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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후진적인 벌금제가 현대판 장발장 양산…‘무전유병’(無錢有病) 병폐까지 드러나” (위클리서울, 2021.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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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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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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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심층인터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1회


‘코로나 장발장’이 늘고 있다. 경제력이 없어 벌금을 미납해 노역이나 징역형에 처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구운 달걀 18개 절도로 18개월 실형을 받는 등 생계형 범죄 ‘현대판 장발장’이 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 도지사가 '코로나 장발장'을 막기 위해 ‘먹거리 그냥 드림’까지 가동했다. 윤석열 검찰총장도 일선 검찰청에 벌금 1천만 원 미만 수배자 해지를 지시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벌금형 제도는 대한민국 건국 때 탄생했지만, 지금은 시대에 맞지 않고 국민 법 정서와 배치된다는 비판도 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벌금형이 오히려 불공정을 키웠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 사회가 선진화하고 합리적인 사회가 되려면 가장 대표적인 형벌인 벌금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며 범법자를 양산하는 현재의 벌금형에 대해 일침을 가한다.


그는 또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병’(有錢無罪 無錢有病)이 반복되고 있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감옥에 갇히는데, 이게 비극이다. 코로나 시대여서 가뜩이나 힘들다. 경제활동을 책임지는 사람이 벌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가면 가정의 생계가 무너진다. 당장 일이백만 원을 꾸려고 해도 너무 힘든 사람들이 많다. 코로나 시대를 사는 것도 힘든 사람들에게 겨우 일이백만 원의 벌금을 내지 못한다고 무지막지하게 감옥에 가두는 게 국가가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는다.


‘노역장 유치’ 문제점을 물었다. “최근에 형사정책연구원이 국민 일반의 의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지금의 벌금제도가 ‘불합리⋅불공정’하다고 밝혔고, 독일 같은 나라들처럼 재산비례 벌금제 도입에는 찬성했다.”고 밝히는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을 용산구 효창동 인권연대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 국장으로부터 코로나 시대 생계형 범죄와 벌금제도, 독일식 재산비례 벌금제-일수벌금제 도입, 미국과 일본의 기소배심 제도, 정치권의 공정사회 노력, 산재 사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검찰개혁 등을 들어 본다.


- 코로나 사태로 인한 ‘생계형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금 낼 돈 없는 사회적 약자에게 ‘장발장 은행’의 무이자 대출이 ‘희망사회’를 앞당기고 있다. 소액벌금 미납자까지 ‘구금’하는 법 제도와 달리 장발장은행은 이들을 구제해 왔는데, 설립한 배경이 무엇인가.


▲ 장발장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이지만, 한국인에게도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장발장은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 훔쳤다가 17년이나 감옥에서 살던 사람이다. 인권연대는 오랫동안 형사처벌은 ‘죗값’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죄에 벌이 따르는 건 당연하지만, 죄와 벌은 비례가 맞아야 한다. 그런데 벌금형의 경우, 돈이 없어 벌금을 못 내면 감옥에 가야 한다.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기에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될 가벼운 형벌을 받은 사람들이 단지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가게 된다.


벌금형 제도의 본래 취지가 감옥에 안 가게 하려고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혹한 징역형을 양산하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죄질이 아주 불량하거나 위험한 것도 아닌데, 그저 ‘돈이 없어서’ 감옥에 간다면, 그건 비극이고 현대판 장발장과 다르지 않다. 저희는 벌금제 개혁을 우리 시대의 절실한 과제로 판단했다.


개혁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했지만, 국회나 행정부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에 인권연대는 6년 전에 장발장 은행을 만들었고, 벌금을 못 내 감옥에 가야 하는 우리 시대 ‘장발장’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담보 무이자로 벌금을 대출해드리는 활동을 2015년 2월부터 줄곧 해왔다.


- 대출자는 얼마나 되는지.


▲ 1월 5일 기준으로 현재까지 대출 총액은 약 15억 9,1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기금후원자는 총 9,694명으로 후원액은 12억 2,900만 원 정도다.


그동안에 대출한 건수는 906명인데, 대출액은 앞서 밝힌 대로 15억 9,100만 원이다. 대출 상환은 906명 중 500명의 장발장이 상환을 했고, 이 중에 전액을 상환한 사람은 174명으로 3분의 1이 조금 안된다. 상환한 금액은 4억 6,480만 원이다.


- 벌금형 기결수가 의외로 많다. 이번에 동부구치소의 과밀 수용에 따른 코로나 감염이 문제가 됐는데.


▲ 벌금을 못 내 감옥에 가는 사람이 1년에 약 4만 명이 넘는다. 과밀 수용도 문제지만, 이번에 수용자들이 코로나 감염위험에 노출되면서 확인한 것처럼, 교정 당국의 관리부실도 문제다. 서울구치소에는 거의 없었지만, 동부구치소에서 많이 발생했다.


