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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제도, 다른 아이들-세 명의 장애 학생이 만난 학교폭력 절차(이승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9-14 10:31
조회
286
이승은/ 학교폭력 행정사 · 전 학교전담경찰관
지난 칼럼에서 한 아이의 이야기를 썼다. 교문 앞에서 돌아선 아이, 서명 한 장으로 사건이 지워졌다가 서면 한 통으로 되살아난 이야기. 그 아이는 지금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
그 뒤로 시간이 흘렀고, 나는 비슷한 자리에 있는 다른 아이들을 만났다. 장애가 다르고 학교가 다르고 사건이 다르지만, 이 아이들이 절차 안에서 부딪히는 벽의 형태는 놀라울 정도로 닮았었다. 오늘은 그 닮음에 관해 쓴다.
덩치 큰 아이, 도윤
도윤이는 중학교 1학년이다. 지적장애가 있고, 키가 182센티미터, 몸무게가 95킬로그램이 넘는다. 체격만 보면 누구도 이 아이가 괴롭힘의 대상이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가해 학생들은 정확히 그 지점을 알고 있었다. 도윤이에게는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형제 역시 지적장애가 있다. 같은 학년 238명 중에서 하필 그 형제의 이름을 골라 도윤이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장애 자체를 조롱한 것이다.
놀림은 금세 신체 접촉으로 넘어갔다. 점심시간, 복도에서 두 명이 도윤이의 유두를 열 차례 이상 꼬집고 비틀었다. 도윤이는 다섯 번 넘게 “하지 마”라고 말했다. 음수대 쪽으로 피했다. 두 명은 따라왔고, 같은 행위를 일곱 차례 이상 반복했다. 학생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유두가 노출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같은 날 오후, 그중 한 명이 갑자기 도윤이의 복부를 때리고 도망갔다. 도윤이가 항의하러 가자 마구잡이로 폭행이 시작되었다. 복부, 옆구리, 명치. 책상을 밀어 의자에 부딪히게 했다. 그리고 뾰족한 연필로 얼굴을 찔렀다. 연필은 안경 아래 틈으로 들어가 눈에서 1센티미터도 안 되는 곳까지 갔다. 팔에는 연필에 의한 찢어진 상처가 여덟 줄 남았고, 목에도 자국이 남았다.
도윤이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진단받았다. 심리평가에서는 자살·자해 고위험으로 판단이 나왔고, 실제로 자해 행동이 발생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가해 학생이 도윤이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학급에 퍼뜨렸다. 도윤이 가족이 가장 지키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 사실이었다. 가해 학생의 보호자는 “스피커폰이 켜진 줄 모르고 말한 것을 친구들이 우연히 들었다”라고 해명했는데, 학교가 확인한 결과 가해 학생이 직접 만나서 말로 전한 것이었다. 그리고 “도윤이가 돈 뜯으려고 학폭 신고한 거다”라는 말까지 돌았다.
사과편지가 왔다. "금요일에 장난친 거 미안해"라고 적혀 있었다. 같은 편지에 "2학기 회장도 됐어"라는 문장이 있었다. 실제로 그 학생은 반장에 당선되었다. 도윤이를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진료 사실을 유포한 학생이 같은 반의 반장이 된 것이다.
말을 빼앗긴 아이, 시우
시우는 병원에서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은 6학년 아이였다. 같은 반 여학생 두 명에게 이른바 ‘어깨빵’-지나가면서 어깨를 부딪치는 행동-을 해서 학교폭력 신고를 당했다.
시우와 어머니는 어깨빵 사실을 처음부터 인정했다. 세 차례나 자발적으로 사과문을 제출했다. 다투지 않았다. 부인하지 않았다.
문제는 신고 내용에 다른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데 있다. 3월 말부터 가슴과 엉덩이를 고의로 매일 반복해서 접촉했다는 부분이었다. 시우는 이 부분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여기서 내가 주목한 것은 신고 내용이 형성된 과정이다.
담임교사가 시우에게 물었다. “여자아이들 허리, 엉덩이, 가슴을 쳤냐.” 시우가 “네”라고 답했다. 이 대답이 부위를 특정한 자백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신체 부위를 열거해서 묻는 폐쇄형 유도 질문이다. 아동의 진술을 청취할 때 권장되지 않는 방식이다. 권위 있는 어른이 부위를 나열하며 물으면, 아이는 “네”라고 답하는 경향이 있다. 장애가 없는 아이에게도 그렇다. 언어적 핵심 정보 파악에 미숙하다고 진단서에 적혀 있는 아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 사건에서 나는 두 가지를 갈라서 의견서를 썼다. 다툼이 없는 사실과 다툼이 있는 사실. 어깨빵을 한 것은 사실이고 시우도 인정한다. 그러나 특정 부위를 겨냥했다는 주장은 유도 질문에 의해 만들어진 답변에 기초하고 있으며, 수년간의 병원 진단 결과와 심리평가 소견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
시우에게는 또 하나의 맥락이 있었다. 6학년이 시작되고 열흘도 안 된 시점에, 같은 반 아이들이 시우의 집 공동현관까지 따라 들어와 다툼이 있었다. 어머니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이 출동해 사건종별을 ‘학교폭력’으로 분류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학기 초에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해 절차를 밟지 않았다. 그 시기에 시우가 일기에 이렇게 썼다. ‘이번 6학년은 무사히 지낼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이날 시우를 쫓아가 괴롭힌 아이들 무리 중에 어깨빵을 당한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어머니는 학폭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셨다.

