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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5년, 사회에 ‘인권’을 선물하다(한겨레 21, 제637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30 11:30
조회
274
일본·중국의 벤치마킹 대상 될 정도로 독립 국가기관 초유의 실험 성공적…인권적 상상력이 조직 운용과 집행 방식에까지 녹아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대검 감찰부는 최근 검사 한 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11월16일 기소된 ㄱ검사는 수사 도중 참고인에게 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인천지검에 재직 중이던 2001년 11월 최아무개씨를 조사하면서 진술서를 입에 강제로 넣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기소 하루 전에 ㄱ검사의 사표를 받아 수리했다.
△ “인권은 사람이 살아가는…” 11월24일 인권위 5돌 기념식에서 한 참석자가 인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고 있다.
살색, 아동의 사생활… 누가 알려줬겠나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건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존재 때문이었다. 중견기업 전무였던 최씨가 검사실로 연행돼 3박4일 동안 불법 감금된 상태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지난해 5월 인권위에 진정했고, 인권위는 조사를 벌인 뒤 ㄱ검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이다. 수사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에 비춰볼 때 최씨가 인권위에 진정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고소를 했다면 사건이 은폐되거나 축소됐을 가능성이 높다.

‘인권 지킴이’와 ‘인권 이끔이’, 두 가지 사회적 구실을 동시에 해내고 있는 인권위가 탄생 5돌을 맞았다. 인권위는 5돌 기념일인 지난 11월24일 서울 효창공원 안 백범기념관에서 기념식을 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브라이언 버디킨 전 유엔인권특별자문관 등 국내외 인사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인권위는 이날부터 다양한 주제의 인권토론회와 심포지엄, 영화제 등을 12월 중순까지 벌일 예정이다.

인권위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 인권의 지평을 크게 넓혔다는 점에 있다. 특히 그동안 인권의 관점에서 파악하지 못했던 이슈들이 인권위의 업무로 거론될 때마다 사회적 토론이 벌어졌고, 이 과정을 통해 인권의 대중화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크레파스 색깔 가운데 ‘살색’을 없앤 일이라든가, 초등학생 일기장 검사를 ‘아동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문제로 보고 개선을 요구한 일 등은 인권위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인권만을 전담하는 국가기관의 위상을 지니는 국가인권기구를 아직 설립하지 못한 중국과 일본이 최근 한국의 인권위를 벤치마킹 사례로 삼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외형적인 면에서 인권위 5돌은 성공적이다. 입법부·행정부·사법부 등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국가기관이라는 사상 초유의 실험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말도 나온다. 아시아의 모범사례로 꼽는 것을 주저하는 전문가들이 별로 없을 정도다. 시위 도중 민간인 다수가 동시에 사망하거나, 심지어 쿠데타가 일어나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타이의 국가인권기구와 비교하는 이들도 많다. 타이의 경우 인권기구가 헌법에 명시된 헌법기관이지만, ‘종이호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인권위는 이라크전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할 정도로 독립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5년 동안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 사건을 분석해보면 현재 한국의 인권 지형이 그려진다. 그동안 접수된 진정 사건의 총수는 2만1598건. 이를 유형별로 보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가 1만7263건으로 79.9% △차별 행위가 2639건으로 12.2% △기타 법령과 제도 개선에 관한 것이 1696건 7.9% 등으로 나뉜다.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침해 비율이 여전히 높은 점이 특징이지만, 차별 행위에 대한 진정 건이 지난해부터 급증하고 있는 점을 볼 수 있다(그래픽 참조). 이에 대해 김형완 침해구제총괄팀장은 “국가기관의 권위주의적 관행을 감시하는 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보면 앞으로 차별 행위 진정이 전체 진정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권을 정의 또는 심판의 문제로만 보는 관점을 뛰어넘어 사회 갈등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다룰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차별행위 권고수용률 90%


인권위를 대단한 권력기관으로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하지만, 사실 인권위는 ‘권력’보다는 ‘권위’와 ‘신뢰’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기관이다. 시정명령권보다 약한 ‘시정권고권’이 인권위가 활용할 수 있는 물리력의 전부다. ‘권고’라는 것은 원래 권고를 받은 대상이 거부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지난 5년 동안 인권위의 권고(‘의견 표명’ 포함) 수용률은 뜻밖에 높다. 인권위 자료를 보면 인권위가 지난 5년 동안 법률 또는 정책과 관련해 국가기관에 권고한 것은 모두 128건이다. 이 가운데 현재 권고를 받은 기관이 검토 중인 사안은 36건이고, 수용 여부를 통보한 사안은 92건인데 수용된 것이 74건이고 수용하지 않은 것이 18건으로 나타났다. 차별 행위에 대한 권고 수용률은 더 높았다. 인권위가 권고한 건수는 모두 180건인데 수용 여부를 인권위에 통보한 122건 가운데 110건을 받아들여 수용률이 90.2%에 이르렀다. 다른 국가기관들이 인권위의 권고나 의견 표명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셈이다.

