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목에가시

‘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전국의 ‘키다리아저씨,아지매’를 찾습니다(윤요왕)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4-17 10:49
조회
86

윤요왕 /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3월 마지막 날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총회를 통해 4년만에 이사장으로 복귀를 하게 되었다. 이사장을 맡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들었다. 자유롭게 살았던 지난 1년의 생활을 조금더 연장하고픈 생각과 새롭게 설레는 일들에 대한 구상으로 24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떠나있던 4년이 아니라 지난 20여년의 기억들을 되새김하게 되었다. 방과후 마을공부방과 농촌유학, 마을어르신 돌봄, 도시청년들의 시골 이주살이까지 지난 20여년 작은 농촌마을에서 벌인 일들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던히도 애를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자꾸 일벌리는 대표 때문에 힘들고 수고했던 많은 별빛샘들과 아이들, 부모님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작은 시골마을에 기쁘고 행복한 모습들이 있었으리라.


이사장으로 복귀하면서 기존 활동들에 대한 성찰과 미래에 대한 고민도 하면서 스멀스멀 맘속에 자리잡은 일들도 병행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들게 된 것이 별빛 부설 ‘마주연구소’다. 마주연구소는 마을주민의 약자이면서 사람들이 마주하면서 살아간다는 공동체성을 표현한 이름이기도 하다. 마주연구소는 기존 별빛이 하던 일을 보좌하기도 하지만 마을의 중장기적인 일, 새롭게 필요해진 일 등을 고민하는 상근자 한명없는 연구소다. 개인적으로 전에 다니던 센터에서 나온 몇분들을 비상임연구원으로 위촉해서 함께 사부작사부작 작당모의에 들어갔다. 그 중 한가지 아프지만 설레는 일을 소개하고 싶다.


마을교육공동체, 작은학교살리기, 청년살이 등 전국 곳곳의 현장에서 수많은 활동가들과 주민들이 지역을 살리고 마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런데, 문득 뒤돌아보니 가슴 한켠이 뻥뚤린것처럼 공허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유가 뭘까? 이런 노력과 수고에도 시골마을은과 지방은 사그라져가고 있다는 숨길 수 없는 현실이 있었다. 얼마 전 들은 얘기가 있다. 화천은 군차원에서 화천군 청소년들이 대학을 가면 4년치 등록금 전액(국립,사립 상관없이)과 월 생활비(졸업할 때까지 매월 50만원)를 지원해주고 있다. 교육지원으로 소멸해가는 작은소도시를 살리고자 무진 애를 쓰고 있고 그래서 좋은 사례로 언론에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그런데, 한켠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한탄하는 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왜일까? 그렇게 지원한 청소년들이 청년이 되어서 어른이 되어서 다시 돌아와 화천군민이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장학사업, 교육사업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교육불평등이 심한 지방에서 지원사업을 통해 그 인재가 널리 나가 지역을 빛내주는 것이 목적이었으리라. 그러나 지역소멸, 과소화 문제가 지역의 가장 큰 화두가 된 지금 돌아오지 않는 소위 ‘인재’들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유효하고 적절한지에 대한 내부의 성찰하는 목소리인 것이다.
비단 화천만 그럴까? 지난 1년 전국을 돌아다녀보니 여기저기 상황은 다르지만 앞서 얘기한 ‘공허함’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었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가 서울로 가든 세계로 가든 지역을 빛내고 자신의 꿈을 키우는 지원에 누가 반대할까만은 지역을 지키고 남는 마을인재에도 지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지역에 마을에 남아 모색하는 청소년, 청년들을 능력없는 ‘루저’로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올해 설레고 필요한 구상중에 하나가 이거다. (마을의 청소년을 지역의 청년으로-)청청 로컬 스쿨! 20세 전후의 청소년들을 위한 새로운 학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20여명 정도의 20세 전후 청소년들을 모아 3년+a의 과정으로 스스로 지역의 시민으로 어른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캠퍼스를 구상 중이다. 지붕없는 캠퍼스가 전국, 세계 곳곳에 있다. 또, 전국의 시민교사들로부터 생활기술과 지혜를 배우고 세상에 살아가는 힘을 키우는 커리큘럼을 만들고자 한다. 이에 먼저 시민교사 소위 ‘키다리아저씨’를 모집했더니 10일만에 춘천과 전국에서 110명이 신청을 했다. 댓가도 없고 명함도 없다. 우리시대 청소년들을 위해 내가 가진 생각과 삶과 지혜를 오롯히 나누고 싶은 선한마음의 키다리 아저씨, 키다리 아지매들이다.


초중고 그리고 대학까지의 국가교육체계를 통하면 안전하게 사회에 어른으로 자리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어느 통계를 보니 은둔형 외톨이가 청소년 14만명, 청년 54만명이 있다고 한다.(출처: 청년재단) 고등교육 선진국이라고 불릴만큼 교육열이 높고 교육강대국이라는 우리나라에서 정규교육과정을 다 이수했지만 사회의 어른으로 자리잡는 것은 청년들에게 막막하고 두렵고 절망적인 일일수 있겠다는 지표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국가교육과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또, 필요한 정보보다는 ‘돈이 최고’라는 사회분위기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금수저가 아니면 살아내기 힘든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듯 하다. 청소년들의 내적 근육을 키우는 자존감, 주체성, 자기철학이 필요하다. 이를 가르쳐주는 곳이 없다는 생각이 ‘청청 로컬 스쿨’을 생각하게 한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한 공업고등전문학교의 현장수업


꼭 지방에 살아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이런 지붕없는 캠퍼스와 전국의 시민교사들의 삶을 살피고 관계하면서 희망을 잃지않고 자기만의 길을 꿈꿔볼 수 있으면 좋겠다. 얼마전 다녀온 일본의 한 시골마을에 5년짜리 학교가 개교했다. 고등학교 3년+전문과정 2년으로 보통의 학교와는 다른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고 실질적인 배움이 일어나고 있는 걸 보았다. 일본 전역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24년 고등학교 졸업생 38만명, 24년 전국의 대학 신입생 51만명!(이 차이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이 단순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모두 행복하게 20살을 맞이해야 한다. 모두가 대학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면 인생이 보장되는 시대는 옛 유물이 되어 버린지 오래다. “사회부모로 시민교사로 전국의 키다리아저씨아지매들을 찾습니다~” ‘청청 로컬 스쿨, 춘천’을 시작으로 전국 곳곳에 지역에 맞는 청청 로컬 캠퍼스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