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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은 나가서 사고 칠 궁리해요”… 보호 못해 주는 보호처분 (서울신문, 2020.11.1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0-11-11 11:28
조회
21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낮출 수 있다는 회원국(대한민국)의 정책안에 우려를 표합니다. 현행대로 유지해 14세 미만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을 것을 권고합니다.”


(지난해 9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보낸 권고안) 여론은 소년범에게 냉랭하다.


소년법을 아예 폐지하거나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춰 소년범을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시각은 정반대다. 지난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며 밝힌 권고사항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란을 일축했다. 오히려 그들이 걱정하는 한국 소년사법제도의 문제는 따로 있다. 소년보호시설의 열악한 환경, 불충분한 교육·의료 지원, 수사·재판 과정에서의 권리 침해, 높은 구금률 등이다. 보호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현행 소년사법제도의 문제점을 살펴봤다.


소년들은 형사특별법인 소년법의 적용을 받는다. 미성년자를 성인범과는 다르게 다루고 보호한다는 명목이지만 이 과정에서 형사절차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오히려 권리가 침해되기도 한다. 미결수(처분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 신분의 구금 기간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형사사건에서 사전 구속된 범죄자는 구치소에서 6개월간 형사재판을 받다가 2년 실형을 선고받으면 그 기간을 빼고 남은 1년 6개월만 수감 생활을 하면 된다.


소년은 다르다.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범죄소년이 6개월간 구치소에서 형사재판을 받다가 다시 소년부 재판으로 송치돼 2년간 소년원 생활을 하게 되면 앞선 구금 기간은 보호처분 기간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서 “차라리 전과가 남더라도 형사재판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국선변호인은 형사재판에서는 필수적으로 제공되지만 소년부 재판에선 제한적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재판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가정이 아닌 소년분류심사원(보호처분 결정에 참고하기 위해 한 달간 소년을 구금해 품성과 행동을 조사하는 기관)에 위탁되는 경우에만 국선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박인숙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청소년은 진술거부권을 비롯해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에 대해 잘 모르다 보니 홀로 조사를 받으면서 허위 진술을 강요당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범죄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더라도 폭력이나 절도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주범과 같은 처분을 받는 일도 흔하다.


소년부 재판에 넘겨진 소년은 1~10호의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이 중 구금의 기능을 하는 건 6호 민간 위탁 보호시설과 7호 의료시설, 8~10호 소년원 등이다. 짧게는 1개월부터 길게는 2년까지 시설에 머무는 동안 보호자 면회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다. 법원행정처가 펴낸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년보호사건 3만 6576건 중 보호처분은 2만 4131건이었는데, 이 중 2662명이 소년원에 송치됐고 6호와 7호 시설에는 각각 1497명, 269명이 갔다.


누군가는 죄를 지었으니 ‘감옥’ 생활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고 반문하지만 보호처분의 핵심은 응보가 아닌 교화다. 형사처벌과 달리 소년을 시설에서 교육하며 재사회화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만난 소년들은 소년원 등 보호시설에서 감옥 그 이상의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말로는 “재범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니 자신의 선택에 스스로도 확신하지 못했다. 예솔(15·이하 가명)이는 “여기 애들 대부분이 달력을 보며 날짜만 센다.


나가서 어떻게 사고 칠지 궁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8년간 소년재판을 전담했던 천종호 부장판사는 “어린 나이에 소년원을 경험하면 그 안에서 고참들의 문화를 배우는 한편 눈치만 늘고 주눅이 들어 사회에 나와 원만히 관계를 맺기가 더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소년원 내부 환경도 열악하다. 가장 기본적인 밥 문제부터가 그렇다. 소년원생의 한 끼 급식비는 1893원으로 서울 소재 중학교(3783원)는 물론 군대(2831원)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법무부 산하 소년보호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소년원에 직접 방문했는데 고도비만인 애들이 많더라”면서 “먹을 거라곤 하루 세 끼 급식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반찬은 정량 배식이라 밥만 고봉으로 퍼서 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혁신위의 권고에 따라 소년원생 급식비를 6호 시설 수준(2496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과밀수용 문제도 고질적이다. 특히 분노조절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등 정신 질환이 있는 소년범이 늘고 있는데도 치료 여건을 갖춘 소년의료시설(7호)은 전국에 대전소년원 한 곳뿐이다.


소년범 사후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보호관찰’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보호관찰 제도는 소년들을 꾸준히 지도·감독하면서 생활을 관리해 재범을 막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지난해 단·장기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소년범은 1만 2773명이었다. 그러나 보호관찰 기간에 재범하거나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다시 시설에 가는 소년들이 적지 않다.


6호 시설에서 만난 다솜(18)이는 벌써 세 번째 보호처분을 받았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조건 사기(성매매를 미끼로 돈을 빼앗는 범행)를 쳤다가 소년원에 한 달 가게 됐고 그 후로는 보호관찰법 위반으로 두 번 6호 보호처분을 받았다.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지만 보호관찰의 외출제한 조치를 어기고 가출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시설을 들락날락하느라 학교는 일찌감치 그만뒀다. 다솜이는 “도움받을 곳이 아무 데도 없었다”고 했다. 집은 폭언·폭행을 일삼는 할머니와 아빠 때문에 가기 싫었고, 친구들과도 사이가 틀어져 친구 집에도 갈 수 없었다. 다솜이는 “정말 갈 곳이 없어서 밤에 노래방에서 그냥 잤다”면서 “나중에야 보호관찰관에게 ‘그런 상황인 줄 알았으면 쉼터라도 연결해 줬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보호관찰이 안전장치로 기능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한정된 예산과 인력 문제가 꼽힌다. 보호관찰은 애초 소년범을 위해 시작된 제도지만 성인범을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지금은 전체 예산의 30%만 소년을 위해 쓰인다. 보호관찰 정책 중심이 성인으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한계를 보완하고자 법무부는 소년범죄예방팀을 설치하고 소년 보호관찰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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