그렇다고 인권위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보는 것은 무리다. ‘위기론’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해체론’까지 불거지기 때문이다. 물론 해체론의 근거는 터무니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의견 표명 등에 대해 ‘좌파 사회평론가들의 놀이터’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일부 수구언론들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 인권위는 지난 5년간 사회 소외계층의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 2002년 8월 장애인 리프트 추락 사망사고 현장 조사를 벌이는 인권위 관계자들.(사진/연합 이옥현)
이들이 인권위를 가장 자주 물고 늘어졌던 사안은 ‘북한 인권’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인권위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인권위의 한 관계자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려면 국회에서 인권위 관련 법을 개정해서 북한 인권도 인권위의 업무 영역으로 만들어줘야 한다”며 “수구세력의 논리대로라면 대한민국 복지부는 북한 주민의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터무니없는 해체론에 비해 위기론은 현실적 근거를 지니고 있다. 인권위 내부의 문제로는 인력의 전문성과 실력이 가장 자주 거론된다. 특히 지도부의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4명의 역대 위원장 가운데 2명이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것도 지도부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실무진들의 역량은 종종 도마 위에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의 한 중견 변호사는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 등 인권위의 지도부를 구성하는 인사 가운데 인권 관련 활동이나 경험이 풍부한 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정치적 고려에 따라 나눠먹기식으로 임명하는 인선 구조를 하루빨리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원들의 현장 활동이 거의 없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인권단체의 한 관계자는 “인권위원에 임명된 이들이 임명 직후에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그것이 첫 통화이자 마지막 통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인권단체 사무실을 방문할 필요는 없지만, 인권 문제가 발생하는 현장에는 직접 나가봐야 인권 현실을 알 수 있을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실무진들의 역량이 종종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조사를 담당한 인력들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진정 사건의 처리 기간이 길고 조사관의 전문성이 떨어져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됐다면서 인권단체를 다시 찾는 이들이 있다”며 “조사 대상이 되는 경찰관이나 교도관들이 더 이상 인권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소리를 공공연히 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서울구치소 여성재소자 성폭력 사건의 경우 인권위 직권 조사에서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법무부 자체 조사에서 추가로 드러나 인권위의 조사 능력이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이호중 외국어대 교수는 “그 사건에서 인권위는 긴급한 현장 조사보다는 구금시설 성폭력 문제의 발생 배경과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책을 권고하는 데 더 치중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특정한 국가기관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사법부에 대한 인권위의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활동 과정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점, 인권과 관련한 중요 (헌법)재판 등에 정책 권고나 의견 표명을 한 실적이 거의 없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호중 교수는 “인권위의 결정이나 권고사항을 이끌어내는 논증이 지나치게 실정법 중심 또는 법률주의의 관점을 빌리고 있어 인권의 관점을 희석시키는 문제가 있다”며 “인권위가 사법부의 권리 구제 기능과는 다른 차원에서 기능하는 것임을 망각하는 처사”라고 말했다.

인권위의 업무와 중복되는 국가기관들이 생기는 것도 인권위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인권위가 조사 및 시정 기능을 지니는 두 분야인 ‘인권침해‘와 ‘차별’ 가운데 차별 업무는 인권위로 기능이 통합된 데 반해, 인권침해 분야는 법무부 인권국이 신설되고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경찰 옴부즈맨과 군 옴부즈맨이 생겨난 것이다. 이에 따라 업무 중복으로 인한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장기적으로는 헌법기관화해야”

곽노현 인권위 사무총장은 인권위에 대한 대내외적인 위협 요인이 증가하는 현실에 대해 “인권위를 ‘매력적인 강소 조직’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구성원들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조직 혁신을 단행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를 위해 올해 전체 조직을 ‘국 체제’에서 ‘본부·팀 체제’로 바꾼 뒤 대규모 인사이동을 한 바 있다.

진정 사건의 처리가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맡아야 할 업무에 비해 인원이 너무 적은 점이 한계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현재 인권위 정원은 201명이다. 곽 사무총장은 또 인권위의 성격을 “몸은 국가기관이면서, 발은 시민사회에 딛고, 마음에는 약자와 소수자의 감수성을 안은 채로, 머리는 국제사회의 보편성을 지향해야 할 기관”이라고 정의하면서 “인권적 상상력이 조직 운용과 집행 방식에 녹아들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미래상과 관련해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다른 국가기관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볼 때 장기적으로는 인권위를 헌법기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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