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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호] 세 마리의 사슴과는 전혀 관계없는 영탄(youngtan)을 아십니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6:31
조회
330

여준민/ 인권연대 회원


 만날 사람이 기자란다. 기자를 취재해? 사진 찍는 사람이 사진 찍히는 것을 싫어하듯, 누군가를 취재만 해오던 사람이 취재 당하는 상황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일일 수 있는데, 여하튼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고 한다. 물론 단체 활동가가 회원에게, “만나고 싶다” 고백(?)을 하면, 열의 아홉은 약간의 빚진 느낌으로 쉽게 응할 것 같기도 하다. 회원 참여 프로그램도 많지 않고 자신의 바쁜 일상을 추슬러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상황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비 꼬박꼬박 잘 내는 것만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록삼(33세) 회원, 그는 그렇게 응했다. 아주 단순하게.


세 마리 사슴과 구영탄 사이


 서울신문 7년차 박(朴)록(鹿)삼(三) 기자.


사슴 록자가 들어간 이름이라고 해서 가냘프고 아름다운 눈망울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하면 오산이다. 단지 그의 이름은 아버지가 꿈에서 ‘박록삼(朴鹿三)’이라는 명패를 보셨다는 연유에서 지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를 커다란 눈망울 때문에 오히려 가냘프고 힘없어 보이는 사슴의 모습을 연상하는 것도 금물이다. 그가 보내는 무심한 듯 무표정으로 응시하는 시선에는 왠지 모를 대단한 모종의 꿍꿍이가 숨어있는 듯 편안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inter-park03.jpg


만화주인공 구영탄을 연상하게 했던 박 기자


 아, 그 옛날 추억의 만화, 고행석의 ‘구영탄’을 연상하면 바로 딱! 이다. 약간 고개를 쳐들고 가늘게 치켜 뜬 시선이 매력적인(?) 구영탄 말이다. 모든 세상살이에 무심한 듯 혹은 평상심으로 일관하는 듯 하다가도 은하라는 여주인공 앞에서는 언제나 순정을 다 바치는 순수함이 있었고 부정과 비리 앞에서는 본능에 가까운 직설적 태도와 은근한 패기가 작동해 우직함이 엉뚱함으로 비춰지기도 했던 ‘그’ 말이다.


물론 박록삼, 그의 성격까지 구영탄을 떠올리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다. 말투와 행동은 절대 어눌하거나 단답형의 답변으로 일관하는 단순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예의바르게 사람 챙기고 세상을 보는 시선도 겸손하고 낙관적이었다. 우직함은 비슷해 보였는데, 그 옛날 통일선봉대 대원이었고, 서울신문에서 노조 활동을 했다고 하니, 여러 방면에서 뚝심을 갖춘 열혈청년기자로서의 면모는 슬쩍슬쩍 눈에 띈다. 그는 그렇게 구영탄과 비슷하기도, 때로는 정반대이기도 한 사람 같았는데, 그가 건넨 명함 한 장이 가볍게 정리해준다. 그의 별칭과 이메일 아이디는 영탄(youngtan)이었다.


개혁은 기득권과의 싸움


 그는 98년 8월에 졸업하고 나서 1년 만에 지금의 일터에 자리를 잡았다.


