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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호] 드러내는 힘, 민주주의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6-18 16:02
조회
90

오항녕/ 인권연대 운영위원


 진시황(秦始皇). 중국 천하를 처음 통일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람들은 흔히 진시황이 중국 천하를 처음 통일했으나 아방궁을 짓는 등 방만한 재정 낭비로 반란을 초래했으며 그 결과 진나라는 30년도 안 되어 멸망했다고 한다. 나는 진시황의 ‘낭비’에 대한 도덕적 힐난은 역사를 이해하는 데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다른 가설을 가지고 있다. 도대체 이 광대한 땅과 숱한 인민들에게서 얼마를 거두어야 할지 그는 아직 몰랐을 거라고. 같은 시기의 자료를 보다 갖게 된 감이 있어서이다.


 당시 못 살겠다고 봉기한 군중 중에 항우와 유방이 있었다. 둘은 나란히 진나라 수도 함양을 점령했다. 항우의 군대가 점령군답게 금은보화를 차지하고 방화와 파괴에 몰두했을 때, 유방의 제1참모로 나중에 재상이 되었던 소하(蕭何)는 지도와 문서를 챙겼다. 그는 항우에게 핍박당해 파촉으로 쫓겨가 있을 때 이 문서를 연구했다. 지도는 경지를 포함한 천하의 땅에 대한 정보였고, 문서는 인민에 대한 정보였다. 얼마를 거두고 누구를 동원할지 따져보았을 것이다. 인민과 생산물에 대한 파악, 국가가 맨 먼저 하는 일이다. 그것을 실패하면 국가가 될 수 없거나, 망한다.


 국가만 공무원 조직을 동원해 인민을 관찰하는 게 아니다. 인민들도 정책과 관리를 통해 국가를 들여다본다. 조선 시대처럼 강력한 지식인 집단이 국가가 하는 일에 참여하고 국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요즘처럼 시민들이 정보공개를 통해 국정을 들여다보고 드러내기도 한다. 시대에 따라 정보에 접근하는 기술이 달라 그 방식은 차이가 있다. 민주, 민본의 역량은 인민들이 국가가 하는 일을 얼마나 들여다보고 드러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산림청의 벌목사업을 조사한 환경운동가 최병성은 이렇게 물었다. “최근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흉물스러운 싹쓸이 벌목 현장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왜 이렇게 참혹한 벌목이 전국에서 행해지는 것일까?”(오마이뉴스, 최병성 리포트, 2021년 6월 2일.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6월호도 참고)



사진 출처 -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과도한 벌목의 진실이 무엇이냐? 국유림이냐?”는 질문에, 최병암 산림청장은 “사유림이다. 개인 재산이다. 산림청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는데, 이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산주인은 채산성 때문에 벌목을 할 이유가 없고, 심지어 산주인의 동의 없이 벌목이 이뤄지기도 하며 그 비율은 무려 51%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산림청이 5월 25일 낸 해명자료에서 “어린나무를 베지 않으며, 이산화탄소 순흡수량과 저장량을 함께 관리한다”라고 한 말도 말장난이라고 지적했다. 산림청은 침엽수의 경우 30세, 활엽수의 경우 20세의 나무를 베고 있으며, 이는 수백 년에 달하는 나무의 수명을 감안할 때, 아주 어린 나무라는 것이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싹쓸이 벌목이 벌어지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산림조합! 산림조합이 산주인들을 찾아다니며 산지의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위임장을 요청한다. 거기에는 ‘나무 벌목과 조림과 조림지 풀베기’(조림 완료일로부터 3년), ‘어린나무 가꾸기 사업’(조림 완료일로부터 10년 이내) 및 관련 사업비 집행, 보조금 수령 등 일체 행위를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산림조합의 이익률은 15%에서 23.1%로 늘어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2012년까지 5년 동안 숲 가꾸기와 묘목을 심는 조림비용이 총 3조 1,301억 원이라고 한다. 산림청의 2020년 조림비용 고시문에는 이윤이 ‘노무비+경비+일반경비의 15%’라고 했으니, 3조 1,301억 원의 15%, 약 4700억 원이 산림조합에 돌아갔다는 말이다. 산림사업 시장이 모두 정부 예산에서 이루어지면서 각종 예산 부풀리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 공무원 뇌물 등의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보면 산림조합은 막대한 이득을 보고, 산림청은 숲을 가꾼다는 미명 아래 국가 예산을 퍼부은 셈이다.


