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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 대공분실 509호를 가다(07.01.15, 프로메테우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30 11:40
조회
207
서울지하철 1호선 남영역 옆에는 검은 벽돌 건물이 서있다. 근처에서 대학을 다녔던 나도 이 건물이 무엇인지 졸업해서야 알았다. 그게 이상한 일도 아니었던 것이 이전에는 이 건물이 무슨 건물이었는지 동네사람들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파란색 페인터가 칠해진 여닫이, 미닫이 철문은 언제나 이중으로 굳게 닫혀있었기 때문이다. 안에서 밖을 확인할 수 있는 손가락 두 개 정도 크기의 창이 있을 뿐이다. 지금은 대문에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간판이 있어 이곳이 어떤 곳인지 짐작할 수 있지만, 2005년 7월까지 이곳은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 ‘경찰청 보안3과 보안분실’로 사용됐다. 그리고 그해 일반에게 공개됐다.

떠오르는 단어들: 위압감, 공포, 차가움…

남영동 대공분실은 올림픽 주경기장, 서울법원, 경동교회, 공간사옥 등으로 유명한 건축가 故김수근씨의 76년 작품이다. 층이 올라갈수록 면적이 넓어지는 방식을 택했고, 검은색 벽돌을 사용해 처음 이곳을 접한 사람들에게 위압감과 공포감을 주도록 디자인 되어 있다. 모든 층의 설계가 다르고 사무실과 조사실 문의 재질을 나무와 철로 다르게 사용함으로써 어떤 건물을 짓는 것인지 알고 지은 듯하다.

7층짜리 본관에는 크게 통로가 5개가 있다. 여느 건물처럼 있는 1층 정문으로 이어지는 직원용 계단과 승강기, 본관 뒤편에 있는 피의자 호송용 계단과 승강기, 그리고 사무공간을 잇는 사다리형 계단이다.

문과 계단은 모두 철제로 되어 있다. 소리뿐만 아니라 재질도 차갑다. 이렇게 올라온 5층에는 16개의 조사실이 있다. 4평 남짓한 조사실의 문은 간격이 일정하게 나 있어서 어디가 어느 방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문틀위에 써져있는 호수만이 방을 구분해주고 있을 뿐이다. 방문 밖으로 등을 켤 수 있는 스위치가 있었는데 방안에서는 제어가 불가능한 구조다. 물론 방문도 밖에서 잠그게 되어 있다.

87년 1월 13일. 박종철 열사는 수사요원에 의해 연행되는 과정에서 구타당했을 것이고, 남영동 대공분실으로 끌려와 본관 뒤 철문으로, 5층까지 이어져있는 나선형 계단을 올랐을 것이다. 그리고 509호로 끌려들어와 물이 가득 찬 대리석 욕조에서 물고문을 받다가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22살의 나이에 이곳에서 죽음을 맞은 박종철 열사. 그가 받았을 고문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 상황이 눈앞에 보이는 듯해
5층 외에도 조사실은 있지만 5층 조사실과 같은 구조는 아니다. 특실(어쩌면 특수조사실)이라고 해야 할까? 10평이 넘는 302호 조사실 화장실과도 분리되어 있었다. 물론 2중 철문을 열고 들어가야 했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공간은 넓었고 창도 훤했다. 조사가 다 끝나고 검찰에 송치 하루 이틀 전 쉴 수 있는 방으로 사용됐다는 설도 있고, 간첩이 살았다는 설도 있다. 남영동 보안분실은 조사실도 용도에 따라 다르게 구성돼 있다.

1~4층, 6~7층은 주로 사무공간이다. 사무실임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나무로 되어 있는 문, 방 안쪽에 있는 전등 스위치 등이다. 층마다 방의 개수가 달랐다. 용도에 따라 크기도 달랐다. 층별로 사용용도를 정하지 않고는 설계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 보였다. 사무실 몇 군데를 둘러보았다. 지금은 본관 6층만 경찰청 수사국 인권보호센터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
303호를 들어서니 감시카메라를 연결했던 선이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다. 남영동 보안분실을 홍제동으로 이전하면서 모니터는 없지만, 5층과 연결되어 있던 전선은 그대로였다. 칸막이 없는 조사실이 다시 생각났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서 대소변을 보더라도 목욕을 하더라도 모든 것이 이 방에서 다 보여질 것을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202호는 일반 사무실 같았지만, 벽에 나있는 문을 열어보니 사다리형 계단이 있었다. 이 계단은 조사실이 있는 5층에서 볼 수 없었던 계단이기도 했다. 비상시 직원 전용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정말 미로와 같은 건물이다.

이 방의 한켠에 2005년 7월 달력이 걸려있다. 떼지 않고 간 달력이다. 그런데 남영동 보안분실은 2005년 7월보다 더 이전의 시간에 멈춰 있는 듯 했다. 이러한 보안분실은 전국에 43개가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다.

역사속의 한 장면, 그러나 잊어서는 안될 것

남영동 대공분실 답사는 14일 오전 한국사회당 주최로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의 세세한 설명과 함께 박종철 열사의 행적을 따라 대공분실 건물의 이곳저곳을 볼 수 있었다. 오창익 사무국장은 “열사 사건의 본질은 국가폭력에 의해 원하지 않은 죽음을 당했던 것”이라고 했다.

분명히 남영동 대공분실은 역사적으로 중요하다. ‘탁하고 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경찰의 고문과 조작이 난무했던 곳이자, 국가권력에 의한 가장 큰 피해현장인 그곳에 인권기념관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것은 분명 반가워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 한 구석 시원치 않다.

서울대생 박종철의 사망, 6월 항쟁 그리고 대통령 직선제, 87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나 지금 87년은 역사속의 한 장면이고, 여전히 보안분실은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소외된 사람들은 늘고 있다.

금민 한국사회당 대표는 “87년의 성과를 옹호하지만 절대화해서는 안된다”며 “민주주의는 확장됐지만 모든 인간이 대등한 국민으로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의 밑거름은 무엇일까. “모든 국민이 주권자가 되고 논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사회의 총체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힘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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