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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오월걸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김희중 대주교(아래 줄 왼쪽 둘째)와 강우일 대주교(아래 줄 왼쪽 첫째)를 비롯한 사월걸상추진위원회 관계자들이 2일 광주시 광산구 광산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제주 4·3 희생자를 추모하는 사월걸상 제막식을 열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위로하는 ‘사월걸상’이 광주에 설치됐다. 육지 설치는 처음이다.
인권연대 오월걸상위원회는 2일 오전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동 광산문화예술회관 광장에서 사월걸상 제막식을 열었다. 제막식에는 오월걸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김희중 대주교(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와 강우일 주교(전 천주교 제주교구장), 김춘보 제주4·3유족회 자문위원,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 박병규 광주 광산구청장, 5·18기념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5·18정신 전국화를 위해 2017년부터 서울, 부산, 제주 서귀포 등에 오월걸상을 설치했던 인권연대는 제주 4·3희생자를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해 사월걸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지난해 서귀포에서 광주 5월 아픔과 제주의 4월 아픔을 나누기 위해 오월걸상과 사월걸상을 함께 해보자고 제안했다”며 “연대하고 공감할 때 비극이 더는 생기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산문화예술회관 광장에 2일 설치된 사월걸상 모습.
‘민중의 힘’이라고 이름을 붙인 사월걸상은 제주에서 활동하는 강문석 작가가 제작했다. 강 작가는 4·3 학살의 상징인 총알이 ㄱ자로 꺾여 있고 꺾인 부분에는 몽돌을 괴어 놓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몽돌은 묵묵히 국가 폭력을 견뎌온 제주도민을 상징한다. 길이는 1.1m로 두 명이 동시에 앉을 수 있는 크기다. 4·3과 5·18의 만남을 의미한다.
강우일 주교는 “동학농민혁명, 독립운동, 보도연맹 학살, 6·25전쟁, 4·19, 5·18, 세월호까지 지난 100년은 비극이 이어졌다”며 “어제와 오늘을 기억해야 내일이 존재한다. 오월걸상의 제주 설치, 사월걸상의 광주설치는 우리 역사 안에 자리 잡은 폭력의 확산과 승계를 차단하고 인간 존중과 평화의 연대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제주의 4월과 광주의 5월이 만난 뜻깊은 자리가 윤상원 열사 생가가 있는 광산구라는 점에서 영광스럽다”며 “국가폭력의 잔인함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서 사월걸상을 더 세심하게 챙기고 잘 보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