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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통수 치는 종로경찰서"(cbs 노컷뉴스, 2004.05.1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7:48
조회
270

[노컷블로그] 뒷통수 치는 종로 경찰서


저는 CBS사회부 정태영기자입니다.지난 2000년 입사 이후 줄곧 경찰기자 생활을 해왔고, 마포, 관악, 영등포서를 거쳐 지금은 종로경찰서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목요일 오후였습니다. 이라크 파병논란과 관련해 민중연대 관계자와 인터뷰를 하고 경찰서에 들어서자마자 낯익은 사람이 고통을 호소하며 정문 현관 앞 계단에 주저 앉아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인권실천 시민연대 오창익 국장이더군요. 지난 2000년 10월부터 8개월에 걸친 CBS 파업 때 노동조합의 투쟁을 적극 도와주셨고, 또 최근까지 CBS 시사자키라는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 인권소식을 전하던 분이어서 안면이 있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어볼 틈도 없이 "경찰에게 두들겨 맞았다. 계속 구토가 나고 어지럽고 오한이 든다."는 말만 남기고 119 구급차에 실려 강북 삼성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급히 달려온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오 국장이 당일 오후에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를 규탄하는 릴레이 1인 시위에 참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러나 상황 자체를 객관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1인 시위이기도 했구요... 경찰 말고는 오가는 사람도 없는 곳입니다.

건너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멀기도 하고 가로수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종로서 경비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발생과정을 물어봤는데 끝내 말싸움이 붙어 '험한 꼴'을 빚어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저에게 '나쁜 말'을 듣게 된 경비과장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누구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갈등 회피형' 인간인 저 역시 '영혼의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만큼 경비과장의 입에서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상스러운 말이 끊이지 않았었습니다.

저는 30대 초반의 성인이자 한 가정의 가장(처가 듣는다면 동의하지 않겠지만^^)으로 '새파란 XX'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기자라고 하면 보통 '싸가지'의 대명사로 통하죠. 안하무인이고 뻣뻣하고 함부로 반말하고...아무리 기자가 국민 알권리의 대변자라고 하지만 요즘 이런 기자, 거의 없습니다.

물론 예전에는 수습 교육 때 가능하면 경찰과 싸워서 반드시 이길 것을 선배들이 '강요'하기도 했고, 심지어 수습을 마치고 나면 술 마시고 경찰서장 방문을 '뻥' 차고 들어가는 '담력 테스트' 수준의 교육도 있었다고 합니다.

욕설 사태는 종로서 출입기자들이 저와 경비과장의 전화통화를 지켜보는 과정에서 벌어졌고, 기자단 차원에서 공식 항의하는 등 파문이 일었으며 결국 종로서장이 전화상으로 저와 CBS 사회부장, 경찰기자팀장에게 사과했습니다.

또 해당 경비과장은 청문감사관과 함께 그날 저녁 목동 CBS 보도국을 직접 찾아 사과를 했습니다. 저는 분이 풀리지 않아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어떻든 본인이 찾아와 유감의 뜻을 전한만큼 저는 물론 CBS 사회부는 이 정도 선에서 평상심을 되찾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날 14일 아침과 15일에 CBS 노컷뉴스 게시판과 종로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네티즌들의 항의글에 대한 답글 형식으로 똑같은 내용을 아이디 '진실'님과 '지강현'님이 올렸습니다.


종로서 관계자들이 노컷뉴스에 올린 진상 전문


2004년 5월 13일....한 3시 20분...

자신이 CBS 정태영기자라고 하면서 전화를 하였습니다.

아래 내용..