이것은 교정시설에서 같이 나타난 현상은 아니고, 동부구치소가 특별히 관리를 잘못해서 일어난 현상이다. 굉장히 안이했다. ‘마스크 예산이 없었다’는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예산이 없으면 추가 경정도 있는데, 단지 ‘예산이 없다’는 핑계는 말이 안 된다.


핑계가 가능했던 건, 2020년 3월쯤 코로나 사태를 처음 겪었을 때다. 그때는 서로 우왕좌왕했고 마스크 대란까지는 아니지만, ‘마스크 구할 돈이 없었다’는 말은 통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1년 정도 겪은 상황에서 변명이 되지 않는다. 기강해이로 볼 수밖에 없다.


그중에 상당수가 벌금을 내지 못해 간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코로나에 감염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이는 국가가 관리를 잘못해서 생긴 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금도 연간 4만 명이 벌금 미납으로 감옥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한 마디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생계형 범죄에 잔혹한 징벌’ 지적도 많다.


▲ 물론 범죄로 감옥에 갈 사람은 가는 게 맞다. 벌금형을 받았다는 것은 감옥에 절대 가지 않아도 되고, 감옥에 갈 만큼 큰 범죄가 아닌, 가벼운 범죄라는 얘기다. 가벼운 범죄지만 처벌 안 하기도 좀 뭣하고. 그중에는 운전과 관련한 생계형 범죄들도 많이 있다.


운전면허 없는 사람이 운전해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고, 자동차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운전해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차선이나 신호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 대상이 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모두 감옥에 보내는 건 너무 가혹한 처사다.


시대에도 맞지 않고 보낼 수 없는 범죄다. 운전하다 보면 누구든 실수할 수 있는 경범죄다. 어떤 사람이 노상방뇨를 했다면, 물론 하면 안 되지만, 그랬다고 감옥에 보내는 건 자유가 없는 이상한 독재국가와 다를 게 없다. 말이 안 된다.


가벼운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그에 상응한 벌금형을 선고하는 건데 벌금을 못 냈다고 감옥에 가면 국가가 너무 잔혹한 처벌을 하는 것이다. 한국이란 나라가 그렇게 잔혹한 나라인가. 특히 돈이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잔혹한 나라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벌금 미납 때문에 감염병까지 걸린 ‘무전유병’(無錢有病)의 병폐가 드러났다.


▲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민생이 힘들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 때문에 힘들다면, 누가 더 힘든가.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살기 힘들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더 힘들다. 대기업 정규직도 힘들지 않다.


수입은 그대론데 비대면 사회와 재택근무로 지출이 감소해 오히려 쓸 돈이 줄었다. 또 메이저급 언론사만 해도 계속 흑자다. 방송은 좀 다른데, 10대 신문사는 흑자행진이다. 재벌 대기업들이 마이너스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광고주인 대기업의 변화가 없다.


그런데 마이너 언론매체들은 어렵다. 삼성에서 매년 1월 1일에 광고를 내는 매체가 따로 있다. 지방지에도 안 내준다. 중앙 일간지 10개가 끝이다. 경기도에만 수십 개의 언론이 있지만, 광고를 받지 못한다.


‘삼성광고’를 계속 받는 언론사는 살고, 못 받는 지방신문은 구조상 지역의 소상공인이나 지역 중견기업 광고를 받아야 먹고 살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광고주 형편이 과거와 달라졌다. 광고단가를 낮추거나 횟수를 줄여버린다. 여기도 K자형 양극화다.


좋은 곳은 쭉쭉 올라가고, 나쁜 곳은 계속 하락하는 형국이다. 역대 최고의 슈퍼예산을 쓰는 정부도 마찬가지로 마이너스가 안 난다. 전반적으로 그렇게 가고 있는데, 이 문제는 다른 문제가 아니라, 신체 자유와 관련된 거다. 돈이 없다고 감옥에 간다면, 국가 근간이 잘못된 거다. 비극이고 심각한 문제다.


- 지난해 검찰총장이 벌금 미납자 수배를 긴급 해제했는데, 배경이 무엇인가.


▲ 코로나가 완화되면 다시 수배할 것이다.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검찰총장이 장관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돼 코너에 몰리게 되면서, 국민이 보기에 좋은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 이번 일은 지난 12월부터 있던 일이 아니라, 그 이전 3월부터 줄곧 있었던 문제다.


윤 총장 취임 전에도 있었고 코로나 이전에도 있던 사안이다. 이제야 발표한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다. 벌금을 내지 못하면, 환형유치(換刑留置) 되는 고통을 검찰이 전혀 몰랐다는 건가.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해준 것은 고맙지만, 인제 와서야 그랬다는 점은 상당히 아쉽고 유감스럽다. <2회로 이어집니다.>


한성욱 선임기자 se3399@weeklyseou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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