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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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안한 나라, 대한민국 우리에게만 있는 것(월간<말> 08년 7월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03 10:54
조회
75
정지영 기자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일들이 뭐가 있을까. 기자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바로 6월 10일, 광화문 거리를 촛불로 가득 메운 시민들을 가로막기 위해 이순신 동상 주변에 세워진 컨테이너 박스다. 이 뿐이랴. 시위대가 기어 올라갈 수 없도록 윤활유를 발라 ‘특별제작’된 태극기로 ‘데코레이션’까지 했다. 컨테이너 박스와 태극기의 ‘정체성’을 혼란케 한 대한민국 경찰청장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라 아니할 수 없다.
인권운동가 오창익 씨가 한국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그런데 자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것들 65가지를 모아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삼인)으로 엮어냈다.
오후 5시만 되면 전 국민을 ‘일시 멈춤’ 상태로 만들었던 국기에 대한 맹세와 ‘국민교육헌장은 모두 몇 글자인가?’라는 기괴한 도덕 시험 문제. “베트남 처녀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누군가는 분명히 생산하고 소비하고 있다는 사실. 전 국민을 관리하는 친절한 주민등록번호에 전투경찰 제도는 물론이며, 재소자의 흡연권을 박탈하는 교도소에 형사사건 무죄율 0.18%(2005년 현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검찰까지. 한 번 쯤 생각해봤음직한 문제들을 조목조목,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가며 짚어낸다.
오창익 씨의 이야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인권’을 좁은 테두리에 가두지 않고 ‘과연 우리는 지금 행복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대는 것이다. 그는 “집회현장에서 경찰에 두들겨 맞지 않거나 체포되지 않거나 이런 건 기본적인 인권이고, 훨씬 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장시간 일하거나 고용이 안정되지 못하거나 하는 문제들이다. 인권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굉장히 광범위하게 있다”고 말한다. 즉 “인권은 아이든 어른이든, 장애인, 외국인, 여성, 남성, 정규직, 비정규직, 어떠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이든 모든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이런 넓은 의미에서 인권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 그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4대 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시간당 3만원 미만의 강사료를 지급받는 시간 강사의 이야기나 대형 유통업체 계산원의 삶, 쓸쓸한 기러기 아빠의 모습 등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의 오늘은 여전히 씁쓸하기만 하다. 오창익 씨는 “우리가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묻게 된다. 월드컵이며 국제행사도 많이 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서 잘 산다는데 정말 그럴까? 들여다본 결과는 참담하다. 일은 많이 하는데 행복하지는 않다”고 고백한다.
오창익 씨가 짚고 있는 인권문제는 양극화와 같은 구조적인 차원에도 있지만, 바로 우리들의 습관과 머릿속에도 도사리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돈 봉투가 등장하는 경조사 부조문화, 대한민국 여성들의 명절 증후군, ‘요즘 애들 군기 빠졌어’ 라는 말이 유통되는 군기 문화, 1등만 인정하는 문화, 외모에 대한 집착, 영어 맹신, 나이타령에 명함을 내세우는 문화 등등. 일그러진 우리들의 초상이다.
“인권이 실현되려면 시민들이 인권에 대해 ‘의식’해야 한다. 의식은 교육과 미디어, 책을 통해 형성된다. 그런데 우리가 받은 교육은 ‘국민의 4대 의무’는 달달 외우게 하지만 권리에 대해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교육이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미디어는 시민들이 권리의식을 갖지 못하도록 선동을 한다. 책도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한 재테크 책, 이런 것만 많이 팔린다. 한국에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제대로 된 인권의식을 갖기가 힘들다.”
1999년 만든 인권실천시민연대 9년차인 오창익 씨. 그는 9년의 시간 동안 “민주화가 진전되었다고 하는데 동의하지 못하겠다. 국가보안법, 집시법, 노동관계 악법, 전경제도 다 그대로다”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최근 밤이면 밤마다 시청광장을 환하게 밝히는 촛불을 통해 희망을 읽는다. “의식이 있으면 요구하고 저항해야 한다. 촛불은 이번에 그런 것이 나온 것이다. 똘똘한 청소년들이 스스로 학습, 토론하고 길거리로 나온 것인데, 한국 현실에선 사실 혁명이다. 386 입장에서 보기에 이기적이고 버르장머리 없고 아무 생각 없고 공동체에 관심 없는 세대라 치부했던 아이들이 사실은 구국세력이더라.” 의식하고, 요구하고 저항할 줄 아는 이들의 모습이 ‘십중팔구 한국에만 있는!’, 여전히 남아 우리를 불행하게 하고 있는 것들을 조만간 아주 엽기적인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오창익 씨는 인터뷰 내내 끊임없이 ‘수다’ 떠는 실력을 과시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인권을 이제까지처럼 어딘지 엄숙하고, 진중하고, 무겁고, 범접하기 어려운 영역이 아니라, 재미있고 쉽게 이해하고 고민해볼 수 있는 영역으로 불러온다. “화장실에서, 지하철에서 읽어도 되고 뒤에서부터 읽어도 되는” 65개의 인권 이야기... 행복해지기 위해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서점에 들러 한 권 과감히 집어 들길 권한다.
아 참! 오창익 씨는 매일 지치지 않고 밤을 새는 촛불문화제에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며, 와중에 틈틈이 ‘인권을 보는 눈’ ‘인권 없는 대한민국’이라는 두 권의 책을 집필 중이기도 하다. 또 ‘한국에만 있는 것들’에 이어 ‘한국에는 없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 볼 생각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최소한의 사회보장 시스템으로 훨씬 “윤기 있게” 살아가는 나라들, 여가도 즐기고 정치활동도 하는, 그래서 부럽기만 한 남들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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