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인권연대

home > 활동소식 > 월간 인권연대

[95호] ‘너와 나의 존엄’을 위한 첫 발걸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1:24
조회
194
‘너와 나의 존엄’을 위한 첫 발걸음
- 제1회 교사아카데미를 마치며

육현아/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인권’ 어느 순간, 하나의 패션 코드처럼 누구나 이야기하는 기표는 되었지만 기의는 신경 쓰지 않는 기호가 되어 버렸다. 2007년 오늘도 학생들은 교문과 교실에서 자신의 온몸을 담보하여야만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데도, 우리는 교육의 이름으로 인권을 이야기하고 인권을 주창하며 인권을 농락하고 있다. 이것이 2007년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다.


 교사들이 주장하는 ‘교권’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이야기하는 ‘교육신념’이란 무엇인가? 그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학생의 미래’를 위해서라는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가?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이에 버금가는 열정으로 시작한 제1회 교사아카데미(전교조 인천지부 중등남부지회 주최)는 3회에 걸쳐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협애한 경험과 인식의 오류를 건드리는 자리가 되었다.


07062701-in.jpg


 사진 출처 - 전교조 인지부


  6월 12일 교사 아카데미 첫날, ‘인권의 개념과 원리’를 주제로 한 첫 강의에서 오창익 사무국장님은 “‘인권은 사람의 권리이다.’라는 일견 당연한 듯 보이는 이 추상적 명제가 현실세계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 말로만은 부족하다. 즉 남성만의, 백인만의, 부르조아만의, 제1세계 국민만의, 이성애자만의, 어른만의 권리가 아닌 누구나의 ‘인권’이 되려면 ‘모든 사람’이라는 말로 고쳐져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권리’란 무엇인가? 사람답게 살기 위한 권리일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는 빵 뿐만 아니라 장미 또한 필요하다. 빵과 장미는 더 이상 분리해서 그 무엇이 우위를 차지하고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 나눌 수 없는 하나의 인권이다.”라고 인권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한 ‘모든 사람을 위해, 가난한 사람을 먼저’라는 말을 인용하며 인권 실현의 방향, 그리고 그것을 추구할 때만이 보다 많은 이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두 번째 강의가 진행된 6월 19일, ‘인권의 역사와 현장’이라는 주제는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인권이 어떻게 그 외연을 확장하며 내용을 보다 정교하게 심화시킬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였다. 인권의 역사는 소외되고 억압받은 이들의 필요, 요구 그리고 국가 혹은 사회에 의한 승인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권 발전의 역사는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인권이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닌 누군가의 투쟁의 결과라는 사실을 무임승차에 익숙한 교사들에게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학교 현장에서의 인권’이라는 제목의 마수였을까? 마지막 강의는 60여명의 교사가 강의실을 가득 메운 열기의 현장이었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일상적으로 행하고 있는 소지품 검사, 두발·복장 제한, 핸드폰 압수 등이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것인가 아니면 교육적으로 행해져야 하는 것인가?’ 강의 참가자들은 강의 중간 중간 계속된 질문으로 그들의 열정과 관심을 표현하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인권의 원리에 어긋나며 법리적으로 교사는 가해자라는 사실에 그 자리에 있던 많은 교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참가 교사들은 타학생에 대한 피해와 수업을 해야 하는 교사의 의무, 교권의 침해, 학생들과의 약속 등을 이야기하며 나름대로의 교육철학과 학생들을 위한 마음을 드러냈지만 그들 모두는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07062702-in.jpg


사진 출처 - 전교조 인천지부


 그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학생과 교사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위계구조 속에서 구성되기에 대부분의 교사와 학생간의 약속은 ‘임의성’이 없다는 사실, 교사들은 과도하게 학생들 개인의 삶에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간섭하고 침해하고 있다는 사실, 학생과 교사 사이에서 교사의 인권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그들이 학생들에게 가하는 처벌 대부분이 ‘적절성’, ‘타당성’, ‘합리성’ 등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미 폭력화된 사회에서 폭력이 내재화된 교사들 대부분이 인권 감수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학교에서 용인되고 참아지고 있는 인권침해 사실이 어느 순간,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가해자 교사의 처벌이라는 외부 압력에 의해서 학교현장은 변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미래는 교사들에게 충격임에 틀림없었다.


 학교현장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인권침해라는 균열을 틈새희망으로 만드는 성장의 노력이 교사들로부터 자생할 순 없을까? 오창익 사무국장님의 말처럼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대조영과 그 휘하의 장군의 무리가 아닌 졸개의 무리에서 열심히 짐과 창을 들고 뛰어가고 있다. 주류의 시각이 아닌 하위주체인 학생의 눈으로 그들의 학교생활을 본다면 그들의 인권침해 사실에 ‘아 아프다’ 이 한마디 내뱉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마음이 동하는 그 사소한 일상에 ‘틈새희망’이 있지 않을까? 약 100여 명에 이르는 교사들의 참여로 진행된 제1회 교사 아카데미는 이렇게 많은 과제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전체 2,17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19
[95호] 인권연대와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hrights | 2017.08.31 | | 조회 204
hrights 2017.08.31 204
418
[95호] 함께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2007년 6월)
hrights | 2017.08.31 | | 조회 462
hrights 2017.08.31 462
417
[95호] 인권연대 2007년 6월에는 이렇게 살았습니다
hrights | 2017.08.31 | | 조회 200
hrights 2017.08.31 200
416
[95호] 구속노동자와 모든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라!
hrights | 2017.08.31 | | 조회 195
hrights 2017.08.31 195
415
[95호] ‘너와 나의 존엄’을 위한 첫 발걸음
hrights | 2017.08.31 | | 조회 194
hrights 2017.08.31 194
414
[95호] 국제사회-이스라엘-압바스 공조 체제 구축
hrights | 2017.08.31 | | 조회 180
hrights 2017.08.31 180
413
[95호] 쌍둥이 악법에 대해
hrights | 2017.08.31 | | 조회 198
hrights 2017.08.31 198
412
[95호]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악의 평범함
hrights | 2017.08.31 | | 조회 212
hrights 2017.08.31 212
411
[95호] 우리 교육이 담당해야 할 몫
hrights | 2017.08.31 | | 조회 188
hrights 2017.08.31 188
410
[94호] 인권연대 창립 8주년 기념 및 후원의 밤
hrights | 2017.08.31 | | 조회 265
hrights 2017.08.31 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