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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산 검은 피'가 간첩자료?(미디어 오늘, 2005.06.1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5:38
조회
373

"'붉은 산 검은 피'가 간첩자료?"


[미디어오늘 김종화 기자] 구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보안3과 보안분실)에 전시된 한 시집이 '간첩자료'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서울 용산구 갈월동에 위치한 이 곳은 과거 박종철 고문 치사사건 등으로 악명을 떨쳐왔다.


"1989년에 김일성으로 몰던 '붉은 산'이 2005년엔 간첩자료인가"

지난 1989년 오봉옥 시인은 시집 '붉은 산 검은 피'(실천문학사, 1989)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라는 실형을 선고받았다. 오 시인에 따르면, 당시 재판부는 '시집의 내용에는 문제가 없으나,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국가보안법 위반치고는 매우 적은 형량을 내렸다고 한다. 당시 공안당국은 '붉은 산'은 북한·김일성을, '검은 피'는 혁명전사의 피를 가리킨다며 오씨를 몰았고, 오씨는 "산이 붉어서 붉은 산이며 화순 탄광촌을 다룬 시여서 검은 피라고 썼다"고 반박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씨는 9일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남영동 대공분실 1층에 '붉은 산 검은 피'가 간첩자료와 함께 전시돼있다고 들었다"며 "'붉은 산 검은 피'가 간첩자료라면 내가 간첩이란 말인가"라고 당국을 성토했다. 오씨는 또 "당시 재판부마저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부족해 최저형량을 내렸다"며 "'붉은 산 검은 피'는 현재 고등학교 참고서에도 실려있는 시"라고 지적했다.


"'붉은 산 검은 피'는 간첩자료와 따로 진열해 놓았다"


이에 대해 경찰청 보안3과 관계자는 같은 날 "북에서 남파한 간첩들의 장비를 전시한 곳과 '붉은 산 검은 피'를 보관해 놓은 곳은 다르다"며 "'붉은 산 검은 피'는 국내에 유입된 북한원전과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을 진열해 놓은 곳에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진열장이 구분돼 있는데 (간첩장비와 이적표현물이) 같이 있으면 큰 일"이라고 재차 의혹을 부인한 이 관계자는 현장취재를 의뢰한 기자에게 "내부교육용으로 전시한 내용물들은 국정원 자료보다 빈약하나, 구역자체가 통제된 곳이라 취재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씨는 "따로 전시해놨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해도 북한작가가 쓴 책과 내 책을 함께 둔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며 "정부가 바뀌어도 공안당국의 시각은 여전하다는 것을 반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오씨에 따르면, 민족문학작가회의는 9일 김지하 시인의 '오적' 등 해방 후 필화를 겪은 작품들이 해금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기로 결의했다.


"남영동 보안분실 시계는 80년대 초반"


앞서 지난 1일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과 인권연대오창익 사무국장 등 4명은 남영동·홍제동 보안분실을 방문해 둘러보며 보안분실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바 있다. 오 사무국장은 인권실천시민연대(www.hrights.or.kr)가 발행하는 주간 뉴스레터 '사람소리'에 올린 기사에서 "남영동 보안분실의 시계는 1980년대 초반에서 그대로 멈춰 있었다"고 표현했다.


한편 '붉은 산 검은 피'가 2005년도에도 이적표현물로 분류되는 것이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보안3과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국보법 개폐문제가 연계된 것이기에 결과에 따라서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오봉옥 시인은 1962년 전남 화순에서 출생, 1985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으며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 산 검은 피' '나 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와 산문집 '난 월급 받는 시인을 꿈꾼다' 등을 펴냈다. 민족문학작가회의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씨는 최근 문학과비평사가 제정한 제1회 문학과비평 올해의 작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종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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