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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의 이해 2 - 지상중계] 12강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그리고 중동의 미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4:45
조회
682
최진영/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오늘날 중동의 정세는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중동의 민주화로 크게 구분지어 살펴 볼 수 있다.
9·11 테러로 미국의 중동 패권 노골화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사건으로 전 세계 국민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준 9·11 테러는 세계사적인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9·11 이전의 세계사에서는 제국주의와 냉전체제 등이 세계사적인 핵심 화두였으나, 9·11 테러 이후에는 ‘테러리즘’이 중심 화두로 등장했다. 미 국방부에서 규정한 테러의 기준은 ‘정치적 동기에서 유발된 고의적인 폭력행위로, 정규 군대가 아니라 민간단체에서 행해지며 민중을 포함하는 등 대상의 광범위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관점에서 보자면 9·11 사태는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민간단체인 알 카에다가 정치적 동기로 미국의 시민들을 무차별하게 공격한 것이므로 명백한 테러 행위라는 것이다. 문명사적 전환점이 된 9·11 테러는 국내, 이슬람 세계, 미국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는 9·11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이슬람 세계에서는 그 동안 미국에 의해 핍박받아 왔던 이슬람 민중들 스스로가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반면 9·11로 인해 미국은 수동적인 방어에서 적극적인 공격으로 대외 정책을 변경하게 되는데, 이는 미국이 이슬람권을 침략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므로 9·11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또한 9·11 테러는 이슬람 세계에서 빈번하게 테러가 자행되는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실제 이슬람에서는 테러가 인정되지 않는다.
현재 이슬람 저항군이 투쟁의 근거로 들고 있는 ‘지하드’는 원래의 지하드가 가진 의미와 전혀 다르다. 원래의 지하드란 종교적으로 신의 길을 따르는데 방해가 되는 것과의 내적인 투쟁(대지하드)을 의미하거나 이슬람이 타 종교나 외래 민족에 의해 공격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을 띠는 투쟁(소지하드)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는 이슬람권에서도 합리화되지 못하는 무차별적인 전쟁이다. 미국에서는 9·11 테러로 인해 미국인들의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증가했고, 종교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철저한 기독교적 보수주의자로, 9·11 테러 후의 연설에서 자국의 국민들에게 애국주의로 호소하고, 선과 악의 대립구도를 강조한다. 성경의 구절을 인용해 이슬람 세계를 악으로, 기독교 세계를 선으로 주창한 것이다. 여기에 가세해 빈 라덴은 이슬람은 선이고 부시를 비롯한 기독교적 세계는 악이라고 규정했는데, 이 또한 매우 불합리하고 위험한 발상이다.
9·11 테러로 미국의 정책이 방어 정책에서 적극적인 대테러 정책으로 변했고 이는 아프간 침공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9·11 테러는 국제 정세에서 강한 힘을 가진 미국이 약한 자에 대한 테러를 합리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했다. 또 이라크 전쟁을 통해 중동 패권에 대한 미국의 야심을 노골화 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중동 패권 장악과 석유의 확보를 위한 것이지 이라크 민중들의 인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미국의 중동 패권에 대한 야심은 이집트에 매년 20억불의 무상원조를 하고 있는 것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지원으로 이집트의 무바라크 독재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이집트가 아랍 세계에서 가지는 상징성과 영향력 이용해 중동 세계에서 반미 국가를 견제하고 친미 국가를 확고히 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이다. 결국 9·11 테러는 중동 패권에 대한 미국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중동의 민주화는 가능한가?
9·11 테러 이후 중동에는 민주화 바람이 분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여러 명분 중 하나는 중동의 민주화를 이룩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중동의 민주화 과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친미 성향을 가진 국가들 간의 블록을 형성시키려는 것이다. 이 때 이슬람 종파 중 시아파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반미 성향을 가진 이란은 큰 걸림돌이 된다. 이란이 중동 아랍지역에서 매우 큰 영향력을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은 핵무기를 구실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중동에서 민주화가 가능한가?
골드버그는 “중동과 민주주의라는 두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중동에 민주주의가 정착할 수 없는 예외적 상황에 대한 논거로 사회적, 종교적, 경제적 배경의 3가지를 들고 있다.
사회적 배경이란 바로 부족주의이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들은 사막을 떠도는 유목민들이 모여 이룩한 국가로, 강한 부족 문화의 전통을 가진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부족 문화는 사회를 하나로 통합할 구심점을 만들기 어렵게 하고, 이는 결국 민주화의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종교적 배경은 바로 순종주의이다. 기본적으로 이슬람은 정교일치의 사회다. 이 때문에 정치가 종교에 귀속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신에 대한 순종이 곧바로 정치적 지도자에 대한 순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민중들이 변혁을 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엄밀한 정교일치의 사회는 과거 무함마드시대 밖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사회에서 여전히 순종주의를 고수하기 때문에 아랍의 민주화는 당연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배경은 바로 지대주의이다. 세이모어 립셋은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간의 상관관계를 고찰했다. 국가 총생산 중에서 1차 원자재를 수출하는 비율이 80% 이상인 국가가 바로 지대국가이다. 대다수의 아랍 국가들은 1차 원자재인 석유를 수출해서 얻은 소득이 국가의 예산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지대국가들이다. 어찌 보면 굉장히 혜택 받은 것 같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많다. 지대국가의 국민들은 경제 발전을 위한 노력 보다는 석유로 인한 소득에 의지하려 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 또한 예산이 풍부한 국가가 국민의 기본 생활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사회·정치적으로 무관심한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아랍의 민주화는 더디게 진행된다. 대부분의 지대국가에서 독재 정권이 들어서고 국영 시스템을 가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 같은 주장에서 사회적, 종교적 배경은 이미 근거를 상실했다고 본다. 부족주의와 관련해서는 과거 이슬람제국도 많은 부족들이 결합해 이룩한 공동체였고, 당시에는 각 부족의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종교적 해석과 합의를 통해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했다. 즉 대의민주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부족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국가도 충분히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중동 민주화에 걸림돌?
그러나 미국에 의해 주도되는 민주화는 실현 불가능하다. 중동의 아랍 국가들은 ‘반미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이 중동 정세에 개입하면 할수록 반미 성향은 점점 더 강해진다. 아랍의 일각에서는 미국이 실현하고자 하는 중동의 민주화 정책이 오히려 중동의 자발적 민주화를 저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미국이 중동의 민주화를 주도할 것이 아니라 미국과 중동의 여러 국가가 얽혀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이해를 통한 대화의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중동 아랍 지역을 관통해 온 독특한 사회구조와 종교적 배경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과 중동의 경제 수준을 올리려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동의 민주화는 이러한 노력들이 선행될 때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에 의한 민주화 구상은 실현되기 어렵다고 본다.
정리 - 장미은(인권연대 인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