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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Z 세대’와 능력주의(전예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0-05 16:10
조회
334

전예원 / 회원 칼럼니스트


 기성세대가 격세지감의 감정을 나타낼 때 주로 사용하는 말인 ‘요즘 애들’의 당사자로서, 시기와 상황에 따라 ‘우리 세대’를 일컫는 말이 달라짐을 느낀다. 고등학교 때는 ‘N포 세대’ 같은 단어가, 이번 대선에는 ‘이대녀(남)’같은 단어가 자주 귀에 걸렸다.

 이 가운데 근래 가장 많이 들려온 단어는 '엠지(MZ)'이다. ‘MZ세대’로 불리우며, “MZ세대라서 그래”, “이게 MZ구나” 같은 말로 기성세대와 손쉽게 구분되는 느낌을 받고는 했다. 이는 미디어에 비춰지는 ‘MZ’들이 기성세대와 달리 SNS 사용에 능하고, 확고한 자기인식과 신념을 분명히 표현하는 세대로 이미지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세대를, ‘MZ’라는 단어가 환기하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이미지에 온전히 부합하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MZ’의 이미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MZ’라는 단어는 그 용례부터가 광범위하다. 이 용어를 처음 만든 미 여론조사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는 1980~1996년생을 M세대, 1997~2012년생을 Z세대로 나눈다. 각종 미디어들이 M세대와 Z세대를 아울러 폭넓게 일컫는 것과 달리, M세대와 Z세대의 사이의 간극이 작지 않은 것이다*.

 초점이 80년 ~ 96년생에 해당하는 M세대에 있을 때는 ‘N포담론’이나 ‘욜로족’, ‘소확행’ 과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띈다. 여기에는 저성장과 고용불안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 다양한 가치와 취향을 포기하거나(N포세대) 맹목적으로 좇게 된(욜로족, 소확행) 청년세대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반면 Z세대가 이야기되는 방식은 조금 차이가 있다. Z세대를 향한 여론과 인식을 다룬 사회학 연구들은 이들을 고유의 취향과 정체성을 중시하고, 이를 소비성향에 반영하며,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세대로 특징짓는다. 다시 말해 Z세대는 분명한 자기취향과 소비욕을 가지고, 이것을 SNS에 전시하는 세대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다. 이는 ‘M’세대를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하는 구조적 측면에서 조명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접근방식이다.

출처-pixabay 


 SNS도 하지 않을 뿐더러 소비나 전시의 욕구도 그다지 높지 않지만 ‘Z세대’로 불리는 입장에서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경유하는 미디어가 달라졌다 뿐이지, ‘삐삐’나 ‘싸이월드’ 등 비대면 소통에 대한 욕구는 기성세대에도 존재하던 것이 아니었는지. 아울러 ‘자기 PR'이라는 관용어가 상당 기간 통용되던 것을 보면, 접근성에 다소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자기표현의 욕구나 수단 역시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했던 것 같다.

 이 의문이 어디에 기인했는가를 따져보면, 가능한 답은 ‘성취’이다. Z세대가 이전세대와 미디어 사용능력과 방식에서 달리 평가받는 것은, 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창작물을 ‘산출’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적 ‘수익’까지 내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한 자기표현은 단순히 타인과의 소통경로라기 보다는 자기 성과에 대한 보고이기도 하다. ‘좋아요’와 ‘하트’를 받기 위해서는 ‘능력’과 ‘성취’를 증명 받아야 하는 것이다.

 Z세대를 떠올리면 따라오는 개성적이고 화려한 이미지들이 부각됨에 따라, 이 세대가 다른 세대에 비해 가장 성취지향성이 높은 세대라는 사실은 자주 망각되는 것 같다. 결과로써 자신을 증명하고 전시하고자 하는 것은 성취지향사회의 논리를 고스란히 답습한 결과이다. 그러나 'N포 세대'가 ‘포기’라는 단어로써 청년세대에 가해지는 구조적인 억압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것과 달리, Z 세대가 불러일으키는 감각적 이미지들에는 ‘성취지향사회’나 ‘능력주의’의 함의를 찾기 어렵다.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를 직접적으로 연상할 수 있었던 N포세대와 같이, Z세대에도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감각적 이미지로 은폐되는 능력주의의 단면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미디어와 매체에 비춰지는 어린나이에도 높은 성취를 일군 ‘영보스’나 ‘여고생 댄서들’의 모습은 능력과 성취에 대한 강한 선망을 드러낸다. 이전에는 ‘성실한 노력’으로 일구어내는 성취에 열중했다면, 이제는 “뛰어난” 능력과 “멋진” 성취까지를 요하게 된 것 같기도 하다.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MZ’의 이미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어쩌면 Z세대는 기성세대와 완전하게 분절된 신인류가 아니라, 성취와 능력으로서 증명해야 하는 이전세대의 삶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세대일지도 모른다.

* “MZ세대라는 말은 어딘가 잘못되었다.” 미디어오늘, 2022.09.20 (2022.09.27. 열람)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