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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다물고 돌진하는 정치검찰? (한겨레21 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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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7-07-03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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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역습의 선봉장’ 역할 맡아 촛불에 강경 대응… 정권 바뀔 때마다 시끄럽던 평검사들도 침묵으로 일관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이명박 대통령이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 회견을 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제국의 역습’이 시작됐다. ‘역습의 신호탄’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강행이요, ‘역습의 타깃’은 ‘악’의 근원인 문화방송 〈PD수첩〉과 촛불시위 시민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주목을 받는 이가 있었으니, ‘역습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대한민국 검찰이다.
△ 6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김경한 법무부 장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선봉장이 쏜 ‘역습의 신호탄’은 지난 6월26일 검사 5명으로 〈PD수첩〉 수사팀을 구성한다는 발표였다. ‘역습의 사령부’인 정부와 여당에서 〈PD수첩〉에 대한 일벌백계를 언급한 직후의 조처였다. “검사 한 명에게 맡겨 두세 달 수사할 성격의 것은 아니다”(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라는 친절한 설명이 뒤따랐다.

사실 검찰의 강경 드라이브는 이전부터 예고돼 있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5월26일 새벽에 법무부 국·실장들을 서울 세종로 분실로 긴급 소집한 뒤 검찰에 “불법 집회의 배후자를 찾아내 엄벌에 처하라”고 지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런 엄벌 의지는 뒤이어 수십만 시민들의 자발적인 촛불 합류로 인해 ‘헛발질’임이 증명됐으며, 전세는 ‘역습의 총사령관’인 이명박 대통령까지 궁지에 몰리는 쪽으로 급전했다.

대검 게시판에 실명 비난글 3천여 건

납작 엎으려 사태를 관망하던 검찰은 6월10일 촛불시위가 정점에 이른 뒤 정부와 보수 언론이 쇠고기 추가 협상을 두고 “성공작”이라며 여론 조작에 나서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6월16일 촛불시위를 생중계해 인기를 얻은 사이트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의 문용식 대표이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고, 20일에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특별 지시라며 조·중·동 광고 게재 운동을 벌이는 누리꾼들에 대한 수사 방침을 발표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25일 경찰의 시위대 강제 연행에 이은 26일 〈PD수첩〉 수사팀 구성 발표는 ‘쇠고기 사태의 원흉’을 확실히 손보겠다는 선전포고였다. 또다른 원흉인 다음의 ‘아고라’는 국세청이라는 별동대에 진즉에 사로잡혀 세무조사라는 곤욕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지연 작전 끝에 촛불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날카로운 발톱을 뽑아들기 시작한 검찰에 대해 일반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 6월20일 검찰이 광고 게재 거부 운동을 벌인 이들을 수사하겠다고 발표한 뒤, 대검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쑥대밭이 된 것에서 민심의 일면을 파악할 수 있다.

“나부터 자수하겠다. 잡아가라”는 글부터 “검찰들, 니넨 권력의 개야” “국민을 억압하는 마피아, 정말 재수없다” “차라리 자결하라. 뱅신(병신) 검찰이여” 등 원색적인 비난에 이르기까지 무려 3천여개에 달하는 글들이 올라온 것이다. “검찰은 대한민국의 SRM(특정위험물질)” “(대통령에게) 그렇게 바락바락 대들던 잘났던 검사들 어디 가셨나요?” “대검이 아니라 쥐검으로 이름 안 바꿉니까?” “정문에 ‘조선일보를 더욱 섬기겠습니다’라고 써붙이세요. 그래야 언행일치가 되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입니다” 등 조롱 섞인 글들도 여럿이었다.
△ 검찰과 경찰은 촛불시위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납작 엎드려 사태를 관망하다가, 촛불시위 참가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역습’에 나서고 있다. 6월16일 광화문 네거리에서 경찰의 연행에 저항하는 시민. (사진/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이런 글들이 더욱 무게를 갖는 이유는 이들 모두 자신의 실명을 걸고 검찰을 공박했다는 점 때문이다.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글을 남기려면 주민등록번호 입력 등 본인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글쓴이들의 아이디는 바로 그 사람들의 이름이었다.

