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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호] 전광훈, 위험한 폭탄이 되고 있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5-24 09:55
조회
255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이사


공안정국이 본격 시작되고 있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나선 날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했다. 전광훈 목사의 주장이다. 민노총 세력의 반국가 행위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황당무계하다. 노동절에 있을 시위를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황당하고, 중차대한 국제외교전을 앞둔 상황에서 시위 걱정하는 대통령실 관계자가 있다는 것도 황당하다. 또 그런 걱정을 검찰도 경찰도, 어떤 공직자도 아닌 한 사람의 일반인에게 ‘막아달라’고 부탁했다는 것도 황당하다. 한데 이런 황당한 주장이 전광훈의 터무니없는 허풍이라고 단언할 수만은 없다는 점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난처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지나치리만큼 강경한 공격적 반응을 내놓던 대통령과 그의 비서진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노동절 집회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벌인 반국가 행위라는 공식성명을 내놓았다. 이것은 전광훈, 그리고 그가 주장하는 대통령실의 민노총에 대한 인식과 일치한다. 검찰과 경찰은 노동운동에 대한 전면적인 초강경 수사극을 벌이고 있다. 정부에 대한 비판은 곧 북한의 지령 아래서 벌어지는 반국가 행위라는 확신이 대통령실, 국민의힘, 검찰, 경찰, 그리고 전광훈의 공통인식이다. 이른바 ‘공안정국’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노골적인 신호다.


신냉전체제와 공안정국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근 국제정치적 행보다. 국가수반으로서 경청하고 대변해야 할 국민적 합의를 너무나 손쉽게 타국에 양보하는 그의 외교 행보는 이 모든 것을 주고서라도 지켜내야 할 최상급의 가치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국가안보’가 그것이다. 여기서 ‘국가안보’는, 최근 안보의 현대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포괄안보’가 아니라 낡은 의미의 ‘군사안보’의 개념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것을 ‘한미일 삼각동맹(triangular alliance)의 강화’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국제정치학자들은 그것을 ‘신냉전체제’(Neo-Cold War regimes)라고 불렀다.


70여 년 전, ‘트루먼 독트린’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국제정치를 ‘냉전체제’로 리셋팅함으로써 미국의 국제적 패권 질서를 구축할 수 있었고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적 성장도 이룩해냄으로써 정치경제적으로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가 장기간 계속될 수 있었다. 중국이 그 체제를 해체할 수 있는 강력한 경쟁세력으로 부상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바이든이 꿈꾸는 미래는 그것을 재현하려는 것이겠다. 한데 이 트루먼의 냉전체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공안 정치를 불러일으켰고, 특히 그리스와 한국에서 정부에 의한 대량학살극이 자행되었다. 바이든의 신냉전 기획은, 만일 성공하게 된다면, 그런 참극을 재현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 중심 패권 질서의 재구축을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70여 년 전 제주와 여순 지역에서 이승만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윤석렬 정부는 빠르게 공안 정치로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출처 - NEWSM


극우 예언자 전광훈, 그는 너무나 위험하다


다시 전광훈 얘기로 돌아가 보자. 위에서 논한 대로 신냉전 체제적인 공안정국을 현 정부가 도모하고 있는 것이라면,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광훈에게 전화를 건 행위는 있을 법한 일이다. 전광훈은 시민사회 내의 ‘극우’ 진영의 상징적 존재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극우’든 ‘극좌’든, 그들은 ‘증오의 정치’를 추구한다. 내부에서 ‘적’을 색출하고 그들을 척결하려는 정치적 기획이다. ‘극좌’는 자산가나 지식인 등을 표적으로 공안 정치를 구현하곤 했고, ‘극우’는 공산주의자, 성 소수자, 소종파, 이민자 등을 ‘적’으로 낙인찍었다. 그런데 여기서 주지해야 하는 것은, 극우나 극좌의 증오의 정치는 열광주의를 통해 대중이 그 잔인한 공격성에 동참하게 함으로서 실현되었다는 점이다. 해서 대중의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예언자들’을 필요로 한다. 윤석렬 정부의 극우 정치 기획자들이 보기엔 전광훈은 바로 그런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모른다.


‘예언자’의 전형성을 표상하는 한 요소는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의 주류에서 벗어난 자라는 점이다. 가령 극우 정치의 사도였던 한경직은 예언자가 될 수 없었다. 그는 주류 중의 주류였다. 해서 그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대단한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었지만, 대중의 열광주의를 이끄는 존재가 될 수는 없었다. 반면 전광훈은, 개신교 주류집단으로부터 이단시된 존재였고 무식하고 무책임하며 부도덕한 지도자였다. 해서 그가 한기총 대표회장에 선출되었을 때 개신교 주류교단들은 어느 하나도 한기총에 기부금을 내지 않았다. 결국, 전광훈은 거리로 나왔고 아스팔트 극우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독선적이다.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대개 그렇듯이, 대화하는 자가 아니라, 일방적으로 선언하는 자다. 그의 화술은 ‘아이러니’적이다.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나 돈 굉장히 좋아해!’ 같은, 규범적 질서에서 도무지 수용할 수 없는, 부조화와 이율배반의 어법을 상투적으로 활용한다. 이것은 그를 싫어하는 이들이 폭넓게 형성되게 하지만, 동시에 그를 선호하는 이들의 충성심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나 더, 그의 화술은 끊임없이 증오와 분노를 촉발한다. 그의 연설은 욕설과 저주의 말로 가득하다. 또한, 대중의 상상적 동참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주의적 발언이 난무한다. “문재인 저놈을 모가지를 끌고 나와야 한다” “반드시 문재인 끌어내리겠다. 총동원을 명령한다” 같은 말에 대중은 함성을 지르며 열광한다. 그런 상황이 행동을 자극하는 요소들과 결합할 때 분노의 공격성을 발현하게 된다.


아스팔트 극우 인사들에게 예언자로서 부추겨진 전광훈은 최소 두 차례의 국민의힘 당원가입운동을 주도했다. 어떤 정치세력도 수용하지 못했던 ‘거리의 시위자들’의 기획 입당 러시가 일어났고, 그것은 윤석렬 현상의 한 축이 되었다. 해서 대통령실 인사 중 극우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것은, 정치인으로 준비가 부족한 윤 대통령의 극우적 정치기획의 배후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극우적 정치기획의 중심에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이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위에서 말했듯이, 공안 정치와 불가분 연결되어 있다. 공안 정치는 내부의 적을 색출하고 그 적에 대한 증오의 희열을 대중이 공유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총화를 구현하는 정치술이다. 검찰과 경찰은 적을 색출한다기보다는 법률적 발명의 기술을 발휘해왔다. ‘적’으로 낙인찍힌 이들은, 특별히 악하지도 특별히 선하지도 않은 평범한 시민의 일원이지만, 특별히 악한 적의 지령을 받은 하수인으로 발명된다. 이때 그 발명은 법률적 서사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전광훈 같은 예언자와 그의 추종자들은 그 발명된 ‘적’을 향해 분노를 쏟아붓는 담론의 장을 만들어낸다. 그 담론의 장은 유사시에 공격적 행동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농후한, 매우 행동주의적인 담론장이다.


예언자 전광훈은 위험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공안 정치적 기획과 맞물릴 때 그 위험 수치는 배가된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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