기자 : 금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의경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해 119구급차에 실려갔다고 하는데 이런사실을 알고 있느냐??경비과장 : 그 사실은 금시초문이고 다만 오창익 사무국장이 미대사관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도중 경찰관에게 폭행을 가해 경찰서로 연행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자 : 아니, 어떻게 의경들이 집단폭행을 할 수 있느냐? 얼마를 때렸길래 구토를 하면서 구급차에 실려갈 수 있느냐?!경비과장 : 나는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자초지종을 알아보고 대답해 주겠다. 기자분도 오창익이 일방적으로 주장한 사실을 갖고 그 현장을 직접 본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 되지 않느냐??기자 : (느닷없이) 야!! X새끼야 경비과장 너는 봤어?!?!!경비과장 : 왜 욕을 하느냐??-이후에 서로 언성을 높이며 한 1분간... 언쟁을 하게 되었던 겁니다...이러하듯이 기자의 일방적인 주장에 진실이 왜곡되어 보도 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욕을 하기 시작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전개되기 전까지 대화내용이 상당히 자세하고 사실에 근접한 것으로 볼 때 이 글은 경찰 관계자가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올렸는지, 왜 올렸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더 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구차하기도 하고요. 사실 정이 떨어져서 경찰들과는 말도 섞기 싫은 게 지금 제 심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따르면 저는 자신보다 나이도 많은 경찰에게 느닷없이 욕을 해대는 사실상 '인간말종'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회사까지 찾아와 사과를 한 것은 무슨 이유인지 의문입니다. 정말 의문입니다.

물론 경비과장이 회사를 찾아와서 자기주장만 하고난 뒤 그것을 '사과'라고 했을 때 사회부장부터 찜찜해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불행중 다행인 것은 제가 평소 습관대로 당시 경비과장과 통화할 때 '특수기법'으로 녹음을 해둔 것이 아직 살아 있습니다. 녹음기를 켜고 악몽같았던(?)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풀어봅니다.

인터넷 환경오염에 대한 걱정 때문에 오디오 파일로 생생한 육성을 들려드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CBS기자와 종로 경찰서 경비과장 녹취록


(기 : 기자 / 경 : 경비과장)기 : 예, 저 CBS 출입기자인데요. 의경들이 오창익씨 때렸어요?경 : 잘 모르겠는데...

기 :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던 오창익이라는 사람이 의경에게 맞았다고 하던데요?경 : 의경들한테 두들겨 맞았다구요?기 : 1인 시위 하던 사람인데?경 : 응응... 경찰서로 연행이 돼...

기 : 오창익씨는 의경들한테 집단적으로 맞았다고 하던데요?경 : 어 그래요? 내가 듣기에는 오창익씨가 경찰관을 폭행해가지고 연행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 : 1인 시위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 아닙니까?경 : 경찰이 인도쪽으로 유도하니까 경찰관을 폭행했대요.

기 : 이쪽에서는 먼저 맞았다고 하던데요.

경 : 그거 알아봐야 되겠어요. 경찰관을 폭행해가지고 경찰서로 연행이 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기 : 경찰서에서 봤는데, 구토를 하고 해서 119에 실려갔는데요.

경 : 때리는 거 봤어요? 우리 CBS 기자님께서?기 : 저는 못 봤죠.

경 : 아, 그거 말을 그렇게 하시면 안되죠. 때리는 거 안봤으면 확인을 한 다음에 말씀을 하셔야지. 때리는 거 보지도 않고 오창익씨 얘기만 듣고 그러면 안되죠.

기 : 그럼, 과장님은 보셨습니까?경 : 난 못봤으니까 확인 후에 말씀드린다고 하지 않아요? 아니, CBS 누구세요? 말을 굉장히 기분 나쁘게 말씀을 하시네. 과장님은 어떻게 아냐니 그거 무슨 말이에요. 내가 언제 아니라고 그랬어요. 확인한 뒤에 말씀드린다고 그랬지.

기 : 아니, 그래도...

경 : 아니 이 양반이 말을 함부로 하네 이거. 이 양반 말이야. 내가 지금 당신한테 무슨 말 했어?기 : 왜 반말이야.

경 : 이 짜식이 반말이다 임마. 이 짜식이 새파랗게...이 짜식이 이거 정말 형편없는 놈이네, 이거.

기 : 아니, 뭐...

경 : 너, 일루 와봐. 임마. 나 미국 대사관 앞에 있으니까, 너 일루 와바.

