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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호] ‘버마의 자유를 위해 당신의 자유를 나눠 주세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8 14:32
조회
243

박성현/ 가톨릭대 학생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소중히 간직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본적인 의식주뿐만 아니라, 꿈이나 희망이라는 것, 마음을 저리게 할 만큼 뭉클한 우정과 사랑도 사람으로서의 삶에 은은한 향기를 넣어주는 소중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소중한 것들의 소중함을 망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격동의 민주화 시대’와 무관한 듯 여겨지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민주주의나 자유의 소중함은 좀처럼 실감하기 어려운 주제이다. 왜냐하면 자유는 우리에게 공기만큼이나 당연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은데 권력의 보이지 않는 압력 때문에 하지 못하거나 통금시간을 정해놓고 일정시간 이후에는 일절 이동을 못하게 한다면 어떠할까. 언론이 정부의 입김에 의해 조작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면 국민은 허울뿐인 언론과 정부를 신뢰할 수 있을까. 헤어스타일과 의복이 규격화되고 획일적인 사고를 강요한다면 우리는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이런 상태에서는 자유의 소중함을 애써 강조하지 않아도, 온 몸으로 그리고 온 정신으로 자유를 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상이 아닌 대한민국의 과거 모습이다.


 역사는 ‘소중함’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은 주어진 시간과 공간의 그물속에서 항상 투쟁과 성취의 단계를 반복하며 달성돼 왔다. 자유와 평등이 대표적이다. 소중하다는 것! 그것은 어느 날 아침 우연히 내 손으로 굴러 들어온 것이 아니라 소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 앞에서, 이를 악문 각오와 눈물 섞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내고, 얻어내는 것이다.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우리는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자유를 위해, 민주화를 위해 군부독재와 맞서 싸우신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과 같은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20~30년 전 역사가 ‘오늘’의 역사인 곳도 있다. 바로 군부독재정권에 의해 신음하는 버마와 버마 민중이다.


 2006년 4월 2일 일요일. 여의도 광장에서는 버마의 민주화를 외치며 자전거 캠페인과 시청 앞 연날리기 행사를 위한 버마 노동자 분들과 뜻있는 각 단체의 회원들 그리고 시민들이 모였다. 이번 행사는 버마민족민주동맹(NLD)이 군부정권에 1990년 구성된 국회 활성화와 아웅산 수지 여사 연금 해제를 요구한 성명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자 기획된 것이다. NLD는 4월 17일까지 버마 정부가 답을 해줄 것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사실 나는 인권실천시민연대 봉사활동 대학생 자격으로, 이날 행사의 중요한 목적을 모른 채 그저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 청계천-종로-인사동을 경유하여 시청까지 갈 수 있다는 설렘으로 참여했었다.


 서울 도심에서 자전거를 탄다는 것이 중요하지, ‘왜’ 자전거를 타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행사를 마치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버마 노동자 분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기처럼, 물처럼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생각했던 나와 우리의 자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하고 절실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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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의 자유를 위해 당신의 자유를 나눠주세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참가자들의 옷에 적힌 이런 내용의 문구는, 자유란 잃어도 그만인 것, 먼지 낀 선반위에 장식품처럼 놓고 시간날 때 한 두번 쳐다보며 자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현재 버마의 현실과 군부독재의 만행을 자세히 설명해주던 그들은, 한결같이 버마인들에게 자유와 평화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조국 버마에 주는 선물이 바로 자신들의 가족, 자기 자신에 대한 선물이기에... 그러나 그들은 버마에서 자유를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폭압적인 권력이 강제하는 신고에 대한 두려움과 총칼의 위협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웃집은 서로를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수상하면 즉시 신고한다. 또한 지금 한국에서 민주화를 위해 운동을 하는 버마 분들은 보고 싶은 가족들이 있는 버마에 돌아갈 수도 없다. 이들은 이미 버마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만약 돌아가게 될 경우 공항에서 체포되어 평생을 감옥에서 지내야 한다. 왜 본국의 자유를 위해 외치는 이들이 이렇게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일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의 대표적인 부국중의 하나였던 버마가 군부독재 아래 가장 가난한 나라로 전락하고, 버마라는 이름도 군부독재에 의해 미얀마로 개명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한 해답은 군부독재가 정권유지라는 명목아래 국민들의 자유를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위의 문제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버마의 민주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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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 앞 광장에서 부모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 우리들이 외치는 민주화 목소리의 의미는 모른 채 그저 신나게 뛰어 놀며 연을 날리고 있었다.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최소한 아이들이 그 어떤 특별한 의미를 모르더라도 자신의 감정에 맞춰 신나게 뛰어 놀며 연을 날릴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지난 시기 한국 민주화 운동의 성과이며, 자유가 주는 혜택이 아니겠는가! 자유라는 이름의 공기 속에서 비로소 숨을 쉬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유가 버마의 민주주의나 자유와 크게 다를 리가 없다. 억압과 저항으로 써 내려간 역사의 기록이 다를 뿐이지, ‘모두 동일한 사람으로서’ 민주주의와 자유가 주는 상쾌한 공기를 원하고 필요로 한다.


 높이높이 연을 날리고 싶은 그 마음처럼, 도심의 한가운데를 뚫고 나가는 힘찬 자전거 바퀴처럼,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버마의 민주화를 기원하는 작은 씨앗들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그 씨앗들이 자람과 동시에 연을 날리던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자유 버마’에 발을 딛게 되면, 그때 날렸던 연의 의미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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