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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개인회원 이명박과 4.19축사의 교훈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6:38
조회
293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상담위원



개인 호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 시민단체 회비도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몇 군데 내는 후원금조차도 망설이며 현실과 타협하게 된다는 자괴감과 동시에 반발심이 생기게 된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배운 얄팍한 모든 것이 동원되면서, 무엇 때문에 사는 지 스스로 점검하게 되는 ‘경지’에 다다른다. 어쩌다 시간을 내서 단체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제대로 못해 미안해하던 마음에서 내가 지지하는 단체는 무엇을 해왔는지 원망하는 마음이 드는 것이다. 이 때 마음을 스스로 관찰해 보면 이기적인 속물이 되어 있는 ‘나, 개인회원’을 확인하게 된다.

최고 권력자나 기관을 비판하는 일은 유명한 시민사회단체에서 하는 일이고, 상당히 유명한 시민단체 운동가가 하는 일이라고 미뤄 두었던 일이 이젠 과감하게 ‘내 일이 되는 비약’이 생기게 된다.

자신이 쓴 원고의 글 한 줄도 혹시 정보기관의 감시는 받지 않는 지 자신의 일터나 관계되는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는지 숱한 자기검열을 한다. 동시에 망설이던 초라한 자신은 온데간데없고, 배짱 두둑하게 단체 일에 비판도 하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왜 노력이 부족하고 결과는 미미한지 꾸짖어 보는 ‘객기’도 벌이게 된다. 이때가 회원 한사람으로 단체 활동을 가장 빛나는 순간이며, 스스로 역설적인 ‘최고회원’이 되는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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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7일에 있었던 '4.19 혁명 국가조찬기도회' 모습
사진 출처 - 국민일보


한 단체의 회원인 현직 대통령이 ‘주책’맞은 일을 했다. 지난 4월 17일 ‘4.19 혁명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국가보훈처장을 시켜 대신 읽게 한 축사에서 이 대통령은 “하나님의 축복과 역사하심이 북녘 땅에도 함께 임하여... 이스라엘 민족들이 그 숱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애굽을 떠나 가나안으로 향했던 것처럼, 우리는 강하고 담대한 믿음을 가지고...” 라고 말했다. 이 기도회는 4·19민주혁명회, 4·19혁명희생자 족회, 4·19혁명공로자회 등이 공동 주관하고 4·19선교회가 주최한 행사이다. 기도회를 주관한 3단체는 법률로 정한 국가유공자 단체이다. 반면 기도회의 주최기관은 4.19선교회이다. 이 단체는 지난 84년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4.19혁명의 이념을 역사 속에서 선양, 계승하고 정의사회와 국가번영, 조국통일을 위한 사명을 실천하는 것’을 목적으로 창립했다. 선교를 목적으로 한 임의단체이다.

이 대통령은 또 이스라엘 민족의 고난 극복을 칭송하면서 아예 따라 배우자고 제안했다. 올해 초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고는 있는가! 남의 땅을 가로채고, 국제법을 어기고, 무고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들을 따라 배우라니.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인 4.19와 폭력적 국가주의문화의 상징인 이스라엘을 연결시키는 대통령의 착시와 종교적 맹신이 놀라울 뿐이다. 이 정도면 대통령의 종교관, 정치관, 역사관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것으로 용인될 수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근무시간에 국가조찬기도회에 나아가 ‘여호수아의 말씀을 깊이 새겨 국정운영에 반영하겠다’고 하여 물의를 빚은바 있다. 대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왜 이렇듯 부적절하게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앞세우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이스라엘의 열렬한 추종자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기도회에 축사를 한 것 자체도 문제다. 4.19를 기리는 기도회를 하려면 선교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찬기도회를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법률로 인정하는 3단체를 주관단체로 내세워 ‘국가’조찬기도회라는 명칭으로 행사를 하였다. 기도회 자체가 마치 국가행사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는 정교분리 위배 혐의가 농후한 행사에 대통령이 가세해 매우 극단적인 종교적 언사를 일삼는 것을 국민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 개인의 신앙은 중요하다. 그러나 제발 대통령이라는 공직의 테두리에 종교를 갖고 들어오지 말아야 한다. 왜 신앙고백은 꼭 그렇게 시장이나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앞세워야만 되는 것인가?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난국에 대통령이 다시 이 문제에 불씨를 지피는 발언을 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공무원복무규정과 행동강령이 만들어지고, 문광부에 공직자종교차별신고센터가 설치되고,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이 개정되어도 종교차별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가 이렇게 대통령부터 정교분리 헌법을 유린하는 것 때문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대통령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현직 대통령도 한 단체의 회원으로, 한 교회의 신자로 ‘객기’를 부릴 수 있겠지만 이 정도면 그냥 봐 줄 수 없다. 문제점을 인식한 한 사람부터 스스로 한 단체의 회원으로 더 열심히 회비를 내고 글도 쓰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이명박 회원’도 하는 마당에 더 주저할 필요도 없다. 개인이 속한 단체에서부터 열심히 활동하는 이웃단체까지 스스로 최고의 회원이 되어 일하고 주인이 되어야 한다. 최고의 회원들끼리 민주주의의 보편적 가치를 놓고 겨뤄보아야 행복한 세상이 온다는 평범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