기 : 가만있지 않겠어!(욕설 없음)경 : 이 새끼? 이 새끼? 이거 정말 형편없는 놈이네.

니가 기자야? 너 사과 안하면 CBS에 바로 연락할거야.

너 이 새끼라고 그랬어? 경찰서 과장한테! 이 자식 봐라 이거...

이 짜식이 완전히 양아치 새끼네 이거. 너 양아치 새끼지! 어!너 미국 대사관 앞으로 와봐...

기 : 내가 못 물어볼 걸 물어봤어? 먼저 화를 냈잖아!경 : 누가 화를 내나. 니가 지금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이 자식, 이거 말이야. 왜 그렇게 의경이 패냐고 말이야,그렇게 얘기 안했어?기 : 사람이 맞았다고 그러니까 물어 본 거 아니야!경 : 하, 요거 봐라. 새파란 놈의 새끼가 정말 죽을라고 까부는구만 요놈의 새끼 요거. 너 아까 전에 X새끼라고 그러지 않았어?기 : 내가 언제 X새끼라고 그랬어!경 : 안그랬어? 요거 봐라 요거. 너 X새끼라고 그랬어, 안그랬어!기 : 야! 경비과장!!!경 : 야 경비과장? 이 X새끼야, 쌍놈의 새끼.(전화 끊음)


경찰과 경찰기자는 사실 한 식구입니다.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기 때문만이 아니라 생활방식도 비슷합니다. '사건'이 있으면 집에도 못가고 잠도 못잡니다. 6하 원칙을 신조로 삼고, 수사/취재력이 생명입니다.

'발생'(수사/취재)은 기본이고 '기획'(수사/취재)도 해야 합니다.

노동강도에 비하면 턱도 없는 박봉입니다. (언론사도 메이저가 아니면 박봉입니다!) 기본적으로 자기의 이익보다는 사회 공동의 선(善)을 지향합니다.

이런 이유로 경찰기자 생활 5년동안 정도 많이 들었습니다. 당당하면서 인간미 넘치는 경찰을 보면 '팬'을 자청하며 술자리를 약속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기자 입장에서 경찰은 일반 공무원이나 기업인들보다 훨씬 따뜻하고 정감있는 취재원입니다.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너무 심했고, 좀 치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자해공갈단처럼 하지도 않은 욕을 했다면서 거꾸로 욕을 해대는 경찰간부의 태도나, 허위 해명에 급급한 경찰서측의 행동은 실망스럽습니다.

기자가 뭐 대단한 자리는 아닙니다만, 청취자나 시청자, 독자를 대신하는 존재인데 이렇게 함부로 한다면 힘없는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대할지 걱정입니다.

저 역시 잘 한 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에 폭행을 당했다는 인권운동가의 주장을 듣고 경찰을 향해 질문 자체가 꼬인 마음에서 나간 것, 인정합니다. 대사관 경비, 얼마나 힘든 일입니까? 헌재의 탄핵심판도 있었으니 견디기 힘들었을 겁니다. 거기다 부하직원들 옆에서 의경 집단구타 운운하는 질문을 받았으니 체면치레도 해야 했을 겁니다. 이해합니다. 그러나 진실을 얘기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창익 국장도 경찰청의 수사분과 자문위원이어서 경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여간 오 국장과 저는 은근한 애정의 시선을 던지던 경찰에게 매몰찬 따귀를 맞은 것처럼 서운하고 당황스럽습니다.

그리구요. 미 대사관측이 제공한다던 CCTV, 오창익씨가 먼저 경찰을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는 CCTV, 그래서 법원에도 함께 제출하고 기자단에게도 보여주겠다는 그 CCTV는...

왜 하필 그 때 렌즈의 방향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나요? 



정태영기자는 CBS사회부 경찰기자로 현재 종로경찰서를 출입하고 있다. 노컷뉴스 홈페이지에서 "사건파일 365"라는 블로그를 경찰기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CBS 창사 50주년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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