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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는 왜 NGO] 35년 군생활 뒤 만난 우리 시대 장발장들(2023.07.2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7-28 09:18
조회
850


장발장은행의 대출심사 회의 모습. 맨오른쪽이 필자, 필자 오른쪽으로 두번째가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네번째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필자 제공

장발장은행의 대출심사 회의 모습. 맨오른쪽이 필자, 필자 오른쪽으로 두번째가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네번째가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필자 제공








조용철 | 인권연대 연구원 






나의 군 생활은 1987년 민주항쟁과 함께 시작됐다. 부사관으로 목격한 당시의 군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인권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현장’이었다. 그해 대통령선거 부재자투표에서는 대놓고 여당 후보 노태우에게 표를 몰아주는 ‘작전’이 실행됐다. 감시와 폭력이 난무하는 일상은 무엇이 진실인지 묻지도 따지지도 못하게 했고, 영문도 모른 채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노라면, 이런 군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35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생활하며, 후배들은 나와는 조금이라도 다른 군 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발버둥치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에서도 제 몫을 다하는 후배들에게 뭐 하나 제대로 보여준 것 없이 군 생활을 마쳤다. 전역 이튿날인 2022년 3월1일, 인권연대 활동가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어쩌면 35년 군 생활의 회한 같은 게 작용했던 것 같다. 군대 밖에서라도 당당한 삶을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부사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인권단체에서의 일은 낯설기만 했다. 분위기도, 하는 일도, 군과는 너무 달랐다. 모든 게 만만치 않았지만, 인권연대의 장발장은행(은행장 홍세화) 실무를 맡으면서, 군 생활을 하는 동안 목마르게 찾았던 ‘인권’을 실감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가벼운 범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벌금 낼 돈이 없어 감옥에서 노역형을 살아야 하는 이들을 위한 은행이다. 신용도 재산도 따지지 않고 무담보 무이자로 벌금 낼 돈을 빌려준다. 정부의 보조금이나 지원금 없이 오로지 시민들의 기부만으로 운영하고 있다. 35년 동안 직업군인으로 살다가 이제는 은행원(?) 생활을 하며 인생 2막을 사는 셈이다.


최근 장발장은행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올해 상반기 대출신청자가 292명인데, 지난해 같은 기간(149명)의 두배 수준이다. 그만큼 법 적용은 더 엄격해졌고, 삶은 더 팍팍해졌다는 거다. 하루에도 수십통씩 대출문의 전화를 받으면서,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주는 다양한 사연들을 접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2천원짜리 물건을 훔쳤다가 5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며 울먹이는 지적장애인, 당장 생활비가 급한데 몇만원 준다는 말에 휴대전화 유심칩을 넘겼다가 보이스피싱에 연루돼 3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는 청년 등등. 구구절절 딱한 사연을 접하지만, 기껏해야 “힘내시라” “포기하지 말자”라는 공허한 말로 마음을 달래드릴 수밖에 없다. 한정된 재원이라 신청하는 모든 사람에게 대출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분들은 왜 대출을 해주지 않냐고 울먹이기도 하고, 라면 살 돈이라도 빌려달라고 한다.


이럴 때마다 군 생활을 할 때와는 또 다른 차원에서 사회와 국가를 생각한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헌법 제34조)와 사회적 책임이란 어떤 것일까. 국가는 이분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가난한 분들을 위한 변화는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걸까.


스스로 되묻는 질문을 떠올리면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고맙기도 하다. 그래서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절대 긍정, 과잉 성실’이다. 힘을 내기 위해 긍정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해 성실해야 한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 마음을 다해 작은 것이라도 챙겨나가는 실천이 필요하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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