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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함바 운영권’ 봐주고 억대 뇌물…검·경은 ‘공소시효’ 이견 (경향신문, 2019.06.1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9-06-10 11:47
조회
118

경찰 “공소시효 10년 지난 사건” 의견…검찰, 보완수사 지시
강희락처럼 ‘일괄포괄죄’ 적용 땐 15년…경찰은 ‘경합범’ 판단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도 연관…‘함바 게이트’로 번질 수도


 

유현철 경기 분당경찰서장(경무관)에 대한 수사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73)로부터 받은 금품 수수 규모와 동기다. 둘째, ‘포괄일죄’와 ‘경합범’을 두고 검경 간 미묘한 갈등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셋째, 유씨가 그간 알려진 인물 외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여러명에 대한 진정을 제기했는데, 이 진정이 수사로 이어져 2011년 ‘함바 게이트’가 재현될지 여부다.


■ 얼마나, 왜 받았나


경향신문이 확보한 유씨의 진정서에 따르면, 유씨는 2008년 유 서장이 충남 당진경찰서장으로 재직하던 무렵 인근에서 진행하는 제철소 건설현장 등의 식당 운영권을 수주하기 위해 유 서장에게 약 8000만원을 건넸다. 유 서장이 당시 관할 경찰서장으로 발주처·관할 시청·지역주민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유씨는 유 서장을 통해 시청 관계자와 지역주민 대표 등과 식사를 하는 등 유 서장이 식당 운영과 운영권 수주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했다.


유 서장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이던 2009년에는 건설사 및 재개발 현장 비자금 수사를 위한 압수수색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2차례에 걸쳐 식사를 하고 3000만원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2010년 관악경찰서장 시절엔 유 서장에게 관악구청 관할 아파트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관내 조합장들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며 1000만원을 건넸다고 했다. 유씨 주장에 따르면 총 1억2000만원을 건넨 셈이다.


유 서장은 구속 수감 중인 유씨 측에 돈을 건넨 의혹도 받고 있다. 유씨는 유 서장이 2011년 3월부터 2017년 1월까지 16차례에 걸쳐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자신에게 2720만원을 보냈다고 주장했다. 해당 통장 거래 내역을 보면 8건의 입금 기록에 유 서장 이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유 서장이 돈을 건넨 건 범죄 혐의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 서장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뇌물수수 혐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무슨 할 말이 있겠냐”며 답변을 피했다.


■ 경찰 “공소권 없음” 의견… 검찰, ‘보완수사’ 지휘


경찰은 유 서장의 혐의가 일부 인정된다고 판단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난 것으로 봤다. 경찰은 공소시효 만료로 ‘공소권 없음’ 의견을 달아 검찰에 지휘를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보완수사를 지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보기엔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검경 간 이견은 유 서장의 뇌물수수 범행을 ‘포괄일죄’로 보느냐 ‘경합범’으로 보느냐를 두고 갈라졌다. 범죄의 수를 가리키는 ‘죄수 관계’에 따라 여러 차례 범행을 하나하나 별개로 보는 ‘경합범’, 하나의 연속적인 범죄로 보는 ‘포괄일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지휘한 건 죄수 관계에 따라 뇌물총액이 달라져 공소시효 계산법도 함께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뇌물수수는 액수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고, 공소시효도 함께 바뀐다. 형법의 일반 뇌물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수수하면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고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늘어난다. 유 서장의 뇌물수수 총액을 어떻게 산정하느냐에 따라 공소시효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판례 분석 등을 통해 유 서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경합범에 해당된다고 판단했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봤다.


유 서장에 대한 수사를 공소시효 만료로 마무리하려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수사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뇌물수수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경합범을 적용하지 않는다. 현직 경찰관에 대한 수사라서 (경찰의 봐주기)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도 함바 비리 재판 당시에 죄수 관계가 논란이 됐는데, 포괄일죄가 적용됐다”며 “검찰이 경찰에 자세하고 구체적인 보완수사를 지휘한 걸 보면 다른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포괄일죄냐 경합범이냐 갈림길에 있는 것이 맞지만, (검찰과)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검찰 지휘 사건이라 봐주기 수사를 할 수도 없다. 지휘 사건이 아니라도 지금 시기에 고위급 경찰관에 대한 수사는 더욱 엄중하게 하면 했지 봐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통화 기록도 남지 않은 7~10여년 전 사건을 수사하려고 전·현직 관계자들을 두루 만나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찰은 6월 중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려 한다.