 헌데 사태가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드러나면 해결방안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어려운 것은 여기에 붙어서 부당이득을 취하던 자들의 발버둥일 뿐이다. 20~30년생을 대상으로 나무 베는 나이를 최소 60~70년으로 늘려 쓸모 있는 큰 나무를 생산해야 하며, '벌목 중심'에서 '보전 중심'으로 산림 정책을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 현 정부에서 계획하는 30억 그루 심기가 산림조합 돈벌이가 아닌 국민이 누리는 숲,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림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산림 정책에서 고려할 두 가지 역사적 경험만 참고로 덧붙이고 싶다. 왕정 시대부터 국가가 보는 산림은 곧 목재와 같은 말이었다. 전함이나 궁궐 짓는 데 쓰는 목재의 생산지였다. 가축 사료로 쓰거나 지붕 이는 데 쓸 나뭇잎, 사람이나 가축의 식량이 되는 칡이나 열매, 노끈으로 쓰는 칡 줄기, 약재나 식용으로 쓰는 나무껍질이나 약초, 송진 같은 수액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근대 국가의 ‘과학적 조림’은 산림에 대한 단순화, 조작을 가속화했다. 산림의 상업적 착취를 목표로 한 다양성의 최소화였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모두 제거한 산림은 생물학적으로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영양 사이클이 망가진 숲의 침엽수는 20~30%의 생산 손실로 이어졌다. 그 결과를 확인하는 데는 100년이 걸렸다.(제임스 C. 스콧 저, 전상인 옮김, 《국가처럼 보기》, 에코, 2010)


 다음으로 사유림 대신 공유지를 확대하는 과제이다. 일제강점기 토지조사사업으로 동양척식회사가 차지한 국유 농경지 면적이 13만 7천 정보였다. 동척 소유가 된 ‘미개간지’의 면적은 120만 정보였다. 농경지의 10배였다. 즉 ‘공유지로 볼 수 있는 토지’가 불과 10여 년 사이에 ‘총독부에 의해 처분 가능한 국유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당연히 이 중 대부분이 임야였다. 총독부는 공유지를 개인이 개발하여 사유하도록 조장했다. 제어할 정치세력이 없는 총독부가 주도한 공유지의 사유화였다. 이 과정은 더 연구가 필요한데,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국유림 비율이 70% 이상인 데 비해, 거꾸로 한국은 사유림이 70%인 역사적 이유이다. 방치된 사유지를 공유지로 바꾸는 것,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다.


 부조리, 부패, 부정이 가려져 있으면 그런 게 자행되는 줄도 모르고, 따라서 해결할 길이 없다. 근래 우리 사회는 곳곳에서 민낯을 보여준다. 정치인들은 그나마 쓰던 수사학도 내 던진 지 오래되었고, 검찰과 언론은 이미 어그러진 모습을 뻔뻔하게 드러낼 대로 드러내어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한 행태를 식상하게 바라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떤 분들은 타락이라면서 걱정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타락이 아니라 실상이 노출되는 것뿐이다.


 가깝게는 LH 직원들의 투기 사건이 그렇다. 공공기관이 토지와 주택의 매매라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순간 이미 예상되었고 진행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며칠 전 공군과 해병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은 어떤가. 그동안 없었던 일이겠는가. 아니다. 알려지지 않았거나 알려지지 못했던 것이다. 최병성 목사가 제기하는 산림청과 산림조합의 짬짜미 의혹도 그 연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뭘 하는지 시민들이 나서서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힘,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민본주의라고 믿는다.


오항녕 위원은 현재 전주대에 재직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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