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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클릭 보이콧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12-17 11:54
조회
712

주윤아/ 교사


Ⅰ ‘안물안궁’인데 가장 많은 기사류

김나영, 패피의 완성은 몸매! 화려한 올그린룩
前 미스코리아의 위엄 ㄷㄷ; 45세 ‘역주행 몸매’
송가인, 흰색 스키니진에도 굴욕 없는 44kg 초슬림 몸매
51세 박소현, 30년간 44사이즈 옷 입는 건강 비법은?
'이다인 언니' 이유비, 얼굴+몸매+패션 3박자


 이 정도의 기사 제목은 양호한 축에 속한다. 여성 연예인의 몸을 부위별로 나누어 ‘아찔, 탄탄, 잘록, 명품, 콜라병, 숨멎, 미친’ 등의 저속한 수식어로 평가하는 기사는 넘치고 넘쳐난다. 물론 남성 연예인도 ‘식스팩·11자·초콜릿 복근, 벌크업, 성난 근육, 만찢남’ 등 외모 품평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물론 대중에게 연예인은 일거수일투족을 평가받으며 대상화되기 십상이지만 미디어들은 이들의 남다른 능력이나 숨은 노력보다는 오직 얼굴과 몸매만이 전부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기사를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쉼 없이 생산하며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 특히 갓 데뷔하여 언론 노출이 절실한 신인 아이돌, 그중에서도 걸그룹이 성적 대상화 기사의 집중 표적이 되는 듯하다.



사진 출처 - 한겨레


Ⅱ 맥락 없는 ‘♥’ 남발하는 기사류

이혜성 아나, 전현무와 결혼하면 매일 빵 만들어 줄 것 같은 빵순이
'검사♥' 한지혜, 럭셔리 숲뷰 집에 으리으리한 트리.."설치만 3시간 걸려"
노홍철, ‘이효리♥’ 이상순 만났다…제주 스쿠터 여행 "좋아, 가는 거야“
장영란, '병원장 사모님' 열일하더니 쓰러졌네…신지 "뻗을 만했지"


 제목 속의 ♥ 때문에 가끔 헷갈린다. 누가 기사의 당사자인지. 기사 주인공을 언제나 파트너와 연결지어 그들의 언행과 일상은 언제나 상대를 향해 있고, 또 그럴 때만이 본연의 의미가 완성되는 것처럼 제목을 만든다. 하루이틀새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날이 갈수록 맥락은 무시되고 제목과 기사 내용과의 개연성도 떨어진다.


 마치 그 사람이 00의 배우자이거나 00의 연인으로서만 존재 의미가 있는 것처럼 어느 새부터인가 이런 황당한 기사의 제목을 당연하게 작문한다. 물론 사이버 언론들이 조회 건수를 늘려 광고비를 많이 받기 위해 남발하는 어뷰징 낚시 기사의 본질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는 독자들의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시키기도 하고, 더군다나 연예인 당사자의 정체성을 서서히 삭제해가므로 가히 문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류의 제목을 만드는 것에도 대략 몇 가지 패턴이 있는데 연인과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나이가 적은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는 기사 내용과는 무관하게 그의 유명한 중년 남자 친구의 이름을 빠뜨리는 법이 없다. 좀 더 예뻐졌다거나 다이어트에 성공이라도 하면 그는 또 분명 홀딱 반할 것이며,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 여자의 그이는 복 받은 남자고, 그녀가 잘 나가는 이유는 그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기 때문으로 스토리 하나가 뚝딱 만들어진다. 또 다른 패턴으로는 상대적으로 더 유명한 파트너의 이름은 반드시 언급하거나 파트너가 대중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는 아예 이름이 아니라 직업으로만 호명되기도 한다.


Ⅲ ‘그들이 사는 세상’ 기사류


‘사업가♥’ 이혜영, 한남동 사모님은 패션도 남달라.. 과감한 컬러 조합
진재영, 수영장 딸린 제주 집서 티타임…200억 CEO답게 럭셔리
"대문만 집 한 채 값"…'편스토랑' 한다감, 개인 산책로 갖춘 '1천평 한옥집
"163억 한강뷰" 고소영, ♥장동건과 사는 '으리으리한 전국 1위 집’
‘100억 CEO’ 김준희, 사업 진짜 잘 되나봐.. C사 매장을 쓸어 왔네
설현, 명품에 파묻힌 근황..수백만원대 원피스+가방 '영앤 리치 정석’


 성적 대상화 기사 제목 못지않게 최근 이런 류의 기사 제목도 쏟아진다. 특히나 결혼 잘?하기로 유명한 연예인들의 경우는 일주일이 멀다 하고 그들의 일상이 부지런히 소개되고 있다. 수천 평의 대지에 수백 평의 대저택에서 수백 수천억의 연봉을 벌면서도 건물을 매각하여 시세 차익으로 수십억을 또 벌었다느니 하는 저세상 이야기로 24시간이 모자라게 밥벌이하며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박탈감과 우울감을 하루에도 수차례 안겨주고 있다. 설상가상 명품 하나 갖지 못한 우리네 삶의 서사까지 은근히 폄하하고 모욕하는 경우까지 있다. 왜 더 부지런히 살지 못했는지, 왜 고작 지금의 능력밖에 갖고 있지 못한 건지, 그보다 왜 더 잘 태어나지 못한 것인지를 말이다.


 이런 기사들 따위 혹 읽게 되어도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한참 자아정체성을 형성해가는 이들에게 해악이고, 성인이 된 우리들의 무의식마저도 서서히 잠식해 간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무수한 관계 속에 놓여있는 데다 때로는 사회생활을 위한 가면을 1~2개씩 번갈아 쓰기도 하다 보니 나의 본래 성향이 무엇이었는지조차 자기 자신도 긴가민가하게 된다. 그런 우리를 사회와 언론은 도움을 주기는커녕 점점 왜곡되고 굴절된 시각을 갖도록 오히려 부추기고 있으니 그저 손 놓고 마냥 빨려 들어갈 수만은 없는 일. 건강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늘려 세상을 점점 살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눈에 봐도 나를 낚는 무가치한 제목은 아예 클릭하지 말자. 아무도 읽지 않아 스스로 도태되게 만들자. 대신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하면서 곁에 있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건강한 소통을 통해 다시 눈을 밝게 만들고 귀를 정화하여 원칙을 지키는 멋진 제목을 찾아 클릭하자! 있는 그대로를 볼 줄 아는 것도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공과 시간을 들인 훈련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기억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