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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도 교육도, ‘당사자’가 핵심이다(길주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3-17 10:51
조회
302
길주희/ 인권연대 연구원
간단하고 당연한 명제다. 청년을 위한 정책과 행정은 청년 당사자의 의견과 경험이 꼭 필요하고, 초중고등학교 교육 정책과 행정에는 유초중고등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교사 당사자의 의견과 경험이 반드시 녹아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정책을 만들거나 관련 실무에 착수할 때, 이 당사자들은 얼마나 참여하고 있을까. 그 단면을 지난 2월 6일, ‘국무총리 주재 제1차 청년 정책 관계 장관 회의’ 라이브를 통해 확인했다. 부처 간 흩어진 청년 정책을 하나로 모으는 출발점이자, 일자리, 주거, 참여(정부위원회 청년 참여)를 3대 핵심과제로 두고 이야기하는 장이었다.
여야 청년위원장이 함께 참석한 회의에서 오창석 청년재단 이사장은 “그냥 듣고 가려고 했는데, 한마디해야겠다”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회의 시작 후 약 1시간 11분이 지난 후였다. 참석자들의 현실 모르고 떠드는 탁상공론에 지켜 갈 때쯤 ‘아, 이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이지!’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특히 “혼인 신고하면 바보라는 말이 온라인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많이 나온다”라고 말하며 답답해한 장면은 이미 크게 화제가 되었으니 여기서 자세히 다루진 않겠다.
사실 막 ‘청년’에서 중년에 접어든 입장에선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었는데, 적어도 현장에 참여한 이들은 잘 모르는 정보인 듯했다. 오 이사장은 <사장 남천동>에서 가져온 재미있는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온오프라인에서 체험한 ‘진짜 정보’를 내었다. 청년이었던(그 역시 나이로는 중년에 막 접어들었다) 당사자이기에 너무도 익숙한 내용을, 청년에게 꼭 필요한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이야기한 거다.
교육 정책과 행정도 그렇다. 우리 교육을 책임질 수장을 볼 때 중요한 건, 누가 학교 현장의 언어를 이해하고, 현장의 언어로 소통하는가다. 교육이 이루어지는 진짜 장소는 문서와 토론장 위가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과 선생님의 교육 철학이 깊게 스며든 교실 안이다. 그러나 직선제 교육감 시대가 열리고 15여 년이 흐르는 동안, 대학교수의 연구실이나 관료의 집무실을 거쳐 온 이들이 교육의 수장이 되는 풍경은 너무도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니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진짜 학교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2010년 직선제 이후 당선된 전국 교육감 중, 초중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한 교육감들은 총 12명(각 교육청과 선거 정보 등 노출된 정보에서 추렸으므로 오차가 있을 수 있다)이 있었다. 전체 당선자의 약 20.7%에 불과한 이들이 보여준 변화는, 단순한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다.
충청북도 교육청
몇 가지 사례를 보자. 강원도의 민병희 교육감은 교사 시절, 점심시간에 ‘가난의 증명서’를 내미는 아이들의 상처를 보며 전국 최초의 무상급식을 시행했다. 이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평등한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교실에서부터 확인시켜 준 일종의 사건이었다.
경남의 박종훈 교육감은 교사들을 괴롭히던 ‘공문의 늪’에 주목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해야 할 시간에 수십 통의 공문을 처리하느라 바쁜 교사들의 비애를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다. 그는 교무행정 업무를 전담하는 팀을 꾸려 교사를 행정의 도구가 아닌 교육의 주체로 되돌려 놓는 일에 착수했다. ‘선생님을 오롯이 아이들 곁으로’라는 그의 공약은 행정 전문가가 아닌, 수업의 가치를 아는 교사 출신이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울산의 고(故) 노옥희 교육감과 그 뜻을 잇는 천창수 교육감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공업도시 울산의 학교 현장에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하는 현실을 보았다. 이에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해 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학교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교육의 동반자로 대우하며 처우를 개선하는 일들을 수행했다. 이는 교육 현장에서 직접 배우고 느낀 깨달음에서 비롯되었다.
충북의 김병우 교육감이 추진한 학교 공간 혁신도 그렇다. 학교는 감옥 같은 사각형 건물이 아니라 아이들의 감성이 자라나는 집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딱딱한 복도 끝에 아이들이 쉴 수 있는 소파를 놓고, 교실 숲을 가꾼 것은 아이들의 행동 양식을 관찰해 온 교사의 세심함이 빚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2026년 현재도 많은 석학이 우리 교육의 수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초중고 교사 출신들이 보여준 ‘현장 밀착형’ 행정은 독보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들은 교육부의 지침이 학교 현장에서 왜 겉도는지를 경험으로 알고 있으며, 교사들이 새로운 일을 주저할 때 무엇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지 짚어낼 수 있다.
교육은 이론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삶 그 자체다. 이론으로 무장한 전문가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하루를 함께 살아본 사람이다. 20% 남짓한 이들이 일궈낸 혁신의 씨앗은 이제 대한민국 교육의 보편적인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더 많은 교사 출신 교육감을 기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교의 진짜 주인인 학생과 교사의 마음을 가장 깊이 헤아리는 사람, 그들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미래를 교실에서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는 ‘당사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