촛불시위 정국에서 검찰의 움직임에 쏟아지는 일반 시민들의 비판을 검찰 내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서울 서초동 검찰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예전 검찰에 비해서는 촛불시위 대처 등을 두고 유연하게 바라보는 간부들이 조금 늘어났다. 하지만 아직 대다수는 ‘촛불시위는 과격 분자가 주동하는 것이고 아이들이 거기에 넘어가서 하는 것’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라며 “한마디로 (청와대와 장관의) 뜻을 받들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검찰 수뇌부는 정권과 거의 같은 시각을 가지고 있고,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평검사들은 어떤 분위기일까? 실제 대검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오른 글들 가운데는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들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대들던 기억을 언급하며 “평검사들은 뭐하냐”는 내용을 담은 게 상당수였다. 하지만 평검사들은 조용하다. 서울 지역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평검사들이 도대체 의견 개진이 없다. 특별 지시가 부당하다든지, 아니면 이런 건 수사를 해야 한다든지 가타부타 뭔 말이 전혀 없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과거 평검사들은 검찰과 관련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내부 게시판에 올리고 의견을 모아가곤 했다. 지난 2006년 대검찰청에 근무하던 금태섭 전 검사가 삼성 수사와 관련해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비단 촛불 민심이 아니더라도 평검사들이 이렇게 조용한 것은 과거와는 다른 이례적인 모습이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정권이 바뀌었는데 검찰이 이렇게 (내부적으로) 조용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정권 교체기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인사나 정책을 둘러싸고 온갖 평지풍파가 일었고, 그 와중에 평검사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는 갑작스럽게 호남 출신 검사들이 대거 약진하면서 내부에서 많은 비판이 나왔으며, 심재륜 당시 대구고검장의 항명 파동 와중에는 평검사들이 검찰 수뇌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리기도 했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검찰 인사제도 개혁과 관련해 평검사들이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여 ‘검사들과의 대화’가 열리기도 했다.
△ 경찰의 강경진압을 주도하고 있는 어청수 경찰청장. (사진/ 연합 한상균)
정치적 독립성 또다시 시험대에

그렇다면 지금 검사들은 왜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더군다나 검찰 스스로가 과감하게 정권과 보수 언론의 첨병을 자처하는 상황에서 평검사들은 왜 유독 침묵을 지키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의 한 평검사는 “일부 속으로 앓는 검사도 있을 것”이라면서 평검사들이 침묵하는 배경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설명을 내놨다. “과거 참여정부는 청와대나 법무부 장관이 ‘친검’이 아니었다. 여기에 대통령도 손을 놓았으니, 그런 상황에서 (검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나 법무부 모두 친검 인사들이다. 불만이 있더라도 거기다 대놓고 무슨 발언을 하겠나. 그런 발언 자체가 ‘반검’이 된다.” 사안의 중요성보다는 검찰 조직에 대한 정권 또는 외부의 ‘불순한’ 태도 여하에 따라 검사들의 움직임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범국민적 사안이라도 조직의 이해관계가 걸리지 않으면 변수 안되는 셈이다.

지난 2003년 ‘검사와의 대화’에 참석했던 한 검사는 좀더 ‘솔직한’ 의견을 내놓았다. ‘광고 게재 거부 운동 누리꾼에 대한 수사 방침은 ‘정치검찰’로 퇴색하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정치적 중립성은 그때 그 대화로 많이 확립됐으며, 조·중·동 광고 게재 거부 운동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독립성의 후퇴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은 정치적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해라, 말라는 간섭을 배제하는 것이다. 신뢰사범에 대한 장관의 특별 지시가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과 등치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결국 검찰 수뇌부는 청와대와 장관만을 바라보고 평검사들은 동조·방관으로 일관하는 사이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은 또다시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검찰의 이런 행보가 후세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세월이 좀더 흘러야 알 수 있겠지만, 한 누리꾼은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노통과 맞장 뜨던 평검사들 다 어디 갔습니까? 전부 변호사 개업하셨나요? 쪽팔리지 않습니까? 다시는 검찰 독립, 이 따위 소리 지껄이는 일 없기 바랍니다.”

