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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은 아프다 (김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1:18
조회
259

김지영/ 청년 칼럼니스트



밀양 할매 할배들은 아프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과 경찰들이 매일같이 그들을 내버려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령의 밀양 주민들은 그들이 평화롭게 살아온 터전을 지키고 후대에 물려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한다.

‘전력난 해소’를 명목으로 신고리 원전 1,2호기에서 생산한 원력을 경상남도 창녕 북경남변전소에 전달하기 위해 계획된 765KV 송전탑 건설 사업이다. 문제는, 이 초고압 송전선이 밀양 지역민들의 민가를 지나가도록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거리를 최대한 짧게 하여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주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공사이다. 밀양 주민들은 차라리 산에만 송전탑을 세우면 다행이라고 한다.

그러나 고압 송전선로의 극저주파 전자파가 발암 가능성 물질일 뿐만 아니라 주 생업이 농사인 밀양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재산권과 조망권을 침해받게 된다. 한전의 무리한 공사 진행이 밀양 주민들의 생존 터전을 뿌리째 뒤흔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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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지키고자 하는 주민들의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사진 출처 - 필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용역을 투입해 ‘막무가내식’ 공사를 진행하려고 하는 한전을 보면, 타협할 생각도 합의점을 도출할 생각도 없는 듯하다. 또한 경찰도 어느덧 한전의 ‘용역’이 되어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데 커다란 몫을 하고 있다. 송전탑 반대 농성을 벌이는 고령의 주민들에게 잦은 폭행과 폭언은 물론 강제연행, 벌금폭탄 등 정신적 피해를 가하고 있다. 7,80대 노인들의 반대 시위를 막기 위해 매일 2,3천여 명의 한전 직원들과 경찰들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밀양 주민들의 아픈 세월이 올해로 9년이 돼간다. 그동안 주민 이치우(74) 씨는 “오늘 내가 죽어야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라며 분신자살을 했고 주민 1백 여명이 부상당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상동면에 거주하는 70대 주민 이순춘 씨는 말했다. “우리는 커다란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저 예전처럼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아가길 원할 뿐”이라고. 그의 말에서 밀양 주민들의 모습은 단순히 몇몇 언론에서 떠드는 것과 같은 ‘님비 현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밀양 주민들은 밭에 잡초가 무성하도록 생업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 채 송전탑 저지를 위해 온몸을 던져 한전과 싸우고 있다. 이러한 밀양 주민들을 위해 일반 시민들의 지속적인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다. 평밭마을에서 열린 지난 송전탑 저지 124번 째 촛불문화제에서 어떤 주민이 말했다. “TV에서 사람들이 시위하는 모습을 볼 때,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그냥 양보 좀 하지. 그만 좀 시끄럽게 하지.” 그러나 막상 겪어보니 알겠더라고 했다. 왜 TV속 농성자들이 그토록 싸울 수밖에 없었는지. 이에 덧붙여 밀양 주민들은 평화롭게 살아 왔던 우리들이 TV 속 농성자들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렇다. 사실상 이 사회에서 ‘그들의 문제’는 사실상 ‘나의 문제’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밀양 송전탑 문제도 언제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고, 더 나아가 나, 가족, 친구가 겪을 수 있는 고충을 밀양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회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밀양주민들과 함께 할 필요가 있다.

김지영씨는 위안부, 쌍용차 노동자 등의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는 청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