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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호] 고등교육, 어디로 가야하는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1-20 10:04
조회
335

강화정/ 산마을고등학교 교장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정해진 축구 경기 시간처럼 3년 안에 뭔가를 빨리 정해야 하고 끝내야 하는 것이 아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코로나 펜데믹에서 이젠 어느 정도 일상을 찾아가고는 있지만, 아직 변이바이러스는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새로운 바이러스들이 계속 다가올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과도한 개발과 쓰레기로 환경을 오염시키며 생태환경을 변화시키는 인간이 바이러스일지도 모른다. 지구가 코로나 같은 바이러스를 전령 삼아 인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고, 이러한 상황에서 미래세대들을 위한 학교 교육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방향 점검과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강화도 산마을 고등학교에서 열린 인권연대 '청소년 인권학교'


 

학교의 존재 이유를 고민할 때


 

학교 교육은 만남으로 시작한다. 서로 눈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정서를 나누고 함께 행동하며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만남이 통제된 교육은 형식적으로 흐르게 된다. 원격수업으로는 다양한 체험활동이나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가 어렵고, 특히 학교의 방향이 입시 중심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코로나와 독감 등으로 집에 있는 날이 늘면서 학생들은 묻고 있다. “검정고시를 보고 인터넷 강의와 사교육으로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학교에 다녀야 하나요?”


 

이제 학교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평면적 지식주입에 머무르지 않고 입체적인 사고를 할 기회와 더불어 삶 속에서 경험하는 것들을 정리하고 배운 것을 삶으로, 실천으로 내보낼 실험을 보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와 관련해서 백신과 방역, 치료에 집중하고 안심하는 것이 아니라 왜 기후위기가 도래하고 있는지,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이 무엇인지, 기후변화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힘든 것은 아닌 이유는 무엇인지, 앞으로 자연은 왜 풍경이나 배경만이 아닌 교육의 전경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입시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가 배우며 생각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평화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명분으로도 이제 전쟁은 안 된다. 컴퓨터 전쟁게임처럼 쉽게 다시 부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살펴보면, 지역 곳곳에 지난 전쟁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다. 전쟁은 약자들이 더욱 희생을 당하게 되고, 사이좋게 지내던 같은 마을 사람들끼리 편이 나뉘어 서로를 대상화하는 비극으로 남기도 한다. 안전과 평화가 보장되지 않은 곳에서 인권은 더욱 위험해지기에 인권교육은 평화교육이 먼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인 은 어떤 특정한 상태에서 질량은 에너지로, 에너지는 질량으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작은 물건도 엄청난 에너지가 잠재한다는 것이다. 이 아름답고 멋진 수식이 안타깝게도 전쟁의 도구인 원자폭탄 제조에 사용되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원자폭탄을 일반인에게 사용하지 않도록 호소했지만, 폭탄이 투하된 곳의 상황은 인간과 자연 모두에게 폭력적이고 참혹했다.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생명을 집단 학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요즘 화제가 되는 어떤 드라마는 학교폭력 피해자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폭력은 폭력을 행하는 개인의 특성과 더불어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인 부분을 함께 봐야 하고, 학교에서는 대응 매뉴얼 차원보다 예방적 차원에서 구조적 문화를 미리 파악하고 공동체를 세우려는 계획이 우선 되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이 특정 교과 교사나 특강 강사의 수고로만 이루어진다면 형식적이고 제한적으로 된다. 일상 속에서 특정 교과를 초월하여 교육과정과 교육 활동에 녹아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공동체나 크고 작은 문제와 갈등은 있다. 오히려 갈등이 없는 곳이 폭력이 숨겨진 곳일 수 있다. 다양성을 포용하며 사랑과 자발성으로 연대하는 공동체, 각자 책임 의식을 가진 공동체가 지속가능하고 건강하다. 관계 방정식의 기반에는 신뢰, 공감, 소통이 변수이며 가정과 학교 영역에서 상호작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익숙해진 것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부터가 시작이 될 것이다.


 

학교에서 진로 교육의 방향은 자기 이해가 먼저이다.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이 중요하다. 자신이 진정 원하고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내면을 들여다보고, 공감과 협업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가고 자신이 길을 찾아가도록 훈련하고 실험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하여 물려주어야 할 것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그리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개개인의 잠재력이 발현되고 이러한 세상에서 인권이 보장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더 힘들었던 사람들은 약자였고,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는 이들도 폭염 가운데 집에 선풍기조차 없던 분들이었다. 전쟁에서 폭력의 피해를 보는 사람 또한 약자들이다. 정답게 살던 마을 주민이 갑자기 서로 적이 되고 후손으로 대물림되는 비극은 이제 끝나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AI가 앞으로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까.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평생 고민하며 공부해야 할 과제이다. 결국, 진로 교육은 졸업하고 나서도 이어지는 철학의 문제이며 평생 교육과정이다. 학교 교육에서도 진로 교육은 특정 과목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 속에서 맥이 같이 흘러가야 하며 결국 학생들의 재학 기간은 진로 교육의 과정이 된다. 정서적인 교감과 생각을 나누는 소통과 협력의 공간,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배울 수 있는 안전한 장소가 되어줄 때 학생들은 왜 학교에 다녀야 하는지 의미를 찾게 될 것이다.


 

학교 울타리를 넘는 교육이 필요


 

공자가 말한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은 지식과 사고에 위계가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조화롭게 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 교육의 방향은 지식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사고하는 힘을 키우게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스스로 서도록 돕는 것이다. 교실은 교과와 활동에서 많은 도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실험실이다. 학교의 방향은 학생들이 단편적인 지식의 전수, 입시나 취업 문제 풀이만을 통해 사회에 나와 병들어가는 지구와 소외된 이들은 외면해버리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사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함께 하는 이들과 공감, 소통, 협력하며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며 살 수 있도록 배움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 전환의 과정에 학교의 틀을 벗어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 공간을 넘나들며 마을과 지역으로 교육 플랫폼이 확장될 때, 생태적 인식을 갖추고 민주시민으로 향하는 교육실험이 더 다양해지고 구체화 될 것이라 믿는다.


 

#월간 #인권연대 #학교 #교육 #방향 #존재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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