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학교

차별 없는 세상을 기다리며 - 이말숙/ 인권학교 수강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3:40
조회
37
차별 없는 세상을 기다리며
- 2기 시민인권강좌 ‘여기까지를 넘어서’를 듣고 나서

이말숙/ 인권학교 수강생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들은 인권 강의였다. 첫 번째 강의 때는 ‘춘천, 사람에게 말을 걸다’란 글귀가 끄는 흡인력과 함께 춘천이란 지역에서 이러한 강의가 진행된다는 것이 너무나 반가워 한달음에 신청하였었고, 듣는 내내 뿌듯한 마음을 가졌던 걸로 기억된다. 홍세화 님의 ‘인권의 의미와 똘레랑스’ , 뚜라의 ‘단일민족 사회의 오만과 편견’ 강의를 함께 들은 중3 아이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사람을 가까이에서 만나 이전까지 해보지 못한 얘기들을 들어본 것에 마냥 신기해했었다. 특히 ‘별별 이야기’란 제목의 인권영화는 옴니버스 형식의 구성 방식도 특이했지만 제작 기법도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 많아 참 강한 인상을 받았고 지금도 지워지지 않고 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듣게 된 이번 인권 강좌는 ‘여기까지를 넘어서’라는 표제였는데 ‘왜 이런 제목을 붙이게 되었고, 이 글귀가 의미하는 바는 무얼까‘란 작은 의구심을 가지고 첫 강의실에 들어섰던 것 같다. 그리고 일곱 차례의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너무나 비인권적이기 때문에 지금, 여기의 현실을 다함께 넘어서자‘는 뜻이라고 나름대로 결론 내렸다. 그리고 이번 강의는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하는 동안 들은 내용을 책과 접목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071127web01.jpg
사진 출처 - 춘천시민연대


모두 일곱 차례의 강좌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윤삼호 님의 ‘장애와 인권’ , 고병헌 님의‘ 평화를 위한 교육과 인권’ 강의였다.

장애인들은 장애 그 자체보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일반인의 시선이 더 견디기 어렵고,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이 무덤덤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장애 그 자체로써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는데, 장애란 극복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강사님의 말을 듣고 그 동안 얼마나 잘못된 고정관념 하에 살아왔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제까지의 나는 황우석 우표에서처럼 장애인들이 정상인과 같은 몸을 가지게 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주로 했던 것 같기 때문이다. 또한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는 오체를 가지고 편안하게 생활해온 탓에 장애인들의 이동권 문제는 별로 고려해 보지 않고 살아왔는데 ‘거북이 시스터즈’란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는 장애인들이 살고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너무나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영화를 함께 본 아이들에게 ‘장애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지으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해보기도 했다.

고병헌 님은 강의 내내 ‘평화 감수성’이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평화’라는 말에도 감수성이 필요한가라는 생각에 처음엔 좀 의아했던 것 같다. 그러나 가슴 깊이 평화를 느끼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이 ‘평화 감수성’ 이라고 하며, 폭력과 경쟁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평화적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것이 ‘평화 감수성’이라고 하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우리는 주로 머리 속으로만 평화를 생각하고 말로만 부르짖는 일이 많다. 그것도 무슨 거창한 이념이 되는 양 우리 삶과는 별개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일이 다반사이다. 그러나 고병헌 님의 이 같은 말을 사람들이 보다 많이 알고 가슴 깊이 느끼고 실천하는 사회가 된다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 차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을 뿐 아니라 너무나 부드럽고 융화된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 보았다. 고병헌 님이 마지막으로 덧붙인 ‘아픔 앞에 저항하고 아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평화적인 사람이고, 내가 변하고 좋은 이웃이 되는 것이 평화 교육의 핵심’이란 말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나 먼저 변하고 나 먼저 좋은 이웃이 된다면 일상사에 일어나는 작은 다툼들 때문에 쓸데없이 불편해하는 일이 없으리라.

071127web03.jpg
사진 출처 - 춘천시민연대


그 외 한미 FTA나 비정규직, 중남미 관련 문제들은 평소 뉴스로만 접하며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분야였는데 이런 강의를 통해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좋았다. 특히 중남미 문제는 자주 접해보지 못한 건들이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주제였지만 강의를 담당하셨던 이상현 님이 스스로 깊이 소화한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라 쉽게 이해되고 중남미를 알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작년에 비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사람이 강의를 맡았었고 홍보가 덜 된 탓인지 강의를 듣는 인원도 적었지만 그 내용과 열기만큼은 아주 좋고 강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강의를 계속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권에 대해 제대로 생각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년에 비해 홍보가 아주 많이 안 되었다는 것이다. 작년 같은 경우엔 서점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강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 올해는 거리 어느 곳에서도 홍보물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강의를 듣고 난 뒤 ‘이런 것이 있었다.’ 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몰랐다고. 알았더라면 나도 갔을 걸’이라고 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좋은 건 널리 알려서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인권적이고 차별 없는 세상이 빨리 도래할 수 있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