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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의 이해 2 - 지상중계] 8강 '이슬람 종교와 문화 - 무엇을 믿고 무엇을 포기하지 못하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4:36
조회
613
손주영/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
세계 3대 종교 중에 하나인 이슬람교에서 '이슬람'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뜻에 무조건 복종하는 순종의 종교, 평화의 종교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슬람을 믿는 사람을 뜻하는 '무슬림' 또한 '복종, 순종하는 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같은 뿌리를 가진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에서는 하느님을 '야훼'라 섬기며 모세가 전파한 하느님의 말씀을 '토라' 라고 부른다. 한편, 이슬람교에서는 하느님을 '알라' 라고 부르며 무함마드에 의해 전해진 하느님의 말씀을 '꾸란' 이라 말한다. 그러나 지칭하는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세 종교 모두 독특한 이성을 가진 인간이 자유의지(이성)에 따라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또한, 예언자의 존재에 대해 인간이 하느님이 인도하지 않는 길로 빠져드니 그 수렁에서 인간을 구원하고자 하느님께서 보내신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단지 노아-아브라함-모세-예수-무함마드로 이어지는 예언자들의 계보에서 유대교가 예수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처럼, 기독교는 무함마드의 존재를 믿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는 무함마드도 예수와 같이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오신 예언자의 한 사람으로서 동등하게 생각한다.
'내가 곧 진리이나, 내 뒤로 예언자가 올지어다'라고 한 예수님의 말씀에 무함마드는 스스로 자신이 하느님께서 보내신 마지막 예언자라 칭하며, '내 이제 종교를 완전케 하리라'라고 선언하고 이슬람교를 창시하였다.
이슬람교의 특징
이슬람교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정교가 일치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일신을 믿는다는 점이다. 기독교와 유대교를 포함해서 유일신을 믿는 다른 종교들도 많지만, 이슬람교가 이러한 다른 종교와 특별히 구별되는 점은 신과 인간 사이에 중간자를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매개자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므로 사제제도(신부, 목사, 구도자 등)도 두지 않는다. 기독교가 예수님을 통하지 않고서는 하느님에게 접근할 수 없는 것과 달리, 이슬람교에서는 신과 인간의 직선적, 직접적 관계를 중요시한다. 이슬람교에서 하느님은 인간으로서 파악할 수 없는 존재이자, 절대자로서 인간세상에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하느님을 설명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신학이 발전하였다. 반면, 이슬람에서는 하느님을 설명하고자 애쓰기보다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관계를 중시하여 그 결과, 법학이 발전하였다.
기독교에서는 이브가 아담을 유혹하여 하느님이 금지한 행동을 함으로써 시작된 인간의 원죄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 구원받았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이슬람에서는 원죄나 구원이라는 개념자체가 아예 없을 뿐만 아니라 망각이란 하느님이 인간에게 준 하나의 성질이므로 하느님은 이를 용서해주는 관대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슬람교의 교리는 성선설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이는 623년, 무함마드가 세상을 뜨기 전에 평등의 종교, 관용, 중용을 강조한 마지막 연설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이러한 이슬람교의 특성 때문인지 이슬람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낙천적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오해
지금까지의 세계 역사를 살펴보면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발생한 지역 즉, 현재의 바그다드를 비롯한 그 주변 지역을 장악한 세력이 -페르시아로부터 로마, 콘스탄티노플, 비잔틴 제국, 이슬람, 오스만 투르크 사라센 제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세계의 패권을 장악해왔다. 그래서 7세기에서부터 13세기까지 아랍이 세계의 질서를 주도하였고 이슬람은 세계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후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서구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이슬람 사회 내부에도 서구의 사상이 지배하게 되면서 다시 20세기 후반에는 이슬람 사회 내부에서 서구사회에 대한 반격의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는 서구의 사상과 세계관의 흐름 속에 이슬람 사회는 점차 정치적, 경제적으로 서구사회에 종속되었고 세월이 갈수록 이슬람은 타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아랍 내부에서는 이슬람 사회가 하느님의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생긴 재앙으로 보고 이슬람 본연의 가치관으로 돌아가자는 전통주의에 입각한 운동이 바로 이슬람 원리주의운동이다.
이슬람 원리주의 운동과 관련하여 서구에서 주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빈 라덴과 같은 극단주의 세력들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다수는 이슬람 사회가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연연하지 말고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과학과 서구를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개혁주의자들로서 지식인과 권력계층이 그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대부분이 유학을 통해 서구화되었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점점 더 서구 이데올로기에 물들어 세속실용주의로 변질되면서 통치 이데올로기 또한 서구의 것이 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은 다시금 이슬람주의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서구에 물든 세속정권에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가 흔히 이슬람 사회 전체의 모습이라고 간주하는 급진무장세력들, 빈 라덴과 같은 극단주의자들은 이슬람 종교를 떠나 그냥 소수의 테러리스트일 뿐이다. 그러나 미국은 마치 이러한 급진무장세력들이 전체 이슬람 사회인 것처럼 치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은 오히려 온건원리주의자들을 선두로 하여 자아비판을 통한 이슬람의 발전과 개혁을 모색하고 있다.
정리 - 정유진(인권연대 인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