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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신당역으로 출근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있습니다(조혜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0-12 15:25
조회
296

조혜원 / 회원 칼럼니스트


 

출처- 여성신문 (2022.09.23)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요구에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답인가. 여성들은 일터에서 불법촬영 당하고 스토킹 당하는 것도 부족해 조직 내 왕따, 환영받지 못하는 반쪽 노동자가 되어야 하는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여성노동연대회의가 주관하고 총 86개 단체가 주최한 집회에 약 500명의 시민들이 모여 신당역 사건 피해자를 추모했다. 또한 일터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방관하고 노동자를 위험에 몰아넣은 서울교통공사와 정부를 비판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이현경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대의원은 서울교통공사는 야간순찰 여직원 비율을 줄이거나 화질 좋은 CCTV를 설치하겠다는 등 겉핥기 식의 대책만을 늘어놓을 뿐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고인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며 사고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법을 외면하는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했다. 또한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고 요구했는데  여성을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답이 되는가” 며 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2018년, 성폭력 가해자인 관리자를 피해 여성노동자의 인접 근무지로 발령을 내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심지어 그 뒤에는 공사가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고 후속조치를 요구해온 피해자의 동향을 감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2020년에도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5 중 1명이 성희롱을 경험하거나, 보고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할 만큼 직장 내 성폭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2020년 서울시 유관기관별 성별임금격차 공시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의 여성 직원 비율은 전체의 10.3%로 26개 기관 중 가장 낮다. 성별 임금격차 또한 35.71%로 기관중 높은 편에 속한다. 2019년 하반기 감사원 감사 과정에선 2016년 당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가 무기계약직 전환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모두 탈락시킨 채용 성차별 정황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공사 면접 관계자는 '(업무가) 여성이 하기 힘든 일'이라거나 '여성용 숙소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작하였다. 이미 이전부터 수 차례의 징후들이 공사 내부에서 발생해온 셈이다.


 자신의 동료가 죽음을 맞이한 그 일터에 다음날 어김없이 출근을 해야 하는 여성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지난 20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무원과 같이 승객 접점 부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서울교통공사가 이번 사건을 단순 해프닝” 정도로 여길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조직 내 성찰과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와 2019년 혜화역을 가득 메운 그 외침이 현재까지 유효한 것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여성폭력에 대한 문제가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출처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500805
조연주, “여성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다, 신당역 살인사건은 ‘산재’ … 민주노총이 분노하며 연대하는 이유”, 노동과 세계 (2022.09.17)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59788.html
곽진산, “보신각 밝힌 신당역 추모 ‘죽어야 찔끔 변화, 이게 선진국인가’”, 한겨레 (2022.09.22)

https://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208
김민주, “서울 도심서 '신당역 사건' 추모 집회 어디도 안전하지 않았다’”, 여성신문 (202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