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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인권침해(김동훈교수) 2001/04/28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0 11:21
조회
534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 김동훈 교수

25일 연구실에서 만난 김동훈 교수(42·국민대)는 대뜸 “한국사회는 아직
봉건사회”라고 규정했다. 뭔가 특별한 정치경제적 논거라도 있는가 기대했지만
그가 제시한 것은 “한국사회는 아직 학벌사회이기 때문”이라는 다소 뜻밖의
논거였다.
“학벌로 사람과 그 사람의 삶을 서열화·등급화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입니다. 따라서 학벌타파운동은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인권운동이자
근대화운동이죠.”

23세의 외무고시 최연소 합격, 1년간 외교관 활동, 독일 유학과 교수 임명이라는
그의 이력으로 한국사회의 봉건성으로부터 별 피해를 볼 일 없는 최고 엘리트다.
그런데 그는 이제 `교수'로보다는 `운동가'라로 알려질 정도로 학벌타파에 나서고
있다. 왜 이런 성가신 일에 앞장선 것일까?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 아닌 그는 “비명문대라는 이유로 심리적으로 위축돼
제대로 능력발휘를 못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며 “나도 외무고시 합격이라는
경력이 없었다면, 똑같이 공부하고도 교수가 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학벌주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대학 4학년 때다. 당시
대학 본고사가 폐지되고 예비고사 성적만으로 대학을 지원하게 되자,
교육부에서는 1점당 누계표를 발표하고 언론에서는 연일 전국의 대학과 학과들을
점수별로 서열화한 대조표를 대서특필했다. 이에 분개한 그는 여러 신문사에
`나름의 특색이 있는 모든 학과와 대학을 어떻게 점수로 서열화시킬 수 있느냐'며
항의성 투고를 보냈다. 물론 무시됐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학벌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결국 지난해 10월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을 만들었다. 웹사이트(www.antihakbul.org)도 만들었다. 매일
평균 200여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는 이 모임은 현재
회원이 100여명이다. 그만큼 학벌주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는 회원들과의 토론을 거쳐 `안티조선일보운동'에 단체로 가입했다.
“조선일보의 왜곡된 엘리트주의가 한국사회의 학벌주의에 끼친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안티학벌과 안티조선은 맥을 같이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는 특히 언론에 대해 할 말이 많다. “어떤 언론이든 서울대·연대·고대
중심의 편파보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언론사 사람들이 대부분 이른바 명문대
출신이기에 언론과 이들 대학과는 유착관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거죠. 이런
보수언론과의 싸움이 우리활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그의 비판은 `지식인 사회'로 이어졌다. “이른바 지식인들이라는 사람들이
학벌사회의 메커니즘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자신의 자식들을 이 메커니즘의
수혜자로 만들기 위해 고액과외, 도피유학 등 갖은 수단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99년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에 이어 최근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책세상)를 펴낸 그는 올해도 학벌폐지 관련계획으로 일정이
빽빽하다. 전국 대학 공개강연, 학벌차별 기업의 상품불매운동, 전경련의
특정대학출신 고용비율 제한 방침 촉구, 서울대 개혁을 위한 집회와 헌법소원
등등.

그런 사회적 이유 말고 개인적인 이유를 물었다. “이제 3살인 제 사랑하는
아들이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는 이 사회가 조금이나마 숨쉬기 편한 사회로 만들고
싶은 바람 뿐입니다.” 소박하지만 누구에게나 간절한 소망같아 보였다. 김아리
기자ari@hani.co.kr

한겨레신문 2001년 4월 28일(토) 16면에서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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