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호] 의정부교도소 인문학 시범과정 마쳐

최철규/ 인권연대 간사

  3월 13일부터 의정부교도소에서 진행한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과정’ 시범운영이 모두 종료됐다. 이번 과정에는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공동대표와 문학평론가 이명원씨가 각각 철학과 문학을 맡아 진행하였으며, 전국 각지에서 모집된 영어 및 일어반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각각 12회씩 강의를 했다.

 철학 강의를 맡은 조광제 대표는 사회 속에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자각과 자기애, 그리고 끊임없는 창조적 욕망의 자유로운 분출을 주제로 철학 마당을 열었다. 단순한 철학사 소개를 지양한 이번 철학 강의에서는 주요 철학 이론을 토대로 ‘몸’을 중심으로 한 개인의 행동과 습관, 행동과 사회의 관계, 의식과 무의식, 지각에 대한 회의적 성찰 등의 주제를 다뤘다. 재소자들은 이를 통해 철학적 문제제기의 유형과 특성을 이해하고, ‘자기애’를 중심으로 한 사회관과 세계관의 단초를 접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13일부터 의정부 교도소에서 진행된 ‘재소자를 위한 인문학 과정’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빔프로젝트를 이용한 서양 미술철학사 개괄시간에는 대가들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이성의 자유로운 표현 양식을 구체적으로 접하기도 했다.

 윤동주, 이상, 김수영, 박찬일, 김선우, 천상병 등 한국의 대표적 시인․소설가들의 작품을 다룬 문학 강의는 직설적인 화법과 은유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그려낸 작품들을 직접 분석하고 발표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매 강의 시간마다 재소자들은 작품을 직접 낭독하였으며, 작품들의 주제와 기교, 작가의 시각 등에 대해 자유롭게 감상을 나눴다.

 재소자들은 작품이 탄생하는 동기와 과정, 작품을 통해 표현되는 작가의 심상과 사회 환경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 6월 5일에는 ‘멋진 한세상’, ‘유랑가족’ 등을 통해 한국 사회의 가난을 질박하게 그려낸 소설가 공선옥씨가 전 교육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했다.

 ‘가난한 삶과 글쓰기’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강에서 공선옥씨는 가난한 삶의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글쓰기의 생생한 경험을 들려 줘 재소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특강 이후에는, 과정 전체에 대한 교육생 평가 설문을 실시했다. 전체 53명중 47명이 응답한 설문에서, 재소자들은 평소 문학, 역사, 철학, 예술 등의 인문학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인문학 교육이 재사회화를 위한 효과적인 교정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교도소에서의 효과적인 인문학 교육을 위해 재소자들은 교과 내용의 다변화, 다양한 교수법, 교육 시설 등의 제반 환경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재소자들은 일회성 교육보다는 인문학 전문 교육생을 선발하여 최소 3개월 이상의 집중 교육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연대와 법무부는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영등포교도소에서 2차 시범운영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