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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제37차 수요대화모임 지상중계 - 전환의 위기 극복은 경계의 재구성으로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5 16:12
조회
197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최근 사회운동의 미래에 대한 논의들이 많다. 노동, 환경, 여성 등 운동 전 부문에서 위기라는 인식들이 있는 것 같은데, 이러한 위기의식은 동시에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들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


  87년 체제의 전환적 위기
현재의 위기를 87년 체제의 전환적 위기로 보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서 형성된 체제를 87년 체제라고 했을 때 그 체제가 십몇 년이 진행되면서 포스트 87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오는 위기라고 생각한다.
이 위기는 세가지 측면이 있다. 첫째는 민주개혁의 진전과 실현이다. 87년 이후 다양한 민주입법이 만들어지고 정당개혁 및 의회개혁이 있었다. 국민의정부의 가장 큰 성과인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가 신설됐고, 2004년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하고 열린우리당이라는 중도자유주의정당이 다수당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진보정당의 원내진출도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 자체가 체제의 중요한 행위자로 부상했다.
둘째는 민주개혁 추진세력의 문제가 드러나는 것 같다. 저항의 미덕과 구별되는 통치의 미덕이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것 같다. 저항운동 할 때와 통치의 위치에 있을 때의 차이가 있다. 이는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보와는 달리 과거와 단절되어 있어 통치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미숙하지만 부패는 없다.
셋째는 민주개혁 자체의 내재적 한계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87년 체제하에서의 민주개혁이 이른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결합되어 전개됐다. 외환위기를 통해 보수세력의 통치력을 박탈했지만, 이 위기를 극복하는 전략이 신자유주의에 부응하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면서 민주적 통치세력이 신자유주의의 향유자가 됐고, 투명성, 민주성, 법치는 진전됐지만 동시에 계급적으로 훨씬 더 양극화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민중들은 형식적으로는 민주화가 진전됐음에도 불구하고 살기는 훨씬 더 팍팍해졌다고 느끼는 것이다. 결국 ‘계급의식 없는 계급사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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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결과로 과거 개발독재 말기에 보수세력이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면, 이제 87년 이후 한국사회를 주도해오던 민주진보세력이 위기에 처하고 있다. 이 위기는 기본적으로 미래적 비전의 고갈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거를 먹고 사는 집단’을 벗어나 새로운 의제를 개발하고 미래적 비전과 상상력을 내포하는 진보로 재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은 없다
심화된 계급적 불평등이 고착화된 사회에서는 국민과 시민을 얘기하기 이전에 계급적 분화를 전제로 사고해야 한다. 즉 계급적으로 분화된 국민이 전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대안을 논의할 때도 정치적・계급적으로 상이한 미래적 프로젝트가 필요하다. 개발독재 시대에는 반독재가 최대의 진보였고, 그 내부에는 자유주의적 진보세력과 급진적 진보세력이 상호 존재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조건은 자유주의적 세력은 시민운동으로, 신집권층으로 변화했고, 급진적 진보세력은 원내 정당으로, 합법적인 사회운동부문으로 변화했다. 이는 곧 ‘국가의 자유민주주의적 정상화’가 진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국민은 존재한다’. 계급적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도 어느 것이 국민적 프로젝트가 될 것인가 하는 경쟁이 존재한다. 개혁집권세력의 프로젝트가 혁신될 수 있다면, 민주개혁의 과제와 신자유주의적 도전에 개혁적으로 대응하는 형태의 프로젝트이어야 할 것이며, 급진진보세력은 개혁의 영역을 확장하고 신자유주의의 파괴성을 쟁점화하는 대안적 프로젝트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집권 개혁자유주의세력과 재야 진보세력의 입장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 정치적 위치가 다르다는 전제 위에서 고민하여야 한다. 단일한 진보는 없다. 다원적인 진보만이 존재한다. 중도자유주의적 프로젝트와 진보적 프로젝트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구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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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를 재구성하자
이러한 시기에 필요한 것은 민주개혁운동의 확장과 심화이다. 이제 진보는 소수자,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를 내재화해야 한다. 정치경제적 민주화에서 사회문화적으로 확장되어야 하며, 1인 NGO 등 생활영역에서 다양하게 제기되는 새로운 주제들도 포함할 수 있는 민주화로 확장해야 한다. 이렇게 경계의 고착화를 뛰어넘어 경계의 재구성이 ‘진보의 게토화’를 막을 수 있다.
아울러 국가와 시장의 민주화에 따라 시민운동이 요구하던 의제들의 상당부분 실현되었고 상대적으로 민주화되고 합리화된 국가와 시장을 대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제기형 운동에서 정책적 대안능력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덧붙여 민족주의적이고 국가주의적 진보를 넘어 세계주의적 진보로 전환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황우석 사건은 ‘순수한 애국주의’가 ‘국익론’을 징검다리로 해 어떻게 비이성적인 애국주의와 국가주의로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한국은 피해국가이면서 동시에 가해국가가 되고 있다. 12대 무역대국은 이제 세계적인 경제적 패권국가이기도 하다는 의미이다. 과거 피억압민족의 역사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평화인권공동체의 선도자이자 지원자가 되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시아는 세계의 각 지역 중에서 인권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해 아시아의 ‘인권레짐’을 실체화하려는 노력을 해볼 수 있다고 본다. 또 50년대 미국의 ‘평화봉사단’처럼 매년 일이천 명씩, 한 10년 정도 아시아 및 기타 지역으로의 봉사단을 파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한국 다국적기업의 노동탄압과 착취를 막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의 민주진보운동이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성찰적 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우파의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신을 국가주의와 편협한 민족주의를 넘는 운동으로 재구성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우리 안에 있는 보편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는 근대화론적 사고에 매몰돼 모방적 산업화를 진행하면서 과잉되게 서구의 기준에 맞추려는 의식이 있었다. 우리 운동의 역동성과 영향력 등 우리의 근현대사의 진통 속에서 세계적인 것을 찾아 보편화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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