UBC뉴스 <장애학생 10명 중 1명 피해, 전문가 기준 ‘빈틈’> 갈무리
세 아이가 부딪힌 같은 벽
지난 칼럼의 아이, 도윤이, 시우. 장애가 다르고 학교가 다르고 사건이 다르다. 한 아이는 자폐성 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이고, 한 아이는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 학생이며, 한 아이는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가해 지목 학생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절차 안에서 마주친 벽은 같은 재질로 되어 있었다.
첫 번째 벽. 아이의 말이 아이의 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난 칼럼의 아이는 화장실에서 겪은 일을 어머니에게, 교사에게, 의사에게 말했다. 그러나 학교는 “그런 일이 있었죠”라고 답했을 뿐 즉각적인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도윤이는 “하지 마”를 다섯 번 이상 말했다. 무시당했다. 시우는 “네”라고 한 마디 답했을 뿐인데, 그 한마디가 자기 것이 아닌 내용을 담은 채로 굳어졌다. 말해도 안 들리고, 말해도 왜곡되고, 말하지 않으면 없었던 일이 된다. 이 세 가지는 같은 문제의 세 얼굴이다.
두 번째 벽. 장애 특성이 절차 안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의 진술이 시간순으로 정렬되지 않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장애의 특성이다. 지적장애가 있는 아이가 맞고도 되치지 않는 것은 동의가 아니라 반격이라는 선택지가 없는 것이다. 아스퍼거 진단을 받은 아이가 유도 질문에 “네”라고 답하는 것은 자백이 아니라 언어적 맥락 파악의 제한이다. 그런데 현행 절차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같은 칸에 넣는다. 비장애 아동과 동일한 조사 방식, 동일한 판정표, 동일한 기준.
세 번째 벽. 아이의 피해와 아이의 행동이 분리되지 않는다.
지난 칼럼의 아이는 화장실에서 폭행을 당한 뒤 도망치다 몸이 스쳤다는 이유로 역신고를 당했다. 도윤이는 사과편지와 반장 당선이라는 조합 앞에서 피해를 계속 호소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고, 진료 사실 유포라는 2차 가해까지 감당해야 했다. 시우는 인정한 행동과 인정하지 않은 행동이 뒤섞인 채로 심의에 올라갔다. 이 아이들의 사건에서 공통으로 일어나는 일은, 장애 학생의 행동이 맥락에서 떼어져 독립된 가해행위로 취급되는 것이다. 두 달간의 피해 위에 얹힌 5분간의 반응이, 두 달을 지우는 것이다.
절차가 아이를 두 번 다치게 한다
장애가 있는 아이가 피해를 당하는 게 첫 번째 상처다. 그 아이가 도움을 구했을 때 제도가 아이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거나, 듣고도 보호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아이를 가해자의 자리에 세우는 것이 두 번째 상처다.
첫 번째 상처는 가해 학생이 주고, 두 번째 상처는 절차가 준다. 그리고 아이에게 더 오래 남는 것은 대개 두 번째 상처다. 아이들은 맞은 것은 잊어도, 말했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것은 잊지 않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25년에 학폭위 위원에 장애 전문가를 반드시 포함하고 요청 시 의견을 반드시 청취하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026년 3월에는 이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었다. 현행법의 “할 수 있다”를 “하여야 한다”로 바꾸는 법안이다.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법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심의는 계속된다. 전문가 없는 회의실에서 장애 학생의 진술이 평가되고, 장애 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채 판정표의 칸이 채워지고 있다. 그 칸 하나의 점수가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에 무엇이 적히는지를 결정한다.
다시 한번, 같은 질문
지난 칼럼을 이렇게 끝냈다.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이번에는 어른들이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세 아이를 만나고 나서 그 문장에 한 마디를 더하고 싶다.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말한 뒤에도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말했더니 역신고를 당하고, 말했더니 진술이 뒤집히고, 말했더니 가해자가 반장이 되는 세계에서, 다음 아이에게 “말해”라고 하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다.
도윤이는 아직 학교에 돌아가지 못했다. 시우는 전학을 준비하고 있다. 교문 앞에서 돌아섰던 아이는 여전히 밖에서 또래를 마주치면 차도로 뛰어드는 행동을 보인다.
이 아이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장애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지 못한 것도 같다. 자기가 겪은 일을 제도가 알아들을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해 줄 누군가다.
그 번역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절차 안에 의무적으로 있어야 한다. 자비로 고용해야 하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찾을 수 있는 가정만 사건을 지킬 수 있고, 찾지 못하는 가정의 사건은 서명 한 장으로 사라지는 구조를, 우리는 공정하다고 부를 수 없다.
※ 알림: 본 칼럼에 등장하는 세 아이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학교명·지역·일자 등 사건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모두 제외하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사실관계의 최종 판단은 관할 심의위원회 및 행정심판위원회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