촛불시위와 관련한 법무부·검찰의 행보

5월26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 새벽 6시30분에 서울 세종로 분사무실로 법무부 실·국장들 소집. 검찰에 “불법 집회 선동하고 배후 조종한 사람 끝까지 검거해 엄정히 처리하라”고 지시.

6월16일
서울중앙지검, 촛불시위 온라인 중계 사이트 ‘아프리카’를 운영하는 나우콤 문용식 대표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 나우콤은 “문 대표 구속은 정치적 탄압” 주장, 검찰은 “구속과 ‘아프리카’는 무관” 주장.

6월20일
대검 “법무부 장관의 특별지시에 따라 인터넷을 매개로 한 기업체 광고 중단 요구 사범 수사할 것” 발표. 전국 검찰청에 ‘신뢰저해사범 전담수사팀’ 꾸려 집중단속에 착수하도록 지시.

6월27일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미국 소 광우병 위험성 보도한 문화방송 <pd수첩>수사와 관련해 “검사 한 명에게 맡겨둘 수사 아니다” 발언. 검사 5명으로 수사팀 구성.


경찰청 인권위원회 와해 배경
퇴행적 분위기, 위원들 의도적 무시“전경이 아니라 수뇌부가 문제잖아. 정권의 똘마니 노릇을 하는데, 무슨 인권경찰은 인권경찰이냐. 이 상황에서 사퇴라도 해야지, 그럼 어떻게 하나?”

지난 6월26일 경찰청 인권위원에서 사퇴한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이 바뀐 뒤 경찰이 1천%, 2천% 완전히 바뀌었어. 우리가 아무리 의견을 내도 아무런 답이 없어. (어청수 경찰청장은) 기본적으로 인권이 없는 ×이야. 취임한 지 몇 달인데, 아직 얼굴도 한 번 못 봤으니 더 말해서 뭐해.”

지난 2005년 경찰이 인권경찰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며 출범시킨 경찰청 인권위원회가 사실상 와해됐다. 모양새는 위원들의 자진 사퇴지만, 그 배경에는 어 청장이 취임한 뒤 보여준 경찰의 퇴행적인 행태들과 인권위원회에 대한 고사 작전이 있었다.

우선 경찰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직후 ‘백골단’ 부활 방침을 내비치더니, 전·의경 폐지안 반대, 불심검문 불응시 구류·체포 추진 등 인권과 거꾸로 가는 정책들을 잇따라 내놨다. 이제는 귀찮은 존재가 돼버린 경찰청 인권위의 힘을 빼는 실무적인 작업도 함께 진행됐다. 2005년 창설 뒤 매달 인권위 회의가 열릴 때마다 경찰청장 또는 차장이 참석하고 치안감·경무관들인 경찰청 국·관들이 배석했지만, 정권이 바뀐 뒤로 수뇌부는 단 한 번도 인권위원들과 마주 앉지 않았다. 또 지난 3월 정기 인사 때는 인권위의 사무처 구실을 하는 인권보호센터 소속 직원들이 단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교체됐으며, 경정급 자리가 두 개에서 하나로 줄어드는 등 조직도 축소됐다. 경찰관 가운데 인권 분야 유공자를 선발해 특진시키던 제도 또한 폐지됐다.

경찰청 인권위원들의 활동은 의도적으로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오창익 위원(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의견도 내고 청장 면담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며 “사실상 1980년대 경찰로 회귀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위원들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인권위원들의 자진 사퇴에 대해 김금석 경찰청 인권보호센터장(총경)은 “이들이 대개 1차에 이어 지난해 2차까지 연임한 분들이어서 피로하셔서 그런 것 같더라”며 “위원회 재구성이나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차차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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