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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채용부터 인권 차별, 어떻게 해야 하나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국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5:30
조회
522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국장



대통령선거도 끝난 마당에 아름다운 성탄절 분위기를 느끼고, 행복한 종교적 심성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 글은 조금 결례가 되고 딱딱한 글이다. 그럼에도 충남 태안에서 좋은 일을 해 보겠다고 참여했던 분들의 마음을 모아 용기를 내본다. 함께하지 못해 마음이 개운하지 못한 분들이 있다면 더 살펴보고 싶다. 인권 영역에서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 문제를 위해 고민했을 때, 여러 번 제시 된 사례이고 대학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강남대 이찬수 교수 문제를 위한 장기적 해결과제도 사립대학의 근본문제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신년을 맞이하는 새로운 각오로 괴롭고 반성하고 싶은 마음에서 연구원의 조사활동에서 제대로 발표하지 못한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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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수 교수 대책위 활동 모습


필자가 활동하는 연구원에서 2007년 상반기에 종교계 설립 사립 대학교 34개를 대상으로 교직원 및 조교 선발 등의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확인이 불가능한 일부 몇 학교를 제외하고 15개 학교가 정관으로 특정종교신자여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임용 공고에 특정종교신자로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을 명시한 경우는 25건에 이르렀다. 학생 자치기구인 동아리 설립에 있어서, ‘학교의 건학 이념’에 부합되어야 한다고 규정으로 못 박은 학교도 2곳이나 되었다.

우리나라처럼 사립대학이 80%를 차지하는 대학에서 건학이념이나 종교이념에 의하여 특정 설립자 개인의 교육이념이나 특정 종교에 맞는 사람만을 고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면 공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곤란해진다.

종교가 다른 사람은 학내 구성원 진입이 막혀있지만, 이런 대학들이 막대한 국민의 세금을 지원 받고 있다. 심지어 로스쿨 신청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이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지 못한 것은 ‘종교’에 대한 너그러움, 그리고 ‘대학’이라는 보호 심리가 작동했기 때문은 아닐까 미루어 짐작해 본다. 신규 임용을 신청하는 박사들 또한 인권 차별침해당사자 이면서도 학계 전체에 미운 털이 박힐까봐 주장하기 어렵고, 학교구성원으로 지내기 위해서나 고용불안 등을 이유로 차별 현실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특정종교인만 대학교수로 사립대학의 인권차별

대부분의 종교사학이 교원인사규정에 자격 요건 중 건학이념과 연관되는 종교에 대한 문구를 언급하고 있고, 정관에 명시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채용 공고 등에서 특정종교신자로 자격을 제한하고 신자증명서 등을 제출서류로 공지하고 있다. 특히 동국대, 서울여대 등 일부학교는 정식직원이 아닌 행정조교 등의 채용 시에도 불교도신행증나 교회출석증명서 또는 세례증명서 제출을 요건으로 정해놓고 있었으며, 이것은 명백한 차별행위이다.

학교 내에서 인사문제에 있어 종교로 인한 차별이 없음을 회신한 학교는 조사학교 34개 중 3개 대학 뿐 이었다.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은 학교들은 종교 강요나 차별이 개인의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 하거나,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킬 것을 염려하고 있는 입장이라고 판단된다.

비록 학교 인사규정상 종교와 관련한 문구가 없다 하더라도, 임용지원자 및 누구나 볼 수 있는 게시물에 특정종교이념에의 실현을 요구하는 것은 타종교인 및 무교인 에게 심리적인 차별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직무와 관계없는 항목인 “교수임용지원서”의 ‘종교’란 기재는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종교로 인한 차별행위는 단순한 차별을 넘어 헌법에 보장된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함과 동시에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권리도 침해하는 것이다.

교원 차별보다 종교에 따른 동아리 간 차별 현황은 조사하기가 더 쉽지 않았다. 대학에서의 동아리와 관련된 사항은 ‘동아리연합회’와 같은 학생자치기구에 일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운영주체가 학생조직이다 보니 연단위로 구성원이 바뀌어 연속성이 약하고, 정식으로 질의 응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힘들었다. 각 학교당국의 총무처나 학생처 등의 담당부서 종교동아리 현황과 차별규정이 있는가에 관한 응답을 바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회신을 취한 곳은 1개 대학뿐이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종교차별로 볼 수 있는 사례를 유형화해보면 첫째, 종교계 학교에서 종교가 다른 학생을 대상으로 한 타종교 교육에서 오는 갈등, 둘째, 종교계 학교에서 타종교인에 대한 채용기회의 박탈 내지 차별, 셋째, 특정종교의 교육을 필수이수과목으로 선정하는데서 오는 갈등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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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대표들이 2007년 10월 학교에서 종교교육과 의식 활동에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인권 기준을 마련하라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류상태(학교종교자유
시민연합 실행위원), 강의석씨(서울대 법대3학년), 박광서(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장은숙(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오창익(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사진 출처 - 필자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는 것이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율권이었다. 특정 종교적 이념에 의하여 설립된 학교의 경우 건학이념에 따른 인사, 교육운영을 할 수 있다는 학교법인의 자율권이 주장되곤 한다. 어떤 이는 사립학교법인의 포괄적 인사권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대학자치의 범주에 학교법인을 포함시켜 종교적 채용차별을 합리화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공교육의 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의 문제가 사안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사립학교가 종교계이든 아니든 공교육의 영역 안에 있고, 공교육의 영역 안에 있다는 것은 국가가 특정 종교에 대해서 교육상의 특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그 종교적 설립취지와 무관하게 교육영역은 학생들의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 서면 특정 종교를 염두에 둔 고용은 차별에 해당한다.

그런데 우리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종교자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공교육의 영역 외부에 사립대학이 설립된다면 최대한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대학에서 고용상의 차별이 있는 경우 합리적 차별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사립대학에서 현재 발생하고 있는 종교에 의한 차별은 합리성이 없는 위법한 차별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우리 헌법상의 평등은 주로 법 앞에서의 평등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었기 때문에, 차별을 금지하는 구체적인 법률이 없는 상황에서 차별행위가 있더라도 문제시되지 않는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2007년 정부가 입법예고한 차별금지법, 그런데 이 법의 입법과정에 종교계 주장이 반영되어 크게 수정되고 손질되었다. 다시 국회에서 논의되겠지만, 악의적인 차별 등 벌칙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의문 시 되는 이 법의 제정과정을 지켜보고 또 다시 실천해야 할 일이 과제로 남아있다.

종교를 이유로 한 대표적 차별사례, 특정 종교인만 신임 교수로 채용하는 사례, 이제는 상식적으로 바꿔보자. 2008년에도 인권발전을 위해 더 관심 있게 지원하고 작은 역할이라도 조금씩 맡아 보자. 태안에서 봉사하는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면서 제대로 변화시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