■ 함바비리 추가 수뢰자 더 있나


유씨가 경찰 고위 간부들에게 연이어 진정을 제기하면서 ‘함바 게이트’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 그동안 알려진 허경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 외에도 김성근 전 경찰청 외사국장(치안감) 등 다른 전·현직 경찰 고위급을 상대로 유씨가 추가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씨는 이들이 과거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수주를 위해 자신이 건넨 돈을 수차례에 걸쳐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국장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하동경찰서 재직 시절 당시 지방청장 소개로 유씨를 만난 적은 있지만,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 이후에도 연락이 왔지만 만난 적은 없다”며 “유씨에 대한 수사가 처음 이뤄졌을 당시에도 뇌물을 수수했다는 소문 때문에 조사를 받았다. (유씨가) 여기저기 돈을 주고 다녔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유씨 진정서를 접수한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김 전 국장에 대해) 진정사건으로 접수한 것이 맞다”면서도 ‘내사 중이냐’고 묻자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으니, 진정사건이다라고만 밝히겠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검찰이 경찰 망신주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개혁이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이런 얘기들이 다시 나오는 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구체적 혐의가 있다면 검찰이 빨리 수사로 전환해서 사실을 밝히면 된다. 자꾸 뭔가 있는 것처럼 하고 수사는 하지 않는 건 흠집내기 의도가 분명 있는 걸로 보인다”고 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찰이 실제 (사건 정보를) 퍼트리는 것도 있겠지만, 경찰은 각종 비리 의혹이 터져나오는 상황에 불평만 해선 안된다”며 “검찰이 ‘창피주기식’ 행태를 보인다 하더라도, 경찰이 그런 부패 범죄와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밝혀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따내려 경찰들에 뇌물…당시 강희락 청장 구속

10년 전 불거진 ‘함바 비리’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73)는 2010년 구속 전까지 전국 각지에서 함바(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확보하려고 경찰 고위 간부들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하며 로비를 벌였다. 당시 유씨에 대한 수사로 경찰 고위 간부들이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함바 비리 사건은 2009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경찰청장을 지낸 강희락 전 청장(사진)의 뇌물수수 사건이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4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건설현장 민원 해결, 지방경찰청에 대한 도시락 납품, 경찰관의 인사 청탁 등을 명목으로 유씨에게서 16차례에 걸쳐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상 뇌물)로 재판에 넘겨졌다. 강 전 청장에 대해선 2012년 징역 3년6월과 벌금 7000만원 등이 확정됐다.

이 사건은 함바 비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잘 보여준다. 유씨는 1998년쯤부터 전국 각지에 식품회사를 만들어 건설현장 식당을 직접 운영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운영권을 되파는 사업을 해왔다. 유씨는 이전부터 알고 지낸 강 전 청장이 경찰청장이 되자 집무실로 찾아가 만나면서 민원 해결이 필요한 지역 경찰서장 등을 소개받았다.

강 전 청장에 대한 1심 재판 기록에 따르면, 유씨는 경찰청 내 경찰청장실이나 인근 카페 등에서 강 전 청장을 만나 현금을 건넸다. 유씨는 직접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을 봉투에 넣어 가지고 다니며 청탁이 필요할 때마다 사용했다. 강 전 청장은 유씨의 식당 운영권 수주나 관련 민원을 돕기 위해 전국 각지의 경찰서장 등에게 연락해 도움을 부탁했다. 유씨는 강 전 청장과의 친밀한 관계가 알려지자 인사 청탁을 받기도 했다.

유씨의 청탁 대상이 주로 경찰 고위 간부들이었던 건 함바 운영권을 확보하려면 경찰 정보력이 가장 필요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환경·안전 등 문제로 지역 주민들의 각종 민원이 발생하는 건설현장 정보를 수집한다. 이 과정에서 운영권 확보에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고 관계자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유씨는 건설사 관계자와의 만남을 주선하거나 지역 주민들과의 협상 정보를 사전에 파악할 때 관련 정보를 경찰을 통해 얻었다.

유씨의 로비 대상인 경찰 관계자 상당수는 ‘함바 비리’ 수사가 한창이던 무렵 조사를 피했다. 강 전 청장이 수사선상에 올라 조사를 받을 당시 실형을 선고받은 경찰 간부는 이모 경찰청 경무국장과 김모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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