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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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판을 주도하는 검찰(경향신문, 2021.11.12)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11-12 09:54
조회
68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초현실적이었다. 괴상했지만, 그건 엄연한 현실이었다.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어쩌면 내년 5월부터 윤석열 대통령 시대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국민의힘 당원들은 26년 동안 당에 ‘헌신’한 사람을 선택하지 않았고, 당심은 민심을 거스르지 않는다는 정당의 일반원칙마저 간단히 무시해버렸다.


 윤석열이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총장을 그만두고 정치에 뛰어든 게 지난 3월이었다. 말뿐이었어도 내내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던 검찰총장이 곧바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건 ‘정의와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그동안 강조했던 ‘정치적 중립’ 운운하는 소리는 선출 권력을 비켜가기 위한 말장난이었고, 자기 정치를 위한 발판이었을 뿐이다. 학살자 전두환을 찬양하고 사과는 개나 주라며 국민을 모독하는 등 망언을 쏟아냈지만, 정치 신인 윤석열은 보란 듯이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


 이제 웬만한 기관장들은 대통령을 꿈꿔볼 만한 세상이 되었다. 윤석열이 물꼬를 텄고 김동연, 최재형 같은 이들도 대권을 꿈꾸며 몸을 움직였다. 뭐라 변명하든 이제 공직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가 아니라, 자기 선거운동을 위한 디딤돌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현상이 문재인 정부의 인사실패에서 도드라진 건 맞지만, 머슴이 주인 노릇에 익숙해진 탓이 훨씬 크다. 여야보다 관료들의 패거리인 관당이 실질적인 집권세력이 된 오늘의 한국적 민주주의가 낳은 폐해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가 되었어도 윤석열의 태도는 섬뜩하다. 현 정권에 대한 분노에서 멈추지 않고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집념까지 내비친다. 그래서 이번 대선은 홍준표의 말처럼 ‘석양의 무법자’처럼 돼가고 있다. 법도 없고, 상식도 통하지 않는 세상, 그저 총을 빨리 쏘는 사람만 살아남는 그 옛날의 무법천지를 닮아간다는 거다. 이기면 대통령이 되지만, 지면 감옥에 가는 ‘처절한 대선’이란다. 경선 패배자의 푸념만은 아니다. 국면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활을 건 거친 싸움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덟 번째 대선인데, 구도와 수준은 유례없는 최악이다.


 대선판을 주도하는 건 검찰이다.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대선판이 요동칠 테고, 결국 대통령은 검찰이 낙점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검찰이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뻔하다. 자기들이 모시던 검찰총장이 후보로 출마했으니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바쁘게 뛰어다닐 거다. 요즘은 말뿐이라도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검찰이 주도하는 대선, 이건 사실상의 쿠데타다.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밑천이 총과 탱크였다면,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 그리고 형집행권이 바탕이다. 형사사법을 좌우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옛날에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은 군복을 벗고 정치를 시작했다. 번거로워도 최소한의 절차는 거쳤다. 요즘의 검사들에게는 그럴 필요조차 없어졌다. 검찰총장에서 대선 후보로 직행한 윤석열에게는 군인들이 옷을 갈아입는 것 같은 최소한의 절차조차 없었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무한하다.” 이런 오만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떠돈 지 벌써 수십 년이다. 군인들 세상이 물러가자, 검사들 세상이 왔다. 검찰은 주권자의 선택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도 자기 권력을 영속화하고 있다. 임기 제한조차 없다. 그래서 검찰을 민주적 통제 아래 두기 위한 검찰개혁을 진행했지만, 검찰의 전면적 반발에 혼란이 반복되었고, 마침내 ‘대선 후보 윤석열’이라는 보고도 믿기 힘든 괴상한 현실로 이어졌다.


 윤석열은 야심차게 대통령을 꿈꾸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물론 김대중과 노무현까지 계승한단다. 두둑한 배짱이다. 그렇지만 김대중은 검찰에 대해 ‘최대 암적 존재’라 질타했고, 노무현은 검찰 때문에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언젠가 검찰은 집권 초기의 대통령 권력을 빼고는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이라고 쓴 적이 있다. 현직 대통령도 집권 후반기에는 검찰에 밀릴 정도로 검찰의 힘이 세다는 것이었지만, 이젠 바로잡아야겠다. ‘대선 후보 윤석열’에서 보듯 검찰권력이 전면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보수세력과 결탁해 자기 이권을 챙기거나 기껏해야 몇몇이 정치인이 되는 수준이었지만, 이젠 사뭇 달라졌다. 현직 검찰총장이 스스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서는 판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소수의 쿠데타 세력과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싸움을 다시금 펼쳐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비상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