“특별한 동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한겨레나 대한매일을 지원하려고 했어요. 당시 대한매일은 기획이나 특집이 좋아서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한겨레가 신입기자를 뽑지 않아 자연스럽게 선택한 겁니다.” 당시 DJ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금 정론지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대한매일로 제호를 바꾸면서 잠시나마 대한매일에 사람들의 기대가 모아졌던 건 사실이다. 그 역시, 깨지고 다듬어지면서 커나갈 수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노조활동을 하면서도 경험했지만, 사람들에게는 혁신의 의지보다 과거의 관성이 훨씬 잘 먹혀드는 것 같아요. 1년이라는 짧은 과정 속에서 몸으로 느껴본 건 처음인데, 그때 결국엔 사람의 문제고, 사람이 바뀌어야 개혁도 가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비록 지금은 사원들이 대주주이고, 발행인을 사원들이, 편집국장은 기자들이 뽑는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사라 자부해도 50년 동안 정체된 조직의 한계를 넘기는 어려운가 보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두고, 퇴행하지 않는 수준으로만 가려고 해요. 참여정부의 탄생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지만 역시 기득권의 힘에 대항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인 것 같아요.” 라며 잠시 어두운 표정을 짓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점점 좋아지겠죠.”라는 말로 자신의 의지를 대신한다. 아마 그건 모두의 바람이겠지.


장기수 어르신들과의 인연이 특종으로


 민족, 통일, 나아가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탓에 크게는 동북아문제에도 관심의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지만, 7년 동안의 사회부, 정치부 등에서의 활동은 그에게 다양한 사고와 인식의 폭을 넓혀주었다고 한다. 물론 기자로서의 자질이 의심되기도 하고 회의가 들 때도 있었지만 말이다.


 “사회부, 정치부 지금의 체육부 활동은 재미있어요. 물론 국회나 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분명히 머릿속에 시시비비가 가려지고 판단이 서는데, 곧장 기사로 옮길 수는 없고 객관적인 전달자 입장에 서야 할 때는 가끔 기자로서 회의에 빠지기도 하죠. 회사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니고 입장과 색깔을 분명히 하지만 아쉬움은 분명히 있어요.”


 그런데 그런 그가 특종을 한 적도 있단다.(너무 무시했나?) 그는 양희철 선생님과 안학섭 선생님이 계셨던 우리탕제원에 보탬이 되기 위해, 추석과 설날 등 대목을 특수를 노려 가까운 지인들에게 십전대보탕을 팔아온 것으로 유명했다. “실은 신문과 방송, 기자협회보 같은 곳에 광고효과를 노려 인터뷰를 자원한 적도 있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 선후배는 물론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쉽게 다가가려는 기획된 의도였죠. 근데 쉽지는 않더라구요. 거의 한 달을 신경 써야 하는데, 한 번에 두 가지는 정말 어려워요.” 지금은 단체가 하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 안하고 있지만, 여하튼 그게 인연이 되어 양희철 선생님의 결혼식을 단독 보도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던 것이다.


 당시 그의 누나마저도 그런 맥락에서 이용(?)당했다는데, 법무법인 덕수에서 활동하다 얼마 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기도 한 박서진 변호사(법무법인 정민)마저도 주변에서 “저 친구 동생이 저런 일 한데”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회사에서는 농담반 진담반 ‘빨갱이’로 불리기도 했었단다. “주변 사람 파먹고 사는 것도 한 두 번인 것 같아요. 지금은 판로확보에 부담이 커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종 하나 건지고 발 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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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의 매력에 빠졌다는 박 기자


박주영의 아름다움에 빠지다


그런 그가 요즘은 박주영에게 빠져있다. 사회 문제에 관심 많던 청년이 체육부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원래 야구를 좋아했어요. 고향이 광주인데, 해태 팬이었죠. 그러다가 월드컵 때 51경기 중 50경기를 봤어요. 요즘은 박지성과 박주영 때문에 축구도 좋아하는데, 언제 골을 넣을까만 생각해요. 박주영의 몸짓은 간결하지만 물 흐르듯 뛰는 모습을 보고 일종의 미학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는 박주영을 보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단다. 얼마나 단단히 반했는지, 기회가 되면 체육미학이란 관점에서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도 슬쩍 피력한다.


“작고 사소한 일일지라도 미학의 저변을 확대하는 일은 의미 있는 것 같아요”


박주영이 이리저리 공을 굴리며 마지막에 힘찬 슛팅을 하는 장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는 그의 행복한 눈빛을 보니, 그의 구영탄 같은 시선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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