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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이날’] ‘인권위 마이웨이’ (경향신문, 2020.11.1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1-11 10:16
조회
16

10년 전인 2010년 11월 11일 경향신문 1면에는 ‘MB 인권위 마이웨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벌어졌던 일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당시 기사를 아래에 옮기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공석인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김영혜 법무법인 ‘오늘’ 대표변호사(51)를 내정했다. 이날 조국 인권위 비상임위원(45)은 “인권위 파행을 몰고 온 현병철 위원장의 임명권자인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사퇴했다.


김영혜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됐다가 최근 현병철 위원장의 독단적 조직 운영에 항의하며 사퇴한 유남영 전 상임위원의 후임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가급적 빨리 후임자를 선정해 인권위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내정 배경을 밝혔다. 김 내정자는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세계여성법관회의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보수성향 변호사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번 인사는 최근의 인권위 사태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상임위원 3명 중 유남영·문경란 위원 등 2명이 사퇴하고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현병철 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음에도 현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더욱이 유 위원이 사퇴한 지 단 9일 만에 후임자를 임명한 것은 인권위의 파행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기보다는 친정부적 기존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인권단체들은 김영혜 내정자가 인권문제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데다 보수색이 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반발하고 있다. 김 내정자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시변’은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의 전교조 명단 공개와 관련된 소송을 수행했다.


‘현병철 사퇴촉구 인권·시민단체 긴급 대책회의’는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인권위 상임위원에 고려대 출신 친정부 인사를 앉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이는 인권위 파행의 근본 원인에 대해 눈감고 인권위를 무용지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도 “인권위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날로 높아져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인권 분야와 거리가 먼 사람을 신임 위원으로 임명한 것은 국민과 소통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조국 비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인권위가 처한 상황의 심각성을 상기시키기 위해 위원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인권위원장의 임명권자는 이명박 대통령인 바, 현재의 인권위 사태는 궁극적으로 이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인권의식이 있고 지도력 있는 인사에게 위원장직을 맡기는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조 위원은 대법원장 추천으로 인권위원이 됐으며, 다음달 23일 임기를 마칠 예정이었다.


당시 기사에서 보신 것처럼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가인권위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시하고, 당시의 현병철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인권 문제에 경험이 없는 인물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으로 내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 본연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국가인권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인권위의 파행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권위 안팎에서 현 위원장의 인권위 운영 방식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2012년 현 위원장을 연임시켰습니다. 그해 6월에는 인권위 장주영 비상임위원이 이에 반대해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에 앞서 2010년 11월에는 3명의 상임위원 중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이 사퇴하는 등 현 위원장 임기 동안 수십명의 전문·자문·상담위원들이 사퇴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인권단체들도 현 위원장의 연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노동·시민단체 들은 같은달 21일 ‘현병철 연임 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긴급행동’을 발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현 위원장 연임을 강행한 그해 8월에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가 성명을 통해 “국민의 80%, 내부 직원, 여야 정치권, 시민사회가 반대해왔던 현 위원장을 다시 임명한 것은 인권위를 소멸시키려는 권력자의 의지 표명”이라며 “앞으로도 현 위원장에게 기대할 것이 전혀 없다. 권력의 눈치를 살피는 6개월짜리 위원장과는 어떤 협력도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새 정부 들어 인권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 지난 2월 경향신문에 기고한 [오창익의 인권수첩]최영애 인권위원장의 자질을 묻는다에 따르면 인권위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조직 축소와 위상 격하를 겪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금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 사무국장의 글 중 일부를 여기에 옮겨봅니다.


“당장 인력과 예산이 부쩍 늘었다. 예산은 2018년 314억원에서 2019년 366억원으로 늘었다. 16.8% 급증이다. 인건비도 14.4% 늘었고, 주요 사업비는 무려 38.3% 증가했다. 국가기관의 예산이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늘어난 사례가 또 있을까. 호시절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권위 위상을 제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전 정부의 인권 경시 태도와 결별하고, 국가의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인권이 실현되는 국정운영을 도모하라는 거다. 이명박 정부 때 형식화되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한 건도 없었던 인권위 특별보고도 정례화하겠다고 했다. 국가기관이 인권위 권고를 잘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약속은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하지만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인권위가 그만큼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지에 대해 오 사무국장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인력과 예산, 그리고 권한이 늘어”났음에도 “이전 정권 때처럼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으로 오 사무국장은 최영애 인권위원장의 자질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인권위 노조의 설문에 따르면 직원의 64.2%는 최 위원장이 핵심과제에서의 성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긍정평가는 겨우 4.9%였다. 인권위가 핵심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로 ‘위원장의 역량 등 리더십 부족’을 꼽은 사람은 54.1%였다”는 것입니다.


오 사무국장은 또 인권위가 법무부 교정본부에 기동순찰팀 대원들의 명찰 패용을 권고했다가 ‘퇴짜’ 맞은 사례를 소개하며 인권위의 답답한 상황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 인권위가 한국 사회 인권 증진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게 되길 기대해 봅니다.


“권위가 땅에 떨어진 엄중한 상황이지만 인권위가 할 수 있는 일은 셀 수 없이 많다. 토론회를 열 수도 있고, 언론 기고를 하거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여론에 호소할 수도 있다. 법무부 장관을 만나 자초지종을 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뭐가 되었든 인권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중략)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도 어제처럼 별일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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