건이나 발생했지만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공개가 아예 없었다. 2017년에는 858건이 발생했지만 피의자 4명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2008~2017년 동안 대체로 살인범죄는 감소했지만 신상공개는 그와 연관성이 불분명하고 사건 발생 추세와 맞지 않는다.


오 사무국장은 "이번 공개도 '흉악범 얼굴이 굉장히 평범하게 생겼다' 말고는 실익이 없다"며 "신상공개한 사람들은 한 번 들어가면 한참 동안 복역하기 때문에 재범 우려도 없다"고 했다. 이어 "아직 잡지 못한 범죄자들 수배전단으로 신상공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미 검거한 피의자 신상공개는 제도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이랬다저랬다 하면 국가가 초라해진다"고 말했다.


제도 자체의 한계도 있다. 특강법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상공개 근거만 규정했고, 다른 규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다. 경찰 지방청마다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린다지만, 다른 기관의 통제를 받거나 당사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그나마 '구속영장 발부 이후 공개'를 원칙으로 했지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이미 실명이 알려진 피의자의 경우 충분한 증거가 확보했다면 영장 발부 전에라도 공개 가능하다.


이용우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재량에 맡긴 셈이라 남용 가능성이 있다"며 "법제도적으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 고씨 변호인은 법원에 신상공개 집행정지를 신청할 뜻도 밝혔지만 이름과 얼굴 등은 일단 공개하면 끝이다. 이 변호사는 "수사단계에서 여론 때문에 피해자의 신상공개가 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적절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권한·이의절차 문제 등 여전히 남아

익명을 요청한 범죄학자는 "신상공개는 법원이 정하는 성범죄자 경우처럼 이름, 얼굴, 범죄이력 등을 인터넷 등으로 공개하는 것"이라며 "(권한이 없는) 경찰에서 강제적으로 하다보니 원칙은 불분명하고 제도는 불안정하고, 여론이 끓는 사건만 공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증거가 충분하고 구속된 경우라면 굳이 경찰이 가려줄 필요가 없고 언론도 과도한 사생활 침해가 없도록 보도하면 된다"며 서로 적절한 선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이 학자는 "고씨 경우도 경찰이 공개한 것이 아니라 경찰서 내부에서 기자가 그의 동선을 따라 찍은 것"이라며 "다들 기준을 지키지 않다 보니 이런 식의 월권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박소희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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