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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할인된 식탁, 그 뒤에 남은 노동자의 땀(김태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6-25 10:17
조회
221

김태형/ 프리랜서 방송작가


 

얼마 전 집에서 10년 가까이 사용하던 식탁을 바꿨다. 판매가에서 10% 정도 할인받아 식탁을 구매했다. 오래된 가구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교체했다는 생각에 가족 모두가 기뻐했다.

식탁이 배달된 것은 토요일 저녁 8시가 넘어서였다. 원래 안내받은 시간은 오후 6시쯤이었지만 배송은 계속 늦어졌다. 주말의 늦은 시간까지 배달하는 것이 조금 의아했지만, 당시에는 새 식탁을 빨리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다. 배송을 담당한 사람이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초인종이 울리고 문을 열자, 다소 서툰 한국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노동자 한 명이 서 있었다. 그는 분리된 식탁 부품을 혼자 집 안으로 옮겼다. 기존 식탁을 치우는 일도, 엘리베이터에 싣고 내려가는 일도, 새 식탁을 조립하는 일도 모두 그의 몫이었다. 옆에서 조금이라도 도우려 했지만 잠시 방에 다녀온 사이 그는 이미 무거운 부품을 내려놓고 기존 식탁까지 옮긴 뒤였다. 다시 올라온 그는 쉬지 않고 새 식탁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누가 보더라도 강도 높은 노동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힘들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새 식탁으로 바꿔서 좋겠다”라고 말하며 묵묵히 자기 일에 집중했다.

작업 도중 그의 전화기가 울렸다. 선배나 현장관리자로 보이는 사람과의 통화였다. 스피커폰 너머로 들려온 것은 격려가 아니라 질책이었다.

“아직도 일하고 있느냐.”

“왜 이렇게 느리냐.”

“내일은 아침 9시까지 나와라.”

토요일 밤까지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게 가장 먼저 돌아온 말은 수고했다는 인사가 아니었다. 그는 다음 날에도 다시 출근해야 했다. 적어도 그 통화만 놓고 보면 그에게 주말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한 번의 장면만으로 임금과 수당, 계약관계와 근로조건을 모두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가 놓인 노동환경이 결코 여유롭거나 안전해 보이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하다.

 

설치를 마친 후 그는 완성된 식탁의 사진을 찍어 회사에 전송했다. 작업이 끝났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처럼 보였다. 아버지가 고생했다며 작은 돈을 건네자, 그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가 떠난 뒤 가족들은 새 식탁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식탁 상판이 물에 젖은 듯 흥건했다. 가까이에서 보니 노동자가 작업하며 흘린 땀이었다. 수건으로 여러 번 닦아야 할 정도였다. 그 순간 식탁을 구매하며 10% 할인받았다고 좋아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물론 소비자가 받은 할인이 곧바로 노동자의 저임금이나 열악한 처우로 연결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할인하지 않았다면 그 노동자의 처우가 달라질 여지는 있지 않았을까?

 


대구MBC뉴스 갈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다.

우리가 누리는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주말과 야간을 가리지 않는 서비스는 과연 누구의 노동 위에 세워져 있는가.

소비자는 더 싼 가격과 더 빠른 배송을 원한다.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비용을 줄이려 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약한 위치에 놓인 노동자에게 시간과 위험, 육체적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언어와 체류 자격, 고용 관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이주노동자는 부당한 처우를 당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 쉽지 않다. 오늘날 이주노동자는 공장과 농촌, 건설현장뿐 아니라 물류와 배송, 가구 설치, 돌봄과 서비스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일상을 떠받치고 있다. 이제 그들은 낯선 곳에서 일하는 ‘외부인’이 아니라 한국 경제와 지역사회를 함께 움직이는 구성원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7월 제5차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언급하며, 인권침해가 국가의 품격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질타와 정부의 대책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선언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근로시간과 휴일이 제대로 보장되는지, 주말·야간근무에 정당한 수당이 지급되는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중량물을 안전장비 없이 옮기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원청과 하청, 도급과 재도급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책임이 사라지지 않도록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체류 자격에 대한 불안 없이 신고하고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 역시 필요하다.

 

기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단순히 값싼 인력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소비자에게 친절하고 신속한 서비스를 약속하려면, 그 서비스를 수행하는 노동자에게도 인간다운 근무조건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자의 희생을 전제로 유지되는 할인과 속도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 아니다.

소비자의 관심도 필요하다. 모든 책임을 소비자 개인에게 돌릴 수는 없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편리함이 어떤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한 번쯤 바라볼 필요는 있다. 늦은 밤까지 찾아온 노동자에게 건네는 물 한 잔과 감사의 말도 중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그가 정당한 임금과 휴식, 안전을 보장받는 사회를 요구해야 한다.

 

새 식탁은 깨끗하게 닦였지만, 그날 보았던 땀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우리가 기뻐했던 10% 할인 뒤에 누군가의 과도한 노동이 숨어 있지는 않았는지,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 뒤에서 누군가의 주말이 사라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됐다.

 

한 사회의 품격은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서 드러난다. 이주노동자를 값싼 노동력으로 소비하는 사회가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 존중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식탁과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편리함 위에 누구의 땀이 놓여 있는지, 이제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