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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혹 관련 보도에 대한 비평](한겨레비평 2002.08.09)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6:25
조회
209

'병역의혹' 정치권 보도/ 오창익


8·8재보선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활을 건 싸움을 펼치고 있다.
정치판에서는 연일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식의 공방이 오가고 있다. 이를 보도하는 언론 역시 싸움에 관한 한 양보가 없어 보인다. 특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수구언론은 막나가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한겨레>는 이 점을 정확히 꼬집고 있다.


<한겨레> 6일치에 실린 ‘수구신문 ‘검찰중립’ 목청 ‘수사압력’엔 잠잠’이란 제목의 기사는 몇몇 신문들이 “정치권의 공방을 나열식으로 중계보도하는 데 그치거나, 중요한 사실을 축소보도해 특정 정파를 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으며 조중동의 보도행태를 지적하고 있다. 이들이 자가당착에 가까운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 더 보태거나 뺄 것도 없는 정확한 지적이다.


그렇다면 <한겨레>의 선거(정치) 관련 보도는 어떤가. <한겨레>의 보도는 ‘나열식 중계보도’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사실’을 제대로 보도하고 있는가.
7일치 4면에 실린 ‘한나라-민주 병역공방 전면전’이란 제목의 기사는 각 당의 입장을 ‘이회창 후보 침묵 깨고 병역의혹 공세로’ ‘노무현 후보 직접 나서 ‘철저조사’ 촉구’란 두 개의 꼭지로 나눠 싣고 있다. 이는 “정치권의 공방을 나열식으로 중계보도”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런 식으로 양쪽의 주장을 소개하고 독자의 판단을 구하는 태도는 언뜻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최소한의 여과장치없이 양쪽의 상반된 주장을 따라 읽다보면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하는 의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번 선거에서 병역비리 논란이 최대의 쟁점이었다면 양쪽의 공방을 소개하는 것 말고도 독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한 심층적인 접근이 따라야 했다.


8일치 3면에 실린 ‘은폐회의 맞물려 수사 불가피’ 같은 기사가 단순한 나열식 보도를 벗어나 있다. 같은날 4면 ‘병역비리 의혹, 검찰 수사가 먼저다’라는 사설에서 “사안이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큰 만큼 검찰의 수사는 어느 때보다 엄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이처럼 사안에 따라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원칙을 짚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나라당이 김대업씨의 전과사실을 부각시킨다든지 본질이 아닌 곁가지를 두고 검찰을 흔드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상반된 주장을 그저 나열하면 독자들로서는 판단의 근거를 놓치거나 심지어 객관적인 사실마저 잘못 알게 될 수도 있다.


각 당이 이번 선거에서 양보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인 것과 달리, 유권자들은 무덤덤해 보인다. 투표날인 8일치 사설 ‘8·8 재보선과 정치개혁’에서 지적한 것처럼 “여름 휴가철에 악천후가 겹친데다, 정당 간의 비방전에 질린 탓이 클 것”이지만, 질릴 것 같은 정당 간의 비방전을 국민에게 전달한 것은 정작 언론이었다. 선거(정치) 관련 기사에서 정당 간의 극한적 대립의 나열이나 대선후보를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의 동정을 빼고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도 유권자들의 선거무관심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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