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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앞서 간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았다면...(최낙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12-22 09:47
조회
276

최낙영 /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9일째인 지난 16일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6일 오후 6시부터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를 열었다. (...) 유가족과 시민들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 49재가 진행되는 이태원 거리는 눈물로 뒤덮였지만 유가족과 시민의 절절한 절규를 들어야 할 정부와 여당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총리도, 행정안전부 장관도 얼굴조차 비치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부인 김건희 여사와 ‘윈·윈터’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술잔을 사고 트리를 점등했다. (...) -세계일보, 2022. 12. 20.


인권연대 회원이 된 덕에, 2022년 ‘올해의 인권책’으로 선정된 <학교 가는 길>을 비롯,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책들 중, <민낯들>(오찬호 지음, 북트리거 발행)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우리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다짐했던 12가지 사건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진실이 인양되지 않고 있는 세월호 참사, 변희수 하사를 죽음으로 몰고 간 후에도 여전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노동자 김용균의 산재 사망 사고 이후에도 바뀐 것이 거의 없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 등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가 어떻게 무너졌으며, 혐오와 증오가 어떻게 일상화되었는지를 살핍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인간 존엄이 보장되지 않았기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들과, 한국 사회는 원래 그렇기에 어쩔 수 없다는 체념이 야기한 괴상한 일들 속에 질문은 숨겨져 있다.”며 제대로 된 질문을 우리 사회에 던질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에 대해 ‘일단 화들짝 놀라고, 아직도 이런 일이 있냐고 탄식하고, 피해자를 추모하고, 재발 방지를 모색하는 고민의 연속만이 사회를 움직인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출처 - 셔터스톡>


복철지계(覆轍之戒)는 먼저 간 수레가 엎어진 것을 보고 뒤에 오는 수레가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라고 합니다.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같은 과오를 저지르게 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의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합니다. 유족들 앞에서 벌어졌던 소위 ‘폭식투쟁’이라는, 그 끔찍했던 장면은 언제나 저를 몸서리치게 만듭니다.


<민낯들>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장(‘우리는 끝없이 먹먹할 것이다-기억과 책임 그리고 약속, 세월호 참사’)의 끝 문장들을 옮깁니다.


“우리의 추모에는 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경고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다시 먹먹해질 것이다. 지나간 일을 왜 그렇게 붙들고 있냐는 그 생각, 추모가 밥 먹여 주냐는 그 생각, 이왕이면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그 생각이야말로 엉터리 시스템이 가장 원하는 결과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가 구성된 지 27일 만에야 첫 현장조사에 나섰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정말 춥고 가슴 먹먹한 연말입니다.


최낙영 위원은 도서출판 밭 주간에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