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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하지만 우리는 과연 폭력이라 감지하고 있긴 한걸까? - 장윤미/ 국민대 학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4:50
조회
383

장윤미/ 국민대 학생




여성학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이런 말을 건네셨다. “우리 다음 한 주간은 상대방에게 그 어떤 외모에 대한 코멘트도 달지 않도록 해봐요.” 타인을 평가하는 외모라는 압도적인 시선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감지해보라는 뜻이었다.

일주일 동안 노력해보며, 내가 얼마나 외모로 상대방을 평가해 왔는지를 절실히 느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외모에 관한 언어가 어떻게 잠재적으로 서로에게 폭력이 될 수 있는지, 얼마나 내가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의 기준에 기여해왔는지를 말이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든다. 참 폭력적인 사회구나.

사람들은 사회에 대해 회의적으로 이런 말을 내뱉는다 -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이때 우리들이 말하는 폭력은 물질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폭력까지 아우르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폭력이 난무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폭력에 대해 그만큼 예민할까.

사이버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등등 많은 사회적 문제에 폭력이라고 이름붙일 줄만 알지 폭력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할 만큼의 감수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결국 우리가 눈을 찌푸리고 적극 항거하는 것은 가시적인 폭력이다. 신체적이고 물리적인 폭력에만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렇게 폭력에 대한 무딘 감수성은 인간관계에서 모세혈관처럼 뻗어있는 수많은 폭력적인 잣대를 보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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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화예술기획 주최로 열린 `빅우먼 패션쇼-통 큰 엄마와 언니, 그리고 명랑 딸들의 축제'
‘빅우먼 패션쇼’는 외모지상주의 사회에 유쾌한 딴죽을 거는 의미로 기획됐다.
사진 출처 - 한겨레


최근, 한 고등학생이 자신의 심한 여드름에 대한 고민으로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유서에는 자신을 비하하는 내용과 친구들의 놀림으로 괴로워한 흔적이 있었다. 이 죽음에는 그 어떤 가치보다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 그걸 기준으로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폭력을 행사하는 슬픈 사회의 모습이 있다.

과거, 폭력이 눈에 보이는 독재시대와는 달라졌다. 훨씬 더 복잡해진 사회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 안에 폭력을 발설할 수 있는 수많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고, 자신이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대로 순응한다. 그러다보면 우린 우리가 왜 불행한지도 모른 채 그냥 이게 삶이라고 자위하며 그럭저럭 살아가다 죽을지도 모른다. 또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우리들은 폭력에 있어 자신이 잠재적 가해자이자 피해자인지 알지 못하며, 사회가 피폐해져 간다고 잠시 애도하고 말 뿐이다.

오늘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친구에게 “살쪘구나. 살 좀빼” 그렇게 말하며 듣는 당사자도 모르게 상처를 입혔을지도 모른다. 또 스스로 다이어트 강박에 휩싸여 스스로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젠 나도 느낀다. 그건 곧 잘못된 사회의식을 공고하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는 것을.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야할 것이다.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감지하기 위해. 우리도 알지 못하게 의식화된 것에 대한 검증과 비판의식 없이는 이 보이지 않는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