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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외국인이 겪는 이중차별(정한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7-03 09:34
조회
81

정한별 / 사회복지사


 2020년 2월 19일,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다. 그 후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고, 첫 확진 이후 엿새 만에 7명이 사망했다. 첫 사망자의 몸무게는 고작 42kg 밖에 되지 않았다. 4년 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었고, 아무나 잘 지키고 있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신병원,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2022년 8월, 전국에는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특히 서울은 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는 사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2022년 8월 9일 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집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여동생은 사고 전날 집으로 빗물이 들어오자,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 달라고 했고, 지인의 신고로 배수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가족은 아무도 돌아올 수 없었다. 여동생의 언니는 발달장애가 있었다.


사진: 이모작뉴스


 전염병 상황 하에도, 수해에도, 화재에도,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이 많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뉴스를 본 일이 없다. 정신장애가 있는 가난한 사람, 반지하에 사는 발달장애인, 열악한 환경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이주노동자까지.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대개는 사회에서 쉽게 배제되다가 이런 뉴스가 있을 때나 비로소 대중에게 드러나게 된다.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배터리 공장의 화재로 23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났는데 피해자의 대다수는 이주노동자였다. 언론의 발표에 따르면 부상자는 8명, 사망자는 중국인 17명, 한국인 5명, 라오스인 1명 등이었다. 이주노동자 100만명 시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이 넘는 시대라고 하지만, 국내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자의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진: BBC


 문득,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안산과 화성을 다녔던 2019년이 떠올랐다.


 장애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했다.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 중 장애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을 함께 경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했고 다양한 답변을 들었다. 그 중 아직도 기억나는 답변이 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노동자로 한국에 입국하는 일은 어렵다. 일을 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장애를 갖게 되었다면 한국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한국을 떠나게 된다. 한국에서 장애를 갖게 되면 두 가지 방법으로 한국을 떠나게 된다. 첫 번째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 두 번째는 자신 스스로 죽어서 떠나는 일.


 장애 때문에 차별을 겪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먼저 외국인이어서 차별을 겪는 일이 많다. 아, 외국인도 백인은 다르다. 그런데, 장애를 갖게 되면 한국에서 살 수조차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차별을 겪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출입국관리법 제11조는 입국의 금지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제1항 제5호에는 “사리분별력이 없고 국내에서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정신장애인, 국내체류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 그 밖에 구호(救護)가 필요한 사람”은 입국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해당 규정이 모든 장애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완전성을 갖주치 않은 몸들에게 한국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한국에 들어온 뒤에, 일을 하다가 장애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인등록이 가능할까? 사실 그렇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등록을 한 외국인은 소위 선택받은 자들이다. 외국인의 장애인등록은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에 따라, 재외동포(F-4), 영주권(F-5), 결혼이민자(F-6), 난민(F-2-4)비자를 가진 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


① 재외동포 및 외국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32조에 따라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


  1.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


  2. 「주민등록법」 제6조에 따라 재외국민으로 주민등록을 한 사람


  3.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10조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 중 대한민국에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


  4.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결혼이민자


  5. 「난민법」 제2조제2호에 따른 난민인정자


 장애인등록이 되면, 외국인이 내국인에 비해 차별없이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한국의 장애인복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장애인 등록을 전제로 해서 제공되고 있다. 이에 장애인 등록 후, 장애의 특성과 정도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장애연금과 발달장애를 이유로 제공되는 발달장애 관련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것이다.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외국인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 등록을 한다면, 장애연금과 활동지원서비스 등 장애의 특성과 정도를 고려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바로,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제2항에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에 대하여는 예산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복지사업의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악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나, 국가는 이렇게 세심하고 꼼꼼하게 외국인의 국적과 장애를 이유로 이중차별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4년 장애인복지사업안내 제2권에 따르면,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애인연금(중증장애인에게 지급), 장애수당(경증장애인에게 지급), 장애아동수당, 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 등은 난민인정자 등에 한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 자동차 표지 발급”처럼 등록 장애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기는 하다.


 이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2022)”를 통해, 한국의 장애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우려를 표명하며, 국적과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자국 장애인에 대한 지원에도 따가운 눈총과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사회에서 국내에 체류하는 장애가 있는 외국인까지 고려하는 일은 너무 멀리 나간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여성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자고 주장할 때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다수의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사회변화의 출발은 다수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할 때, 정말 아닌게 맞나 하고 의문을 던지는 소수의 웅성거림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권리 보장은 국적을 불문하고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