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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태권도 배우고 싶지 않았어요 - 연규련/ 인권학교 4기 수강생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3:28
조회
560

연규련/ 연대를 위한 인권학교 수강생




뚜라 : 나는, 태권도 배우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은 자꾸 태권도 가르쳐 준다고 했어요. 한국에서 살려면 태권도 배워야한다고, 그런데 태권도 배우면 계속 맞았어요. 이상했어요.(웃음)

인권학교 8강이 진행되는 동안 내가 들었던 다섯 번의 수업, 그리고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 지금도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싸이렌이 울리는 것 같다. “태권도, 태권도 삐용삐용, 배우고 싶지 않았어 삐익삐익” 하면서.

피부색, 출생지, 장애, 성정체성...처럼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들로 다른 사람을 차별하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라고, 맞다고 사람들 정말 이상하다고 그리고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고 그러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나는, 내심 자만했었다’. 그런데 그런 오만함이 인권학교를 수강하며 또 한 차례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내 기준에서 상대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강요하는 일, 내가 좋으니까 너도 좋아해야 되고, 내가 너보다 많이 아니까 너는 내말을 들어야 되고 ..하는 식의 억지가 내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새롭게 확인하면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순화된 표현으로 강요일 뿐이지 그것이 조직내 상사와 부하직원의 위치로, 남녀의 관계로, 나이차에 따른 밥그릇(흔히들 짬밥이라 말하는) 의 세계로 넘어가면 상대에겐 분명 차별이 되고, 억압이 되고 불편함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참 쉽게도 나와 닮으라고, 나랑 같으라고 , 왜 나 같지 않냐고 떼쓰며 살았다는 생각이 드니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도재형 교수의 강의땐 비정규직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관심 있는 분야이기도 해서 집중했던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차이 때문에 빚어지는 노동자간의 갈등 같은 것.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는 고용조건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불안함이 사람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에 관해서 이야길 나누며 내가 속한 곳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 환경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안한 미래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함을 떨쳐버리려 경주마처럼 달려야하는 고단함과 어디에서든 주류와 비주류로 양분된 조직이 이뤄낸 못난이 삼박자로 굴러가는 사회, 물론 내게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앞선 두 강의뿐만 아니라 다른 강의에서도 뜨끔했던 기억은 많다. 머리로만 알고 있던 인권이란 말, 분위기로만 파악했던 차별의 여러 모습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런 계기를 통해 내안의 편견에 부딪혀 보는 일도 즐거웠다. 모든 강의에 출석하지 못한 점이 아쉽지만 열정적인 강사들의 모습과 그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강의 내용은 강의록의 한 귀퉁이에 그날의 어록으로 남았다. 그중 몇 개를 자랑삼아 공개하자면,
“눈물, 각성과 결단 그리고 투쟁이 당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다 줄 것이다. 5/19 오창익”
“진정한 자유인이 되고 싶다면 자기성숙의 긴장을 놓지 말라. 5/12 홍세화”
“이성애자인 비장애인 남성 중심의 사회, 아닌가요? 6/16 한채윤”

즐거운 시간을 만들어준 인권연대와 인권을 생각하는 청주모임에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 편견을 깨는 즐거운 만남이 계속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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